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재열 칼럼] 제8기 민선 지방자치 지도자들에게

[김재열 칼럼] 제8기 민선 지방자치 지도자들에게

  • 기자명 김재열 칼럼리스트
  • 입력 2022.07.01 07:0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재열 언론인
김재열 언론인

[뉴스더원=김재열 칼럼리스트] 제8기 민선 자치가 시작됐다. 그토록 원하던 실무에 봉직할 때다. 초선은 초선대로, 재선·3선은 또 그들 나름대로 직무를 통한 영광의 내일을 꿈꿀 것이다.

지방자치 8기를 맞기까지 많은 지역 일꾼들이 명멸해 갔다.

훌륭하게 일하고 박수 받으며 떠난 사람도 많지만 그 반대의 사람도 적지 않다. 지역에 불명예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

오래 전, 어떤 소도시 시장은 술자리에서 “한 해 수천억원의 시 예산이 모두 내 돈”이라고 큰 소리쳤다. 법정 예산을 그럴 수 있느냐는 반문에 그는 “내가 안 주면 그만이고, 내가 바꾸라면 바꾸는 것”이라며 제왕적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로 그는 심산 틀어지면 공사 집행도 않고 하던 일도 중단시켰다. 직원들을 사조직처럼 닥달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는 결국 “재수가 없어” 뇌물수수로 처벌받고 시장 감투를 잃었다.

어떤 광역시 구의원은 “이렇게 좋은 직업이 없다”며 즐거워했다. 구의원 이름도 모르고, 구의회가 뭐하는 곳인지 관심 없는 주민들이 많고, 구청 공무원들과 유관기관 직원들은 구의원을 알아서 적당히 대우해 주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잘 만들어놔서 걱정했던 주민 길흉사 등 경제적 부담도 거의 없다. 간섭하는 사람도, 언론도 별로 없다. 그는 유감없이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부활했다. 지방의원 경우 무공천, 무보수로 시작했으나 그 후 공천제와 유급제가 도입됐고 이제 보좌관을 요구하는 등 굳이 국회의원을 닮아가려 한다.

요즘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말을 듣기 어렵다.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만 답습하다보니 풀뿌리민주주의는 도태되어 가는 듯 하다.  단체장·지방의원들의 참신한 분발을 촉구한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일을 하겠다고 나왔으니 일꾼이고, 앞장서 가야하니 지도자다.

노파심에서 몇 가지 고언을 드린다.

전력투구 격전 끝에 당선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역구도 덕분에 ‘공천이 곧 당선’을 쉽게 실증한 사람들도 있다. 단독 출마로 거저먹기 당선증을 받은 행운아도 있다. 모두 마찬가지다.

겸손과 예의를 지키기 바란다.

지도자의 겸손과 예의는 이웃과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선한 사회, 거짓 없고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기 위한 첩경이다. 별난 카리스마로 스타가 된 듯 나대는 사람들은 결과가 신통찮았다.

특히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유달리 전직 국회의원들이 많이 출마하고 당선됐다. 꿩 대신 닭이라는 계산인지, 닭 아닌 꿩으로 봤는지, 기초단체장에 당선된 국회의원 출신들은 특히 겸손하게 일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성공과 이익에 몰입해서 중앙 정치의 오만함과 권위의식 등 정치적 폐해를 지방에 잔뜩 흘려놓아선 안 된다. 그렇잖아도 정치 과잉의 나라다.  

사라져가는 겸손과 예의를 지키는 인격, 그것만으로도 지역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

주민을 주인처럼 섬겨야 한다.

취임 초기 자치단체 민원실은 아주 친절해진다. 지시에 의한 가식적인 것이라도 주민들은 기쁘다. 그러나 갈수록 시들해진다. 그것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권력의 맛을 즐기며 무사안일에 빠져드는 속도와 거의 정비례한다.

달리 말하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측근 공무원과 관변 업자, 친분을 가장한 각종 브로커들의 아부와 아첨에 흥겨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민이 받는 행정 서비스의 질은 불량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부패를 경계해야 한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매일 먹고 논들 나무랄 사람이 별로 없다. 나름대로 막강하고 편안하다. 그런 권력을 부패와 즐기는데 써서야 가렴주구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던 옛날 사악한 벼슬아치나 다를 바 없다 할 것이다.

혹시라도 당선 전에 고급 외제 양주를 좋아했던 사람은 양주부터 끊는 것이 옳다. 자기 돈으로 사서 혼자 마신 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마신 고급 양주의 무게만큼 부패했다고 해서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어떤 선량한 연유든, 불가피한 이유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비싼 양주를 소주 마시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서 우의가 싹트는 것이 아니라 부패와 음모가 싹틀 뿐이다.

조직과 인사를 공부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진리다. 사람 사는 동네,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일 하고, 사람이 일 내는 것이다. 공직이나 기업 출신이어서 자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다를 것이다. 전례와 경험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법과 제도를 개혁해도 기업처럼 될 수 없는 것이 행정의 특징이자 한국적인 풍토다.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끝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마음을 가다듬고 양서를 읽는 습관을 가진다면 금상첨화다. 반지성이 판치는 세상에서 거친 선거를 치른 민선 지도자에게 선한 지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