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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칼럼] BTS의 용기, 불필요한 말로 꺾지 말길

[시민기자 칼럼] BTS의 용기, 불필요한 말로 꺾지 말길

  • 기자명 채이현 시민기자
  • 입력 2022.06.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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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현 시민기자
채이현 시민기자

[뉴스더원=채이현 시민기자] 꿈을 가져 본 사람들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인생을 괴롭게 하는지.

자기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순간 저만큼 멀찍이 달아나는 꿈을 보며 허탈해진 적이 없다면, 길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대책 없이 울고 싶어진 순간이 없다면, 당신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단체 활동의 비중을 잠시 줄여보겠다고 했다. 대신 각자의 재능을 더 계발할 수 있는 개인 활동을 하며 더 오래 '방탄소년단'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노라고 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는 별개로,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놓는 솔직함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언론은 모든 행간을 지우고 '활동 중단', '괴로웠다' '죄스럽다'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대중들 앞에 그들의 진심을 내던졌다. 

데뷔 초 "야 니꿈은 뭐야 나는 랩스타가 되는거야" (Born Singer) 라고 뱉었던 리더 RM은 9년 후 같은 곡을 "야 니꿈은 뭐야 나는 그냥 내가 되는거야" 라고 개사해 부른다.

이는 그간 앨범들에서 꾸준히 던져왔던 고민에 대한 일종의 대답 같은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세상에 보여줘야 하는 자신의 모습과 진짜 자신의 모습 사이의 괴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수많은 개체들 중 하나일 뿐인 스스로가 초라해보일지라도 그것 자체로 유일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랑하자고 제안했다. 그것이 전 세계 팬들의 가슴을 울린 "LOVE YOURSELF" 캠페인이다.   

방탄소년단은 올해로 데뷔 10년차다. 2013년 누군가의 '땜빵'으로 음악방송 무대에서 데뷔를 한 일화는 이제 유명하다.

때로는 아이돌 주제에 무슨 음악을 논하냐고 무시당하고, 때로는 중소기획사 출신이 뭐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하겠냐고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그들을 꾸준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았다.

새벽 6시까지 연습실의 불이 꺼지지 않았고, 매번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무대를 했다. 이제는 빌보드 1위, 그래미 노미네이트, UN 연설, 백악관 방문 등 그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가면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지만 '아이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이 전했던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 놓았는지, 왜 그들의 콘서트가 전 세계에서 매진이 될 수밖에 없는지, 어쩌면 한국인들이 가장 모른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스스로는 '아이돌' 문화를 낮춰보는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들을 아이돌이라 부르든, 아티스트라 부르든 자신들은 그저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 사실 하나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독인 시간들이 무수히 쌓였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쉼표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2월에 발매한 <Map of the soul : 7>의 수록곡 '블랙스완'에서 이렇게 노래하기 때문이다.

"심장이 뛰지 않는대. 더는 음악을 들을 때. 시간이 멈춘 듯해. Oh that would be my first death I been always afraid of. 이게 나를 더 못 울린다면, 내 가슴을 더 떨리게 못 한다면, 어쩜 이렇게 한 번 죽겠지 아마. But what if that moment's right now."

예술적 창작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떠오르는 영감으로 탄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새로운 경험과 지식, 교류 속에서 쌓이는 어떤 것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0년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정규 앨범을 내 온 방탄소년단이 "더 이상 쓸 가사가 없다"고 토로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그들의 말처럼 이 사회와 음악 산업은 누군가 천천히 '숙성'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더 자극적이고 괜찮은 것을 짜내야 하고,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하면 버려지는 비정한 세계다. 방탄소년단 역시 그 세계의 룰에 어긋나지 않게 달려왔고, 이제 겨우 최고의 자리에 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면 그 자리를 유지하려고 아등바등 버틸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권력을 모아두어 자신이 내려가야 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려고 말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지금 손에 쥔 것들은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더 높이 날아가는 것 보다 멀리 날아갈 준비를 할 시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엄청난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빌보드도 그래미도 줄 수 없는 자기 자신의 행복,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10년 활동을 담은 <PROOF> 앨범이 발매되었다. 그들의 '증명'은 성적과 트로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타이틀 곡 "Yet to come"이 말해준다.

"당신은 꿈꾸는가, 그 길의 끝은 무엇일까, 모두가 숨죽인 밤, 우린 발을 멈추지 않아"

방탄소년단은 꿈꾸는 사람들로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우리에게 지금이 너희의 최고의 순간이라 얘기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음을 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날을 향해, 더 우리답게" 나아가겠다고 함께 다짐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러닝머신 위에 올라타 있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 뭔가 삐걱거린다고 느껴서 뛰는 속도를 늦추면 어김없이 넘어지게 마련이다. 내 삶의 중심과 속도를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막연히 그 분야의 최고가 되면 꿈을 이룬 것이라 여기는 사회에서, 꿈은 그렇게 정의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강한 젊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불필요한 말들로 그들의 용기를 꺾지 마시길. 7명 각자의 색으로 빛날 미래와 또 그 이후의 결합이 줄 엄청난 가능성을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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