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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지하의 눈물이 없는 세상’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

[기획] ‘반지하의 눈물이 없는 세상’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

  • 기자명 박두웅 기자
  • 입력 2022.08.13 16:58
  • 수정 2023.03.0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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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제16호 입택식 가져
“더워도 좋았고, 힘들어도 즐거웠던 세 달 간의 추억”
80여 일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의 봉사자 참여 ‘완공’

지난 80여 일 간의 사랑의 집짓기 과정들. (사진=박두웅 기자)
지난 80여 일 간의 사랑의 집짓기 과정들. (사진=박두웅 기자)

[뉴스더원=박두웅 기자] 지난 8월 8일 밤 서울 관악구의 한 반지하 집에서 숨진 일가족 3명의 장례식이 국민들의 비통함 속에 치러졌다. 그들은 40대 여성 A씨와 발달장애인 언니, 13살 짜리 딸이었다. 이어 10일에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 B씨도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에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들에게 주거 공간은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쉼의 공간이 아니라 피워보지도 못한 꿈이 매장되는 무덤이 됐다. 2019년 5월 영화 기생충 개봉 이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우리나라 반지하를 고유명사처럼 ‘banjiha’라고 칭했다. ‘기본적으로 햇빛이 없으며 사람들이 시선을 내리면 내부를 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는 신조어로, 취약계층의 상징이 됐다.

농촌의 경우 도시와는 사뭇 다른 현상을 보인다. 도시처럼 굳이 반지하를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위험은 땅속이 아닌 벽과 지붕에 도사리고 있다. 흙벽으로 지어져 오랜 세월 동안 낡고 쓰러져 가는 주거 공간들이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협하기 일쑤다.

사랑의 집 짓기 전 유원종씨 댁 옛 모습. (사진=박두웅 기자)
사랑의 집 짓기 전 유원종씨 댁 옛 모습. (사진=박두웅 기자)

다행스러운 것은 도시와 달리 농촌에서는 ‘사랑의 집 짓기’ 활동이 각종 봉사단체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주택의 경우 토지 소유권 문제 등 건축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마을공동체의 합심도 필요하다.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제16호 입택식 가져
80여 일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의 봉사자 참여 ‘완공’

사랑의 집 나눔회 문대현 회장이 유원종씨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두웅 기자)
사랑의 집 나눔회 문대현 회장이 유원종씨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두웅 기자)

“정말 좋아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안 새요.”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유원종(36·서산시 대산읍 대로리)씨는 입택식 내내 연신 싱글벙글이다. 다소 지적 능력이 떨어지지만 천사의 눈을 가진 마을의 귀염둥이다.

마을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입택식 주인공 유원종씨. (사진=박두웅 기자)
마을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입택식 주인공 유원종씨. (사진=박두웅 기자)

‘사랑의 집 나눔회’(회장 문대현)는 13일 서산시 대산읍 몰이산길 87-9 일원에서 ‘제16호 사랑의 집 짓기’ 입택식을 열었다.

사랑의 집 나눔회는 서산지역 건축 관련 종사자들이 주가 되고 여기에 마음이 맞는 회원들이 모여 이뤄진 봉사단체다. 2004년 출발 당시 18명이었던 회원 수도 그간 36명으로 늘었다.

9대 문대현 회장(송철가설재 대표)을 중심으로 한민구 부회장(한화토탈에너지스), 이한영 사무국장(가람디자인광고), 최세훈 재무(오피스디포 서산점), 송현주 총무(1급 신서산자동차정비공업사), 손성식 감사(장원건설)의 집행진과 가승로(싸군에어컨), 권국중(세기냉동), 김광석(본건축사 사무소), 김명기(B&B하우징), 김명재(가야측량설계), 김미곤(비제이종합건설), 김진호(김샘영수학원), 민윤기(테마건축사 사무소), 박광식(대창지물포), 박권태(한샘리하우스 서산대리점), 배윤병(부강건축), 신훈철(GS로터스), 유익주(세솔이엔씨), 오한석(노아건축사 사무소), 이명구(서우전력), 이상훈(임대업), 이희영(리홈인테리어), 임석기(롯데시네마), 임재정(예담건축사 사무소), 유병길(모두몰탈), 장규진(해든건축사 사무소), 조도형(임대업), 박중관(대산조립식판넬), 최기현(서산토탈건설), 피동섭(현대오일뱅크), 장필수(서령신협), 한선덕(서해도장공사), 한만정(신화엔텍)씨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랑의 집 나눔회는 2004년 1호 집 동문동 유사석 할머니 댁을 시작으로 이번 유원종씨 댁까지 18년 간 16호의 집을 완공했다. 유 할머니가 민속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100년 이상 된 작고 낡은 초가집에서 어렵게 홀로 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비롯됐다.

그동안 운산면 정창동(2호), 김복순(4호), 김영식(7호), 김재철(5호)씨 댁, 부석면 가재희(3호), 임대복(13호)씨 댁, 팔봉면 최순영(6호), 송계자(15호)씨 댁, 대산읍 노인수(8호)씨 댁, 온석동 박복순(9호) 할머니 댁, 인지면 이성구(10호)씨 댁, 양대동 행복한 둥지(11호), 음암면 정충옥(12호)씨 댁, 해미면 강을순(14호)씨 댁을 지었다.

“더워도 좋았고, 힘들어도 즐거웠던 세 달 간의 추억”
‘반지하의 눈물이 없는 세상’을 위해 힘을 모은 봉사자들

13일 열린 ‘제16호 사랑의 집 짓기’ 입택식에서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두웅 기자)
13일 열린 ‘제16호 사랑의 집 짓기’ 입택식에서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두웅 기자)

이번에 입택식을 가진 유씨가 사는 몰이산길은 대산읍에서 오지리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오지 중의 오지로, 차 한 대 정도 간신히 다닐 수 있는 산길을 넘어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다.

“이쪽저쪽이 무너지고, 이장님과 마을 사람들의 요청으로 보수를 해도 임시방편이었죠. 올 초 봉사자들이 의논한 끝에 아예 새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봉사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피동섭 현대오일뱅크 나눔터 봉사단 회장은 새집을 짓게 된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문대현 회장. (사진=박두웅 기자)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문대현 회장. (사진=박두웅 기자)

서산 사랑의 집 나눔회 문대현 회장은 “이번 집짓기에는 지난 15호에 이어 현대중공업 1% 나눔재단이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고 서산지역 기업체 사장님들, 라이온스 클럽,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대산읍과 (사)서산시자원봉사센터,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산지사 등이 협조했다”며 “지난 1월 18일 현장 조사 후 3월에 설계 및 인허가를 시작으로 5월 7일 착공식을 열고 80여 일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의 봉사자가 참여해 완공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80여 일 간의 집짓기 과정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사진=박두웅 기자)
지난 80여 일 간의 집짓기 과정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사진=박두웅 기자)

입택식을 맞는 봉사자들은 ‘더워도 좋았고, 힘들어도 즐거웠던 세 달 간의 추억’이라며 폭염 속에서 땀 흘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한 봉사자는 “이번 폭우로 숨진 장애인 일가족 뉴스에 눈물을 흘렸다. ‘반지하의 눈물이 없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정성을 다해 사랑의 집 짓기에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혀 박수를 받았다.

입택식 축사를 하는 이완섭 서산시장. (사진=박두웅 기자)
입택식 축사를 하는 이완섭 서산시장. (사진=박두웅 기자)

이완섭 서산시장은 축사를 통해 “이웃의 어려움을 돕는다는 것은 말은 하기 쉬우나 실천하기는 어렵다. 지난 18년 동안 사랑의 집 짓기 봉사활동에 매진해 온 나눔회 봉사자와 많은 봉사자의 수고와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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