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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비(雨)야 내려라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비(雨)야 내려라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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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포악한 정치에 대해 간언하다가 7년간 유배를 당하는 등의 박해를 받으면서도 희창(姬昌)은 도탄에 빠진 백성의 삶을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니 자기만이라도 덕(德)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정치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민생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 제후의 대다수가 그를 신뢰하고 따르게 되었다. 그가 죽고 그의 아들이 주(周)나라를 세우고 무왕(武王)으로 즉위하자, 그는 문왕(文王)으로 추존되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성어다. 곧 비가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 정작 비는 내리지 않는 것처럼, 비가 내릴만한 징조는 나타나지만 실제로 그 일은 일어나지 않는 답답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성어는 『주역(周易)』 「소축괘(小畜卦)」 괘사(卦辭)에 나온다.

구름(雲)이 아무리 모여 있더라도 찬 기운을 만나지 못하면 비(雨)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어떤 일이 조건은 모두 갖추어졌으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또, 위에서 내리는 은혜와 덕이 저잣거리에까지 골고루 퍼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구름이 가득 모여 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모든 일이 쉬워 보여도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를 『주역』에서는 ‘서쪽 교외에 서서 마냥 기다리고 있기만 하기 때문(自我西郊)’이라고 표현했다.

즉,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성취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가르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요즈음 상황을 또 ‘밀운불우’라는 성어에 빗대는 여론이 많다. 그만큼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먹구름은 잔뜩 모여들고 있는데 정작 비를 내리게 할 기술이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적당한 기회를 보며 뜸을 들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출발부터 삐걱대는 소리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으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급기야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대부분 이런 경우를 만나면 민생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교훈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난 정부를 돌아보라. ‘적폐 청산’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시작은 그렇게 좋았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높은 지지율을 믿고 ‘그들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집단 분노’에 빠졌다가, 불과 5년 만에 민생(民生)과 백성을 적(敵)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그 결과 그들 스스로가 오히려 청산돼야 할 ‘폐족(廢族)’으로 몰리고 말았다.

최소 20년 이상 집권을 호언장담하던 정권도 지켜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새 정부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증오와 편 가르기’에 몰두하며 보여준 ‘선택적 정의’와 ‘분노의 정치’를 버려야 한다.

그런 걸 알면서도 지금 달라진 게 무엇인가? 나라 전체가 여전히 서로 비방하고 싸우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뭐 좀 달라질 거라 믿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백성은 이제 지쳐서 갈수록 무기력함에 빠지는 모양새다.

정치하는 자들이여. 제발 여의도에서 놀지 말고 저잣거리로 나가 민생을 살펴라.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제발 소나기라도 좀 실컷 맞게 해달라고 백성들은 아우성치고 있다. 비가 한바탕 쏟아져야 시장을 덮고 있는 먹구름이 걷힐 게 아닌가. 백성이 알고 있는 해답을 정치인들이 모를 리가 있을까?

한쪽 바퀴가 빠져버린 수레, 가정에서도 부부가 합심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좋은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신뢰가 있어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 정치하는 자들에 대한 백성의 신뢰는 민생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생겨나고 공감을 얻으면서 두터워진다.

새 정부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고 환호하고 좋아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당장은 새 정부가 시도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잘되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망하더라도 좀 더 지켜보자. 이제 갓 시작한 정부라서 바꿀 수도 없으니 말이다.

뉴스를 들으니 곧 비가 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애타게 기다리던 비 소식에 타들어 가던 농심(農心)도 한껏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디 메마른 대지는 물론, 생기를 잃은 민심도 푹 적시고 위로해 주는 단비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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