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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정육점의 개고기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정육점의 개고기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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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내용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논문 표절과 허위 경력, 겉과 속이 다른 행동, 그리고 지난 시간을 통해 드러나는 특정 사안에 대한 말 바꾸기 등, 비겁하고 치졸한 ‘포장(包裝)의 기술’에 대한 비판이다.

얼핏 들으면 현 정부에 대한 비난과 비판인 것 같지만, 지난 정권에서도 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논쟁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비뚤어진 자화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새 정부의 초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정부도 역시 늘 회자하는 각종 의혹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젊은 여당 대표 정치인의 입을 통해 집권 여당의 이면에 가려진 실상을 스스로 폭로하는 형식으로 ‘양두구육’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양두구육이란 ‘양(羊)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懸羊頭賣狗肉)’는 말이다. 즉, 사람들을 속여서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양고기는 비싸고 좋은 고기, 개고기는 싸고 질이 떨어지는 고기라고 여겼다. 실제로는 나쁜 물건을 팔면서도 좋은 물건을 간판으로 내세우거나, 속으로는 좋지 않은 본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속은 변변치 않을 때 이를 풍자하는 말이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바로잡았어야 했던 것은 왜곡된 국정 로드맵으로 야기되어 갈라진 민심을 추스르는 일이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이미 정립된 여소야대 상황에다 근소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기 때문에 극심한 국론 분열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국민통합’이어야 했다.

그러나 국정 초반 이슈를 삼킨 것은 엉뚱하게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었다. 물론 역사적 평가가 있었지만, 그 자체로 이미 ‘그게 과연 최우선 과제인가?’라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마저 청와대에서 마지못해 쫓겨나는 듯한 모양새로 피해자처럼 연출하면서 갈등을 극대화했다.

어찌 되었건 새 정부의 이런 매끄럽지 못한 처사는 많은 국민에게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역효과만 남았고 새 정부의 옹졸함만 보여준 셈이 되었다.

거기에다 또다시 모르쇠 식 인사를 포함해 소통 부재의 모습에다 내부 권력다툼으로 비치는 내홍이 진행되면서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여 사면초가의 형국에 몰려 있다.

그 바람에 초반 평가는 참혹하다. 출범한 지 채 10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국정 지지율이 30%대 밑으로 추락했다. 이는 우리 헌정사상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여권 지지층에서도 이탈 현상이 완연해 보인다. 아직은 밀월 기간이어야 하는데도 벌써 이런 잡음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여러 관문이 있다. 그 관문의 마지막은 바로 국민 앞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진솔하게 꺼내놓고 당당하게 검증을 받는 것이다. 모든 일은 반드시 훗날 그 흑막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송나라 신종(神宗) 때 왕안석의 신법(新法)에 반대하다가 호북성 황주(黃州)로 좌천된 소동파(蘇東坡)가 지은 명문장 후적벽부(後赤壁賦)에 ‘수락석출(水落石出)’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름철 물이 가득한 호수에 우거진 숲이 어우러져 아름답던 경치도, 가뭄에 물이 빠지면 호수 바닥에 있던 돌이 드러난 황량한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 말을 ‘세상의 어떤 일이라도 반드시 훗날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인용한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꾼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정부가 간판으로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구호가 실상은 모두 겉과 속이 다른 거짓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이 상처받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출범한 것이 지금의 정권이다.

그러므로 지난 정부가 했던 것처럼 또다시 양고기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면 이번에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가 하는 걸 보고 국민은 지금 잔뜩 화가 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국민도, 나라도, 대통령도 불행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실패한 권력으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국민이 정권 교체를 해준 그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 지난 정부의 거짓과 오만함, 내로남불 식 소통 부재에 분노하던 국민의 소리를 반추해봐야 하는 이유다.

요즈음 저잣거리는 온통 ‘양두구육’이라는 성어로 시끄럽다. 혹시라도 살아오면서 자의든 실수였든 한 때 양고기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내다 판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삶을 구상해 보는 것도 늦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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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규 2022-08-22 10:02:38
현 정부의 국민들의 기대의 실망이 잘 들어나는 말인것 같습니다.
이러한 말들이 정계에서 나오는 것이 안따깝네요
Seoung-su, Kim 2022-08-22 08:29:21
양두구육, 토사구팽 이런 사자성어가 주로 정치권에서 회자된다는게 씁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