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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교토사주구팽(狡兎死走狗烹), 박 다르크의 불꽃

[황환택의 頂門一針] 교토사주구팽(狡兎死走狗烹), 박 다르크의 불꽃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06.09 00:00
  • 수정 2023.01.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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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교토사주구팽(狡兎死走狗烹),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긴다. 

잔 다르크는 1412년 프랑스 동부의 동레미라는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성령의 부름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군대를 이끌고 오를레앙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프랑스를 정복하려던 잉글랜드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그러나 프랑스를 구한 최고의 영웅 잔 다르크는 1431년 5월 30일 잉글랜드군 및 그들과 손을 잡은 프랑스 진영에 의해 이단으로 화형당한다. 19살의 나이에 그렇게 형장의 불꽃 아래 결국은 토끼 사냥이 끝난 사냥개가 된 것이다. 

‘사냥개 삶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었다. 표심 사냥이 끝난 정치판은 사냥개가 필요 없기에 토사구팽을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으며 제단에 바칠 희생양(犧牲羊)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사냥개의 운명이라 할 수 있지만 어린 사냥개를 제단에 바치는 사냥꾼의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다.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가 19살의 나이에 형장의 불꽃 아래 죽었지만 600년 후 이 땅에서도 당을 구한 박지현 위원장을 뜨거운 솥에 넣었다. 그녀의 나이 이제 겨우 26살이다. 

사냥개 삶아 먹기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되었다. 표심 사냥이 끝났으니 이제 그들만의 장기이자 특기인 당내 권력투쟁에 돌입했다. 대선의 패장이고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이끈 이재명 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니 솥에 넣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냥개가 필요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어린 26살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게 돌렸다. 이유야 만들기 마련이다.

사냥꾼이 만들어 낸 이유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586 용퇴론을 제기하여 내홍(內訌)의 불씨가 됐다는 소위 말해 ‘괘씸죄’다.
 
박지현은 ‘사이버 지옥’으로 불리는 ‘N번방’ 사건을 ‘불꽃 추적단’ 멤버로 끝까지 추적해 공론화한 인물이다. ‘N번방’을 추적하여 언론사에 제보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공론화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대선 패배 뒤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박지현을 모신다. 고사를 거듭한 그녀를 1시간 동안 끈질기게 설득하며 ‘당을 살려 달라’고 부탁하며 영입한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젊은 여성’으로 영입한 것은 대선 때 결정적 지원군이었던 2030 여성표를 지방선거에도 연결하려는 선거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박지현을 민주당 내 주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로 여성 표를 의식하여 영입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준석 쪽이 승리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퇴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용기는 당차고 매서웠으며 가상했다. 혈혈단신 여성 정치인으로 거물들이 즐비한 당에서 그녀는 “우리 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며 개혁의 의지를 밝혔고 윤호중 위원장 앞에서 ‘586 운동권 용퇴론’까지 꺼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한 용의 턱밑에 거슬러 난 비늘인 역린(逆鱗)을 찔렀다. 그리고 그녀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선거가 끝난 다음 날 비대위를 떠났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 정치와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을 골자로 하는 5대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이 작은 공이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짓는 신호탄이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이제 그녀를 박 다르크라 부르고 싶다. 비록 토끼 사냥이 끝난 사냥개처럼 삶아졌으나 그녀는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런 용기 있는 청년들에게 달렸다. 입에 쓰다고 미래의 싹을 자르는 농부에겐 결실이 없다. 

‘불꽃 추적단’의 뜨거운 열정으로 박 다르크가 되어 불사조처럼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와 화려하게 어두운 세상에 불꽃을 피워야 한다.
 
그리하여 사냥개 삶기를 즐기는 늙은 사냥꾼들에게 솥의 뜨거움을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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