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더원=김다정 기자] "이제는 이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할 때다."
무소속 윤미향 국회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농업 이주노동자 주거·노동환경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0년 12월 20일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씨는 추운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주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악한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년여 전 이들의 숙소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도 현장여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숙소 문제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문제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 공제 ▲휴게시간 조작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폭력 문제 등 이주노동119가 실시한 상담사례가 최초로 공개됐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용노동부 공무원이 기숙사 주거환경이 어떤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있는 사업장을 알선해 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속헹씨 유족의 위임을 받아 국가배상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음을 밝혔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시간, 근로장소, 휴게시간 등 근로계약서 조항들이 모호하게 설정돼 있거나 누락되는 경우를 지적했다.
농업 이주노동자 메이메이씨(가명)는 성폭력 및 주거실태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바깥에서 기숙사 욕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지난 7월 13일 저녁 회사 사장이 그 곳을 통해 내가 씻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고 밝힌 뒤 “그날 마침 나를 방문한 친구가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이라며 울먹였다.
이주노동자들의 자세한 주거환경과 노동실태는 현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농업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및 노동실태 사진전-여기, 사람이 살고있다’에서 볼 수 있다.
윤미향 의원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농촌이 지속가능하다"며 "농업 이주노동자 주거환경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법·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