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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송도 주민 1인 시위 456일...'화물차 주차장 집단민원' 해결됐다

[기획] 송도 주민 1인 시위 456일...'화물차 주차장 집단민원' 해결됐다

  • 기자명 장철순 기자
  • 입력 2022.05.22 15:54
  • 수정 2022.09.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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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유동수 시당위원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후보 등 지난 18일 전격 정책협약 체결
김재익, 배미애 공동비대위원장, 1인 시위 힘겨운 투쟁과정 소개 눈물 글썽
꽉 막힌 화물차 주차장 집단민원, 고남석의 끈질긴 노력으로 해결 실마리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유동수 시당위원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후보 등이 지난 18일 송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대 송도 화물차 추차장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 검토 등의 정책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고남석 캠프)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유동수 시당위원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후보 등이 지난 18일 송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대 송도 화물차 추차장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 검토 등의 정책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고남석 캠프) 

[뉴스더원=장철순 기자]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송도 주민들의 희생과 땀으로 얻어진 값진 결과입니다."

인천 송도 주민들이 9공구의 화물차 주차장 계획이 철회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지난 3년여 동안 그렇게 울부짖어도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화물차 주차장 문제가 갑자기 해소됐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유동수 인천시당위원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인천시 연수구 원팀 정책협약서'를 전격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중·동구 소각장 예정 부지에서 '남항 근린공원' 배제 ▲ 화물주차장 부지 이전을 위한 대체 부지 조속히 검토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한 지역 개발 추진 및 특별지구 지정 ▲수인선-GTX 청학역 정차 및 원도심 순환 트램 설치로 온 동네 KTX-GTX 역세권 공유▲세브란스 병원 적기 완공과 송도 트램 조속 추진 ▲ 송도국제도시 학교 조속 신설로 과밀 학급 해소 ▲광역버스 준공영제(M버스) 시행과 노선 확대 및 증차 등이다.

이날 김재익, 배미애 화물차 비대위공동위원장, '올댓송도' 김성훈 대표 등도 협약식에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여기까지 오는데 3년이 걸렸다.

3년의 시간이 걸린 '역사적 순간'

2019년 10월. 송도 주민 9000 여명이 송도센트럴파크에 모인다. 9공구 화물차 주차장과 해양 쓰레기 매립지 반대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송도 화물차 주차장 위치도. (사진=인천경제청)
송도 화물차 주차장 위치도. (사진=인천경제청)

송도 9공구 물류단지 내 12만 7000 ㎡에 '자동차 관련 시설'로 계획이 잡힌 건 2008년. 조용하던 송도는 이 일대에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지난 2018년부터 아파트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5만 여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와 720m 거리에 화물차 주차장, 절대 안 됩니다."
송도에서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인천시는 2020년 1월 용역을 발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인천시의 용역이 잘못됐다고 항의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체지 용역이 아니라 최적지 용역으로 변질 됐다는 것이다.

김재익 위원장은 "지난 2020년 7월 인천시 용역과 관련해 선임연구원에게 '대체지로 어떤 부지가 검토되고 있느냐'고 질의했더니 '대체지 용역 에 대해 제안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며 "이때부터 화물차 주차장 비대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화물차 주차장 반대' 1인 시위 릴레이

2020년 10월. 랜드마크센트럴 입주자 대표회의 배미애 회장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인천시청 앞에서의 1인 시위 모습. (사진=송도 비대위)
인천시청 앞에서의 1인 시위 모습. (사진=송도 비대위)

'화물차 주차장 반대한다'는 1인 시위 릴레이가 본격 진행됐다.

연수구의회 이강구 부의장, 기형서 의원, 조민경 의원 등도 1인 시위에 참여했다.

2021년 3월 인천시는 "현 아암물류 2단지가 화물차 주차장 부지로 최적지"라고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국회의원, 국민의힘 민현주 연수을당협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민주당 시·구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비대위는 "인천시의 용역은 표적용역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며 화물차 주차장 반대를 외쳤다.

2021년 4월 비대위는 송도 주민 3만 884 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천항만공사 앞에서 1인 시위 모습. (사진=송도 비대위)
인천항만공사 앞에서 1인 시위 모습. (사진=송도 비대위)

비대위의 1인 시위는 계속됐다. 인천시청, 인천항만공사,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실, 송도 도심 등지로 옮겨 다녔다.

1인 시위 참여자들의 우여곡절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배미애 위원장은 "남편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 집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다닌다고... 그런데 아이들 안전을 생각하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중구 신광초 주변에 살다가 화물차가 무서워 송도로 이사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2021년 3월 중구 신광초등학교 어린이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1년 동안은 하루 4시간씩 1인 시위가 진행됐다. 그러나 춥고, 더운 날에는 2시간으로 줄였다.

현수막과 피켓 제작비용은 송도 주민의 성금으로 충당했다. 성금은 오로지 집회에 쓰이는 물품 등에만 사용했다. 유류비나 주차비, 식사비 등은 개인의 몫이다.

자발적으로 신청한 1인 시위를 위해 반차 휴가를 사용하기도 했다.

일명 '대추엄마'는 남편을 설득해 매주 화요일 1인 시위에 대타로 세웠다. '아이맘쓰'(52)는 딸이 화물차 사고를 경험했다며 1인 시위에 동참해 줬다.

지난해 12월, 인천항만공사가 입주해 있는 IBS 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송도 주민은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고 추워 빌딩 안으로 잠시 몸을 녹이려고 들어가려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그의 목에 화물차 주차장을 반대하는 피켓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시청에서 1인 시위를 마치고 피켓이 무거워 다음날 사용하려고 에어콘 실외기 옆에 둔 피켓이 없어져 새로 만들기도 했다. 

비대위는 "국민권익위에서 '1인 시위에 별도로 비용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며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1인 시위 456일. 인천시청 공무원들의 출근, 점심시간, 퇴근 시간 등에 맞춰 송도 화물차 주차장의 부당함을 알려왔다.

"박남춘 인천시장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비대위는 인천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한다. 무릎을 꿇고 사정하고, 소복 차림, 곤장 퍼포먼스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배미애(좌측)와 김재익 배대위 공동위원장이 화물차 주차장 반대 투쟁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순석 기자)
배미애(좌측)와 김재익 배대위 공동위원장이 화물차 주차장 반대 투쟁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순석 기자)

"컨트롤타워 없던 인천시, 책임 떠넘기기 급급"

배 위원장은 1인 시위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시위 1년 8개월만인 2021년 6월 3일 인천시 조택상 부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그러나 안전 대책 외에 부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이어 국민권익위 김태응 상임위원장의 면담 주선으로 8월 17일 인천시 관련 부서, 송도 주민 등이 참석했다.

국민권익위는 민원인과 원만하게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인천시에 화물차 주차장과 관련한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각 부서가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급급했다"며 " 주차장 업무는 택시물류과가 하고 있고, 항만과는 용역만 했다고 하고, 도시계획은 인천경제청이 했다고 하고, 실제 사업 시행은 항만공사에서 하는 등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송도 화물차 주차장 집단민원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진정서를 내고 있는 모습. (사진=송도 비대위)
송도 화물차 주차장 집단민원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진정서를 내고 있는 모습. (사진=송도 비대위)

그는 국민권익위도 복합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고남석 연수구청장 "재검토 요구" 결국 햇빛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송도 화물차 주차장 집단민원은 고남석 연수구청장 후보의 끈질긴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연수구청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21년 12월 15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을 통해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들어설 화물 주차장의 대체부지로 중구 연안·항운 아파트 부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의 긴급제안은 인천발 KTX와 수인선이 통과하는 옥련 송도역과 인천 국제여객 터미널을 잇는 방안 검토, 2040 인천 도시기본계획에 송도유원지 내 공공시설 용지 합리적 배치 등에 이어 3번 째다.

그는 "중구 연안·항운 아파트의 송도 이전이 사실상 확정단계에 있으므로 송도 9공구의 화물주차장 조성계획을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송도 주민들은 고 구청장의 제안에 대해 예의주시했다.

그는 대선에서 송도의 표심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기울어지자 지방선거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이재호 연수구청장 후보 등이 송도 9공구 화물차 주차장을 폐지하는 쪽으로 공약을 내걸자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박남춘 시장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이재명 상임고문 등에게 화물차 주차장 등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 끝에 정책협약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송도 주민들은 이 같은 고 후보의 노력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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