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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Talk&카페’]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허정선 이사장

[박기자의 ‘Talk&카페’]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허정선 이사장

  • 기자명 박두웅 기자
  • 입력 2022.08.0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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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낳는 여인들...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꿈’을, 비틀거리며 걷는 이에게 ‘희망’을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허정선 이사장 (사진=박두웅 기자)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허정선 이사장 (사진=박두웅 기자)

[뉴스더원=박두웅 기자] 어머니는 샘물을 길어 밥을 지었다. 두레박을 한참 내려야 샘물이 닿는 곳. 어릴 적 그곳에는 선녀가 살고 있어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살을 에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물을 주는 줄 알았다. 

감나무골 할아버지는 ‘샘은 우물과 다르다’고 했다. 우물이 판 것이라면 샘은 솟는 것이라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샘에 동티가 나지 말라고 매년 제사까지 지냈다. 마을 아낙들에게 샘터는 빨래터였으며, 샘물은 가족들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수였다.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한겨울에는 따뜻했던 샘물의 기억은 언제나 엄마의 품처럼 그립다. 샘물과 같은 여자. ‘나에 살던 고향은’이라는 주제로 ‘제4회 이야기가 있는 공예전시회’를 열고 있는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허정선 이사장을 만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 필자 주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꿈’을
비틀거리며 걷는 이에게 ‘희망’을

'제4회 이야기가 있는 공예전시회 ' 참가 작가들 (사진=박두웅 기자)
'제4회 이야기가 있는 공예전시회 ' 참가 작가들 (사진=박두웅 기자)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허정선, 이하 ‘맑은샘’)에서 지난 8월 4일부터 10일까지 서산시문화회관, 제1, 2전시실에서 ‘나에 살던 고향은’이라는 주제로 ‘제4회 이야기가 있는 공예전시회’를 열고 있다.

‘맑은샘’은 3년 전 6명의 각기 공예작품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로 출발한 협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은 여성으로 또 엄마들로 구성됐다.

치료전도사 아로마 테라피스트인 허정선 이사장을 필두로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수제도장’을 익힌 배지현 씨, 천연비누와 ‘소이 캔들’ 공예가 오진영 씨, 고소한 빵 내음만 맡아도 그리움 같은 것이 막 가슴속에서 번진다는 ‘빵 만드는 여자’ 이미현 씨, 작품이 누군가에겐 아픔을 치유하고, 꿈이 없는 분들에겐 배움의 길로 나가게 하고 싶다는 공예가 이은희 씨, 조손가정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작품을 통하여 끊임없이 돕겠다는 천사 캔들라미 한보람 씨. 

그들은 각자 고유한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서 연대하며 서로 의지하고 응원과 협업을 통해 멈추지 않는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3년 맑은샘의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 또한 남다르다. 조손 가정, 소아당뇨 여학생 돕기 바자회, 취약계층을 위한 천연모기퇴치제 제작 기증, 서산 희망 프로젝트 여성희망 멘토링, 결식아동을 위한 ‘백송이 사랑의 밥을 피워주세요’, 서산희망나눔푸드마켓에 기부 코너를 상시 운영하는 등 언제나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협동조합을 낳고 키우는 맑은샘공예사회적협동조합
시니어 이웃사랑·여성협동조합 누리봄·청년협동조합인 서화향 설립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꿈을, 좌절이라는 어두운 골목을 비틀거리며 걷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맑은샘. 그녀들이 사회를 향해 펼치고 있는 꿈은 야무지고 당차다. 

그녀들은 자신들만의 테두리에서 자신들만의 꿈을 키우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분야마다 전문가 과정 양성을 통해 또 다른 협동조합을 잉태하고 있다. 

지금까지 3개의 협동조합을 세웠다. 시니어협동조합인 ‘이웃사랑협동조합’과 여성협동조합인 ‘누리봄협동조합’. 그리고 청년협동조합인 ‘서화향협동조합’이 그것이다. 

이웃사랑협동조합의 지역 특산물로 제조한 천연 세제류(유영란, 김혜숙, 이종선, 서혜숙, 서정희) (사진=박두웅 기자)
이웃사랑협동조합의 지역 특산물로 제조한 천연 세제류(유영란, 김혜숙, 이종선, 서혜숙, 서정희) (사진=박두웅 기자)

‘이웃사랑협동조합’은 대부분 정년을 마친 시니어들로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는 협동조합이다. 주력상품은 지역 특산물인 감태, 생강, 서산육쪽마늘, 서산6년근인삼 추출물로 만든 천연세제류를 서산의 9경 9품을 주제로 선보이고 있다. 해미읍성,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상, 간월암, 황금산, 삼길포항 등 서산이 자랑하는 9경이 새겨져 있다. 

누리봄협동조합의 ‘파티’를 위한 플라워 공예 (사진=박두웅 기자)
누리봄협동조합의 ‘파티’를 위한 플라워 공예 (사진=박두웅 기자)

‘누리봄협동조합’은 요리, 홈 쿠킹, 보석십자수 등 경력 단절 여성을 중심으로 전문가 과정을 통해 양성한 조합원들로 방과 후 수업, 아이돌봄 서비스하고 있다. 결혼식 파티에 어울리는 플라워공예 작품은 화려함이 넘쳐 결혼식의 축복을 선사한다.  

서화향협동조합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향’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서화향협동조합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향’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서화향협동조합’은 청년협동조합으로 ‘서산의 꽃향’이라는 의미를 담아 독특한 ‘향’ 제조 및 ‘향’을 통한 치유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조합원의 재능을 기반으로 미니어처 제작, 금속공예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봄의 향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새 생명의 탄생을. 여름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청량함을, 가을은 아스라이 사라진 낙엽에 대한 추억을, 겨울은 아랫목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연상시키는 향수들이다. 수백 가지의 향 베이스를 조합, 사계절을 표현했다. 

서화향협동조합의 미니어쳐(심규은, 김민학, 심규영) (사진=박두웅 기자)
서화향협동조합의 미니어쳐(심규은, 김민학, 심규영) (사진=박두웅 기자)
서화향협동조합의 웹툰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서화향협동조합의 웹툰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협동조합이 또 다른 협동조합을 탄생시키고 있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허정선 이사장은 “세상 사람들 99% 아픕니다. 아닌 척, 안 그런 척 무진 애를 써봐도 돌아서면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을 삼킵니다”며, 맑은샘이 공예분야 전문가 양성을 통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여성은 여성대로,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시니어들은 시니어대로 ‘나를 찾는’ 일을 통해 소속감과 성취감을 되찾고. 나를 치유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샘물과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옥 화백과 그녀의 작품 수국화 (사진=박두웅 기자)
송경옥 화백과 그녀의 작품 수국화 (사진=박두웅 기자)

선한 길을 가는 이들에겐 언제나 동지가 있다. ‘제4회 이야기가 있는 공예전시회’에도 맑은샘과 항상 함께하는 송경옥 화백이 수국화 작품을, 김서연 공예작가는 우드버닝 작품을, 박유나 공예작가의 라탄 작품이 선보였다.

김서연 공예작가의 우드버닝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김서연 공예작가의 우드버닝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박유나 공예작가의 라탄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박유나 공예작가의 라탄 작품 (사진=박두웅 기자)

꽃 중에서 수국을 유난히 사랑하는 송 작가는 “진심, 변덕, 냉정, 거만, 짝사랑, 처녀의 꿈 등 다양한 꽃말을 지녔지만, 그중에서도 진심이란 단어가 마음에 와닿아 자주 수국을 그린다”며 “(맑은샘이 그리는 꿈처럼) 나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보듬고, 위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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