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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명검이 부른 칼의 노래

[황환택의 頂門一針] 명검이 부른 칼의 노래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05.26 00:00
  • 수정 2022.10.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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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왕은 그가 가진 칼 중 가장 날카롭게 벼려진 칼 하나를 뽑았다. 명검이다. 명검은 스스로 운다. 바로 검명(劍鳴)이다. 명검이 스스로 울며 노래를 부른다. 

‘불휘기픈남ㄱㆍㄴㅂㆍㄹㆍ매아니뮐ㅆㆎ곶됴코여름하ㄴㆍ니... ㅅㆎ미기픈므른ㄱㆍㅁㆍ래아니그츨ㅆㆎ내히이러바ㄹㆍ래가ㄴㆍ니’ 

공부한 지 오래되신 분들 해석이 어려울 것이니 현대어로 풀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꽃 좋고 열매 많으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니 내(川)를 이뤄 바다로 가며’라는 뜻이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뽑은 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부른 용비어천가다. 그는 이 노래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세상에 검명을 울리며 명검의 등장을 알렸다. 

이 노래는 조선 세종 27년(1445)에 정인지, 안지, 권제 등이 지어 세종 29년(1447)에 간행한 악장의 하나.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작품이다.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노래를 부르곤 한다. 198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올림픽에서는 ‘손에 손잡고’가 세상에 울렸다. 약 600년 전 이 땅에 ‘고려’가 저물고 ‘조선’이라는 나라가 세워질 때 부른 노래가 바로 용비어천가다. 개국과 번영을 송축하는 노래다. 한 장관은 이 노래를 넥타이에 적고 나온 것이다. 

넥타이는 정치인이 선호하는 전략 메시지 브리핑 수단이다. 사실 정치인의 정장은 비슷하다. 짙은 색 계열의 상의 정장에 넥타이는 단순한 패션의 악세사리가 아니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할 때 많이 쓴다. 

제20대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당시 대선후보가 비슷한 붉은색 계열 넥타이를 착용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후보 단일화 공동 선언을 한다. 그들은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통해 어떤 상징을 남긴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희망’과 ‘번영’의 의미와 협치의 의지를 담은 하늘색 넥타이를 선택했었다. 

한 장관의 넥타이는 자연 흙을 상징하는 짙은 갈색에 한글문양 의미를 더한 것이다. 그럼 그는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한 장관은 취임식에서 이런 메시지를 남긴다.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정의와 법치주의를 굳건히 하기 위해 용기와 헌신으로 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한 장관의 넥타이에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처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법무행정을 펼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 법무부 장관의 일은 무엇일까? 법무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Justice’다. 말 그대로 법무부는 정의부다. 법무부라는 명칭은 국방부와 함께 건국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Ministry of Defence’인 국방부가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면 법무는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만큼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이 단순명료하다. 

이제 법무부는 ‘정의(Justice)’를 지키고 정의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니 한 장관이 걸어야 할 길은 ‘정의와 상식의 법치’다.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소임을 통해 정의와 상식의 법치를 완수할 때 대한민국이 “꽃 좋고 열매 많으며, 내(川)를 이뤄 바다로 가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도 부디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깊은 샘’이 되어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가물에 그치지 않기를 기원한다. 

명검이 부른 칼의 노래인 용비어천가의 마지막 장인 125장에는 후대 왕에 대한 경계가 나온다. 칼은 용비어천가에 담긴 칭송의 노래만 부를 것이 아니라 이 마지막 장의 노래도 함께 불러야 한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부지런히 섬겨야 (나라가) 더욱 굳건할 것이다.” 

이 노래가 진정한 명검이 검명(劍鳴)을 내며 부를 마지막 칼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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