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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무현의 길’과 달랐던 노무현 추도식

[사설] ‘노무현의 길’과 달랐던 노무현 추도식

  • 기자명 뉴스더원
  • 입력 202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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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더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잔디 동산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이재명 총괄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여야가 총출동했다. 

추도식을 기획한 노무현재단은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를 추도식 주제로 정했다. 정치대립을 해소하고, 노 전 대통령이 바란 소통과 통합의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를 담았다는 설명이었다. 재단 측은 추모식에 참석한 3천여 명을 포함해 참배객 등 1만2천여 명이 봉하마을을 찾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지만 살아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해온 가치는 곳곳에서 묵살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귀빈들이 입장하는 통로 옆 펜스에 모이기 시작한 추모객들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들어설 때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객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이해찬·이낙연 전 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등 민주당 인사들은 대개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지만,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지방선거 똑바로 해라”, “확실하게 해라”라며 고성을 질렀다.

그런가 하면 여권과 윤석열 정부 인사들을 향해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왜 왔냐”고 소리쳤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야유가 터져 나왔다. 특히 추모객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길을 막아서며 “돌아가”라고 외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였으며, 이전 시대에는 금기시되었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더 수용했던 자유주의자였다. 동서 화합과 국민통합에 정치 생명을 걸었던,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야유를 퍼붓는 추모객들이 과연 노무현이 추구해온 가치를 알고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뿐만인가. 공식 추도사에 나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고, 뉴스를 보기 싫다는 분도 많다"며 "그럴수록 더 각성해 민주당을 더 키워나갈 힘을 모아달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해 추도식이 마치 더불어민주당의 출정식을 방불케 해 눈총을 받았다.

살아생전에 자신을 조롱하고 비난하던 정치인들조차 이날만은 그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추모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의 비정함이 낯설지는 않다. 다만 이런 추도식이 노무현의 길과 정신을 온전히 지켜내고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보수나 진보와 같은 정치적 입장을 다 떠나서 우리가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이유는 그가 평생 신념처럼 지켜온 원칙과 소신 있는, 삶과 정치적 태도였다. 따라서 노무현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은 앞으로 단호히 경계 돼야 한다. 그것이 온전히 그를 기리고 추모하는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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