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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추행범 검거,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기자수첩] 성추행범 검거,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 기자명 장성협 기자
  • 입력 2022.09.19 20:35
  • 수정 2022.09.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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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종로3가역에서 기자와 경찰이 성추행범을 검거하기 직전 모습. 빨간 원안이 성추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장성협 기자)
지난 17일 오후 종로3가역에서 기자와 경찰이 성추행범을 검거하기 직전 모습. 빨간 원안이 성추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장성협 기자)

[뉴스더원=장성협 기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9월 17일. 신당동 역무원 살인사건 관련 현장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사무실이 있는 종로3가 지하철역에서 하차했다.

종로3가 4번 출구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 눈을 의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밀착해 음란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성추행범임을 직감하고 신고나 검거를 고민하던 찰나. 성추행범이 다시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는 것을 목격하고 또 다른 여성이 피해자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몰래 뒤를 밟았다.

신고를 하려면 증거가 필수였기에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피의자의 음란행위를 두 번 연속 카메라에 담았다. 이제 신고만 하면 되는데 마침 신당동 취재에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 터라 배터리가 꺼지기 직전이었다.

그 때부터 범인이 검거되기까지의 과정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기자는 지하철 고객관리실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그 후 유선전화로 112에 신고가 이뤄졌고, 경찰이 올 때까지 지하철 역무원은 관제실에서 CCTV 화면으로 피의자 동선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다.

때마침 경찰관이 신속 출동하고 얼굴을 목격한 기자와 함께 종로3가역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30대 초반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녀 경찰관은 계단을 이용해 거의 날아다닐 만큼 민첩하게 움직였다.

노트북과 카메라가 가방에 있어 그들처럼 빨리 뛸 수 없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노력하는 경찰관의 모습을 보니 이를 악물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승강장을 아무리 뒤져도 성추행범이 보이지 않자 경찰관이 나에게 “선생님 많이 힘드시겠지만 성추행범을 잡을 수 있게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도 같이 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라며 공손히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 짧은 순간 뇌리를 번뜩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경찰관 모두 2~3차 피해자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런 경찰들만 있으면 우리나라 치안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다른 여성을 노리고 이동 중인 성추행범을 발견하고 한달음에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덕분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서를 작성하는 등 시간을 조금 뺏기긴 했지만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안도에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번 성추행범 검거 과정을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신고부터 역무원의 적절한 대응, 경찰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검거까지 한치에 소홀함 없이 일사불란했다는 점이다.

검거 후 사건 진행 사항과 감사의 문자메시지가 경찰에서 수시로 오고 있다. 기자는 1994년 의무경찰에 복무해 27개월가량 경찰에 대한 경험이 있는 터라 더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임 경찰이라면 누구나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곳 연병장에는 빨간 글씨의 대형 문구가 있다. 이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적극적인 경찰들에게 딱 맞는 문구가 아닌가 싶어 흐뭇한 주말 밤이었다.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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