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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사람들] 어르신과 청년 장애인의 행복 담긴 '커피 한 잔'

[우리동네 사람들] 어르신과 청년 장애인의 행복 담긴 '커피 한 잔'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2.07.28 17:46
  • 수정 2023.02.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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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카페 나누다' 이야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정혜민씨. (사진=임동현 기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정혜민씨. (사진=임동현 기자)

[뉴스더원=임동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대문시니어클럽'. 직장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이 새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이 기관 내에 지난 15일 '카페 나누다'가 개소됐다. 작은 공간이지만 주변에 테라스가 있고 부담없는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는 이 곳에는 어르신 바리스타와 청년 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일하면서 행복을 전하고 있다.

"바리스타를 선호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셔서 힘든 일을 하시기는 어렵고 또 카페를 차리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카페가 있는 곳이 테라스가 있는 공간이라서 환경이 좋은데 여기에 조그만 카페라도 만들면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고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죠". 김성일 동대문시니어클럽 관장의 설명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사실 없었어요. 이 비용도 후원을 통해 해야하는데 어르신 일자리로는 후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죠. 기존의 사업들이 사실 복지보다는 취업 지원이나 일자리 전담 역할이지 복지에 접근하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복지관에 있었을 때 경계성 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여기에 착안해서 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들과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됐고 많은 기관들에게 저희의 뜻을 전하며 바리스타 하는 사람과 같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연결이 됐죠. 어르신들은 젊은 친구들의 기를 받고 젊은 친구들은 어르신의 보살핌을 받기에 상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후원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후원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기 작동법을 배우는 어르신 바리스타들. (사진=동대문구)
기기 작동법을 배우는 어르신 바리스타들. (사진=동대문구)

그렇게 청년 장애인 바리스타와 어르신 바리스타 10명으로 인원이 구성됐고 지역 내 한국마사회 동대문지사를 비롯한 기업 및 단체의 기부로 카페 운영에 필요한 각종 커피머신과 장비 구입비가 마련됐다. 그렇게 '나눔'이 실천되며 '카페 나누다'가 만들어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준 바리스타 정혜민(23)씨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페 나누다의 '분위기 메이커'다. 다운증후군을 겪고 있는 그는 다니던 학교에 있는 카페에서 2년 반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그 경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카페 나누다에 취업하게 됐다.

"친하게 지내지 못할까봐 불안했는데 어르신들이 다 친절하게 해주시고 도와주시는 팀장님과도 호흡이 맞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저절로 소통이 됐어요. 재미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바리스타가 됐다는 그가 지금 꾸는 꿈은 '연예인'이다. 집에서 춤추고 노래 연습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겠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군에 있는 남동생에 대한 애틋함도 드러냈다. 

"동생이 지금 휴가 나왔는데 이번 주말에 다시 들어가야해요. 일을 해야하니 동생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많이 아쉽고 다시 (군대로) 보내는 게 솔직히 싫어요". 일을 나가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의 부모 역할을 했던 혜민씨였기에 멀리 있는 동생과의 만남이 더 그립고 헤어짐이 더 아쉬웠을 것이다. 

정혜민씨와 함께 일하는 박정임(61)씨는 지난해 40여년을 일했던 직장에서 퇴직한 후 바리스타로 인생의 제2막을 열고 있다. "퇴직하고 나오니 정말 제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거에요. 다시 사회초년병이 된 것이죠. 갈 곳도 없고 힘도 떨어졌으니 가벼운 걸 해보자, 해보지 않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배운 게 바리스타였죠".

박정임씨가 정혜민씨의 계산을 도와주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박정임씨가 정혜민씨의 계산을 도와주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박정임씨는 바리스타 외에도 사회복지 공부를 하는 만학도가 됐다. 그리고 카페 나누다가 꿈꾸었던 '어르신과 청년의 조화'가 박정임씨와 정혜민씨의 호흡으로 증명되고 있다. 

"제가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선으로 봐야한다는 걸 배웠어요. 정말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 같아요. 혜민이는 정말 해맑은 아이에요. 명랑하고 말도 잘하고 이야기도 참 잘해요. 장애를 겪는다고 다르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해주니 정말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정이 들었어요. 자식같고 조카같고 동생같고(웃음)... 저보고 '이모'라고 불러보라고 말하기도 해요".

청년 장애인과 어르신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지만 아무래도 어르신들의 취업이 우선이다보니 장애인들을 많이 채용하기 어려운 점이 김성일 관장에게도 큰 아쉬움이다.

"정말 혜민씨같은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하고픈데 어르신들도 보호를 받으셔야하는 입장이고 정체성에 혼란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런 친구들이 활동할 곳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우선 어르신 위주로 하되 매장에 도움이 된다면 청년 장애인들도 일할 수 있도록 해야죠. 이 분위기가 확산되면 얼마든지 많은 친구들이 사업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카페 나누다는 올 하반기 2호점을 낼 예정이며 3호점, 4호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하나, 바로 어르신과 청년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다. 

"이번에 새로 오신 구청장님에게 '이 사업들이 잘되면 더 좋은 공간,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달라'고 했고 구청장님도 오케이하셨습니다. 복지 시설에 카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주민 만족도에 큰 차이가 있죠. 이왕이면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더 큰 공간이 필요합니다. 구청에서도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이루게하려면 저희가 잘 운영을 해야죠. 잘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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