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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허튼소리] 말로써 말 많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설화(舌禍)

[박현수의 허튼소리] 말로써 말 많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설화(舌禍)

  • 기자명 박현수 기자
  • 입력 202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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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본지 편집인
박현수 본지 편집인

[뉴스더원=박현수 기자] 민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조들을 모아 조선 영조때 김천택이 펴낸 <청구영언(靑丘永言)>이란 시조집이 있다. 여기에 작자 미상에 제목도 불명이지만 말에 대한 기막힌 경고를 담은 시조가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하는것이

남의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않을까 하노라 

말은 만복(萬福)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만화(萬禍)의 원천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지도 하고 말 한마디로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들기도 한다.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말을 뱉는 입은 금은보화 가득 찬 보물창고이면서 재앙의 쓰레기통이기도 하다.

중국 후한이 멸망하고 위, 촉, 오가 치열하게 다투던 삼국 시기에  중원의 중심이라는 한중지역을 두고 유비와 조조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였다. 싸움은 수개월 동안 계속 됐고 조조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후퇴를 고심하던 조조가 어느날 저녁식사로 닭국을 먹으며 장고를 거듭했다. 조조의 맹장 하후돈이 '오늘밤 암호는 뭐라고 할까요'하고 물었다. 조조는 무심코 '계륵(鷄肋)'이라고 했다.

모두들 말뜻을 몰랐지만 천재로 이름난 양수만은 바로 알아챘다. 그가 동료와 부하들에게  말했다. “계륵은 닭갈비다. 닭갈비는 먹을건 없지만 버리기는 아깝다. 승상이 철군을 생각하고 있다. 짐을 꾸려라"

이 말을 전해들은 조조는 아차했다. 너무도 정확하게 자신의 속뜻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조조는 머리가 좋은데다 말마저 많은 양수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수는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목으로 참수된다. 양수가 말을 조금만 줄였더라면 어땠을까.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은 또다른 말로 이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말은 불화를 만들고 갈등을 부른다. 흘러 다니는 말에 본래 의미는 없다. 일그러지고 보기싫게 변해버린 형체만 남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발언이 논란이다. 짧은 동영상에 담긴 말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미국 의회를 비하했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무슨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에 '허허'하고 웃으며 소이부답(笑而不答)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짧고 굵게 '실수 했다. 불찰이다'하고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

'너 죽고 나 살자'고 극악스럽게 싸우는 한국 정치판의 특성상 그래도 논란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복잡해지진 않았을게다. 최소한 진흙탕만은 면하지 않았을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는데 대통령실은 물의 흔적까지 없애겠다고 나섰다. 과욕이 화를 불렀다. 스텝이 꼬였다. 꼬인 스텝으로 걷다보니 헛발질을 한다. 헛발질을 거듭하니 보기 흉한 발자국만 사방에 가득하다.

정치인들의 말 실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부시부터 레이건까지 미국의 많은 대통령들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혹은 아무도 안듣는 줄 알고 욕도 하고 험담도 하다 된통 당했다. 한국의 대통령 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실수를 실수라고 인정했다. 깨끗하게 시인하고 깔끔하게 사과했다. 논란은 최소화됐다. 국익을 고려하는 정서들도 한몫 거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4개월이 됐다. 그 짧은 기간에 이런저런 말(言) 사고(事故)가 있었다. 이제는 정제될 시기도 됐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격의없이 소통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좋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적절한 절제와 중용의 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말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말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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