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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막말 논란 “당신들, 그리 한가해?”

[황환택의 頂門一針] 막말 논란 “당신들, 그리 한가해?”

  • 기자명 황환택 특임교수
  • 입력 2022.09.29 00:00
  • 수정 2022.09.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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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특임교수] ‘핫 마이크(hot mic)’, 녹음기가 주변에 있거나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말을 하다가 노출되면서 문제가 되는 사건을 가리킨다. 

올해 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자 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질문을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멍청한 개자식(What a stupid son of a b---h)”라 내뱉는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에게 사과했다. 

대참사가 될 뻔한 ‘핫 마이크’도 있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매주 라디오 방송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방송 전 마이크 테스트를 하겠다면서 “미국인 여러분, 나는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게 돼 기쁘다. 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마이크 테스트로 인해 미·소 관계는 얼어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제7자 재정공약 회의장에서 걸어 나오면서 수행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렇게 말하는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한 방송국을 통해 알려졌다. 전형적인 ‘핫 마이크’다.

그런데 ‘이 XX’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나를 이 XX, 저 XX라고 지칭했다’고 했을 때 나왔던 말이다.

이 두 상황을 이어서 보면 윤 대통령은 그냥 큰 악의 없이 습관적으로 ‘이 XX’라는 말을 쓴 것 같다. 그런데 우리도 가끔 ‘이 XX들’라는 표현을 쓴다. 그렇다고 큰 악의를 가지고 쓰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물론 이 표현이 아름답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다면 말에는 언격(言格)이 있다. 언어는 직업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시험을 통과했어도 검사의 말이 다르고 판사의 말이 다르다. 직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범인을 다루는 검사의 말은 거친 경향이 있다. 

이제 윤 대통령은 검사가 아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무겁고 뜨거우며 날카롭고 빠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가의 손익(損益)과 직결된다. 그러니 이제 검사 윤석열의 언어를 버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이끄는 최고 지도자의 언격(言格)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실 관계자분들, 이제 더는 변명하지 말자. 이 발언에서 ‘이 XX들’이 미국 의회가 되든, 우리나라 국회가 되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또한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발언 자체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말이 대통령의 언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러니 그냥 ‘핫(hot)한 마이크’ 실수였음을 쿨(cool)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자. 발언의 내용과 무관하게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하여 송구하다는 뜻을 표하면 된다. 

물론 야당의 지나친 대응도 지나치다. 외교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고생하는 자국의 대통령을 향해 마치 말실수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달려드는 것 또한 보기 좋지 않다. 정쟁도 좋고 권력도 좋으나 국익이 최우선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 위기 상황이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가. 이제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속어 논란 정국을 마무리하자. 진짜 부끄러운 것을 이런 사소한 것을 꼬투리 삼아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는 우리 정치권의 민낯이다. 이러한 논란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이것은 사실상 집단적 자해 행위다. 

오래간만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옳은 소리를 했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그렇다. 거짓은 거짓을 낳을 뿐이다.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국방, 신뢰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信賴)라 했다. 어느 경우에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민초(民草)가 정치권에 묻는다. 

“당신들, 그리 한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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