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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세로 바닥에 '과잠 100벌'이 깔린 이유

[르포] 연세로 바닥에 '과잠 100벌'이 깔린 이유

  • 기자명 정석원 시민기자
  • 입력 2022.09.04 13:38
  • 수정 2022.09.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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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서강·이화 총학, ‘연세로 차량 통행’ 반대 기자회견
“소통 없는 일방적 졸속 행정 유감”…“구-상인-주민-학생 다자협의체 마련”
상인 측 “왜 반대하는지 이해 안 돼” 질문에 “갈등 구도 절대 반대”

[뉴스더원=정석원 시민기자] 연세대학교·서강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연합해 조직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 폐지 대응을 위한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연세로 공동행동)'은 지난 3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연세로 차량 통행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로 지정돼 평일 금요일 오후 2시까지는 버스와 보행자만 통행하고 이 시간 이후 일요일까지는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서대문구가 현행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 정책을 폐지하고 연세로에 일반 차량이 통행할 수 있게 하는 ‘연세로 차량 통행 환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연세로 공동행동 측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지난 7월 15일 ‘연세로 차량 통행 환원 간담회’를 열어 구 및 유관 단체 간 대화의 장을 마련했으나, 이후 어떠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대문구는 9~10월 중 해당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3일 연세로 공동행동이 연세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과잠(학과 잠바)' 100벌을 연세로 바닥에 까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3일 연세로 공동행동이 연세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과잠(학과 잠바)' 100벌을 연세로 바닥에 까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연세로 공동행동은 구의 이 같은 계획에 우려를 표하며 사업 관련 각 대학의 입장을 알리고 대화의 장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과잠(학과 잠바)’ 100벌을 연세로 바닥에 까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연세로 공동행동 측은 ‘과잠 퍼포먼스’가 “구의 일방적인 사업 강행에 대한 3개 대학 학생들의 연대와 대응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급한 정책 추진, 보행자 안전사고, 대학가 문화 상실”

연세로 공동행동과 3개 대학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에서 ‘성급한 정책 추진’, ‘보행자 안전’, ‘대학가 문화 상실’ 등을 이유로 연세로 차량 통행 환원사업에 반대를 표했다.

최민혁 연세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 연세로 공동행동
최민혁 연세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 연세로 공동행동 명의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최민혁 연세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8월 3일부터 서대문구에 대화의 장 개설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대면 학기와 동시에 수많은 학생이 이용할 연세로를 학생들 의견 없이 진행하는 구의 행정 집행 방식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함형진 연세로 공동행동 의장 겸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 4번째)이 연세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함형진 연세로 공동행동 의장 겸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 4번째)이 연세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함형진 연세로 공동행동 의장 겸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세로의 상징성을 고려해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며 사업 관련 모든 당사자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다자협의체 구성을 구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구의 사업 강행을 ‘졸속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주영 서강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강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박주영 서강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강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박주영 서강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면 수업의 전면 재개에 따라 많은 서강대생이 신촌과 학교를 오가고 서강대의 온갖 약속과 행사가 신촌에서 열리는데, 연세로가 차 있는 거리가 된다면 안전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징성 있는 연세로가 무엇을 위해, 어떤 결과를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태경 이화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이화여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류태경 이화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이화여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류태경 이화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왕복 2차로인 연세로에 일반 차량이 통행한다면 주변 도로까지 연쇄적인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학생들의 등·하교에 큰 불편함을 초래한다”며 “사업이 마무리되면 문화·학술 활동을 위한 공간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일부 상인 ‘사업 찬성’…학생들 “상인들과 갈등하자는 것 아냐”

신촌 상인연합회인 신촌번영회가 연세로에 차가 못 다녀 신촌 상권이 침체했다며 차없는거리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신촌 상인연합회인 신촌번영회가 연세로에 차가 못 다녀 신촌 상권이 침체했다며 차없는거리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신촌 주민연합회인 신촌동발전위원회가 연세로에 차가 못 다니자 주변 골목길에 차가 몰려 매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없는거리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신촌 주민연합회인 신촌동발전위원회가 연세로에 차가 못 다니자 주변 골목길에 차가 몰려 매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없는거리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입장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연세로 공동행동 측은 ‘구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연세로 공동행동 측이 사업에 찬성하는 상인들과 만나 대화하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구 주도의 다자협의체가 구성되지 않더라도 상인회·주민회·번영회와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신촌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이 질의응답 시간에 연세로 공동행동 측에 질문하고 있다. (사진=정석원 시민기자)

해당 답변 이후 한 상인이 “코로나 때문에 상권이 망해가는데 차가 안 다녀 먹고 살아가기 힘들다”, “신촌은 망해가고 홍대는 살고 있다”라며 현행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 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연세로에 차가 못 다니니 많은 차가 창서초등학교 쪽으로 몰려 매연 문제와 아이들 통학 안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연세로 공동행동 측은 “성급한 행정 진행으로 이렇게 상인, 주민, 학생 사이 이견과 갈등이 생기고 있다”라며 구의 사업 강행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무조건 이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 “상인들과 갈등하고, 또 그렇게 비치는 것은 싫다”며 상인들과의 갈등 구도에 반대했다.

또 “3년 동안의 대화로 현재 연세로가 생겨났다”, “없어질 때도 그만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다시 한번 구에 대화의 장 마련을 촉구했다.

연세로 공동행동 측은 오는 9월 7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면담을 하고 이 구청장에게 공동행동 측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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