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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천 개항문화 유산, 설명들으니 머리에 쏙쏙! 재미나요!"

[기획] "인천 개항문화 유산, 설명들으니 머리에 쏙쏙! 재미나요!"

  • 기자명 장철순 기자
  • 입력 2022.10.02 16:10
  • 수정 2022.10.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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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문화유산 도보탐방 뉴스더원 동행취재기
인천 최초의 교회, 호텔, 짜장면, 일본식 은행건물, 공원 등 문화유산 탐방

인천의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1일 인천내리교회에 모여 인천 문화유산 도보탐방 길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철순 기자)
인천의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1일 인천내리교회에 모여 인천 문화유산 도보탐방 길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철순 기자)

[뉴스더원=장철순 기자]  "여러분, 오늘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사현장을 찾아 갑니다."

10월 황금 연휴 첫날인 1일 오전 9시. 인천시 중구 내동 '인천내리교회'에 초등학생과 학부모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 문화유산 도보 탐방' 참가자들이다.

문화해설사 박경미(51·여)씨가 '인천 내리교회'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1885년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를 세우고 신앙불모지였던 조선에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또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인 영화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서 하와이 이민이 처음 시작됐고, 한국인 목사를 처음으로 배출하기도 했다"고 역사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탐방단이 찾은 곳은 성공회 내동교회.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는 제물포항의 개항으로 대한민국에 근대화 물결이 일면서 1890년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 초등학생이 내리 성공회성당의 안내판을 보고 있다. (장철순 기자)
한 초등학생이 내리 성공회성당의 안내판을 보고 있다. (장철순 기자)

'성공회 내리교회'가 있는 곳은 원래 의사 랜디스가 세운 '성 누가병원'이 있었다. 이 곳은 6·25 전쟁으로 소실됐다가 복구된 뒤 교회로 정착됐다.

문화해설사는 "일제는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심지어 성공회 강화성당의 종, 철제난간까지 빼앗아 갔다가 지난 2010년 다시 철제 난간을 설치해 줬다"며 "성공회 강화성당과 인천성당은 일제 침략기, 6·25 전쟁을 거치면서 온갖 수난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회가 조선인들에게 많은 사랑과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도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예문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홍예문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장철순 기자)
홍예문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홍예문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장철순 기자)

이어 '홍예문'에 도착했다. 무지개처럼 생겼다는 뜻의 홍예문(虹霓門).

1983년 인천이 개항되면서 중국과 일본이 들어와 자신들만의 조계지를 만든다. 일본 조계지에서 만석동으로 이동할 때 편리하도록  응봉산 남쪽 마루턱을 깍아 홍예문을 만들었다.

이 문을 만들 때 커다란 암벽을 파내려다 50여 명의 조선인이 사망하기도 한다. 일본은 구멍 혈(穴)을 따 '혈문(穴門)'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조선인들은 피눈물을 흘리는 문이라고 해 '혈문(血門)'이라고 했다.

해설사는 홍예문에 얽힌 이야기도 해줬다.

한 중학생이 양산을 쓰고 홍예문에서 뛰어내렸는데 전혀 다치지 않은 일이 신문기사에 났다는 얘기, 일본인 여성이 홍예문 근처에서 노상방뇨를 하다 길 가던 조선인과 싸운 뒤 경범죄 과태료가 처음 생겼다는 얘기 등을 해줬다.

홍예문은 강화의 화강암을 사용해 지어졌다며 옛 사진과 현대의 사진을 비교해 보여주기도 했다.

탐방단은 이어 자유공원 중턱 길에 위치한 '인천 시민愛집'에 도착했다.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했던 곳이다. 지난 1966년 한옥식으로 건축된 송학동 옛 시장관사에는 2001년 최기선 전 시장까지 17명의 인천시장이 거주했다.

이후 인천역사자료관으로 운영되다 지난 2018년 10월 문화공간으로 시민에게 돌려줬다. 인천시는 이곳을 정비한 후 '인천 시민愛집'으로 이름을 바꾸고 2021년 7월 1일 개방했다.

이곳에서는 개항문화에 대한 전시회, 영화, 작은 음악회, 국악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자유공원 쪽으로 걷고 있는 탐방단의 모습. (장철순 기자)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자유공원 쪽으로 걷고 있는 탐방단의 모습. (장철순 기자) 

다음으로 탐방단이 찾아간 곳은 '제물포구락부(濟物浦俱樂部)'. 자유공원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1901년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의 사교장으로 지어졌다. 구락부는 클럽(club)의 일본식 발음이다.

'제물포구락부'는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7호(1993년 7월)다. 현재 시는 도시재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는 제물포구락부를 복원하고 근대문화유산 보전을 넘어 개항장 역사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하고 119년 된 석벽이 있는 1층을 개방해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장소로도 유명세를 탔다.

인천시가 추진한 '제물포구락부 재생사업'은 2021년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어 자유공원으로 올라간 탐방단은 이 공원에 얽힌 이야기도 들었다. 

인천 자유공원은 조선 시대에 응봉산으로 불렸다. 개항 이후 아름다운 산 주위에 모여 살던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등이 공원을 만들자고 해서 최초로 서양식 공원으로 꾸미고 '각국공원'이라고 불렀다. 또 여러 나라 국기가 늘 펄럭였다고 해서 '만국공원'이라고도 했다.

이곳이 자유공원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 맥아더 장군이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한 뒤 대한민국이 자유와 가까워 졌다고 해서 '자유공원'으로 명칭이 바뀌면서부터다.

"여러분, 맥아더 동상이 어디를 보고 있나요?" 해설사는 맥아더 동상이 정면이 아닌 인천 상륙작전이 펼쳐졌던 월미도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설사가 보여 준 1900년대 초 자유공원 정상에 있던 존스턴 별장의 모습. (사진=인천시)
해설사가 보여준 1900년대 초 자유공원 정상에 있던 존스턴 별장의 모습. (인천시 제공)

그러면서 사진을 꺼내 들었다. 1900년대 초의 사진으로 자유공원 정상에 크고 아름다운 집의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이 영국 상인 존스턴의 별장이라고 소개했다.

존스턴 별장의 기와가 붉은색으로 돼 있어 인천으로 들어오는 배는 별장의 모습이 보이면 인천에 다 왔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 별장은 개항기 인천의 경관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건물이었다. 후에 일본인 등이 사용하다가 1936년 '인천각'이라는 요리점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 때 미군의 함포 사격으로 일부 파괴되고 미군이 사용하다 헐렸다. 존스턴 별장에 대한 복원 논란도 일고 있다. 

해설사는 자유공원을 만들었던 러시아 건축가 '세레진 사바찐'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사바찐은 1896년 명성황후 살해현장에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제물포구락부'도 지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 조선을 그리워하다 사망했다고 한다.

이날 짙은 안개로 자유공원에서 늘 보이는 인천대교, 월미도 등은 보이지 않았다. 자유공원에서 휴식을 하는 동안 문화유산 도보 탐방에 참가한 가족을 만났다.

자유공원에서 아빠 강한영씨 가족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장철순 기자)
자유공원에서 아빠 강한영씨 가족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장철순 기자)

아빠 강한영(43)씨와 엄마 손모(39)씨, 쌍둥이 아들 윤서(9), 현서(9), 딸 서아(6) 등 일가족은 아빠의 추천으로 탐방 길에 나섰다고 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인천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아빠 강씨는 "아이들에게 인천을 알게 해 줄 이벤트를 찾다가 문화유산 도보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그동안 여기저기 다녔지만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개항기 건축물 등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맥아더 장군도 알고, 자유공원도 알았지만 존스턴 별장 얘기, 사바찐의 일화, 홍예문에 얽힌 이야기 등은 처음 들었다"며 "도보탐방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엄마 손씨는 "아이들과 월미도, 강화도, 소래포구, 개항장 일대 등을 다녔지만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탐방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설명 듣고 놓친 부분을 나중에 설명해 주려고 열심히 메모하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탐방단은 자유공원에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갔다.

문화유산 탐방단이 짜장면박물관에서 1970년대 짜장면 먹는 모습을 둘러보고 있다. (장철순 기자)
문화유산 탐방단이 짜장면박물관에서 1970년대 짜장면 먹는 모습을 둘러보고 있다. (장철순 기자)

짜장면박물관인 '공화춘'. 1911년 산동성 출신 화교 우희광이 중국음식점을 열고, 중화민국의 수립을 기념해 '공화국의 봄'이라는 의미의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꾼다.

공화춘은 이후 인천과 서울의 상류층들이 이용한 경인지역 최고의 요리점으로, 70여 년 동안 명성을 이어왔다. 이곳은 화강암 석축위에 벽돌을 쌓아 올린 2층 벽돌조 건물로 화교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근대 문화유산이다. 인천역 일대 상가가 쇄락하면서 1983년 영업을 중단했다. 인천시는 지난 2012년 짜장면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설사는 "중국인들이 먹던 짜장면은 원래 기름 양이 많고 느끼하다. 짠 된장에 삶아 낸 국수를 비벼 먹었다. 그런데 조선인의 입맛에 너무 짰다. 그래서 야채, 카라멜, 설탕 등을 넣어 달짝지근한 맛으로 바뀐 음식이 지금의 짜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타운에서 내려오자 대불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이 호텔은 1888년에 지어진 최초의 근대식 호텔이다. 현재 건물은 옛 호텔모습을 재현한 건축물이다.

인천항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서울로 가기 전에 투숙하거나,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 배편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이곳에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가 투숙하기도 했다. 그가 남긴 숙박 후기는 대불호텔과 그 주변의 거리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호텔은 1899년 경인선 개통 이후 투숙객들이 줄어들면서 1907년 폐업하고, 중국요리점 '중화루'로 1970년대까지 영업하다가 1978년 철거됐다.

중구가 1970년대 신포동 일대 거리를 재현한 모습. (장철순 기자)
중구가 1970년대 신포동 일대 거리를 재현한 모습. (장철순 기자)

인천시 중구는 2018년 대불호텔 터에 과거의 대불호텔을 재현한 건물을 세우고 중구 생활사박물관으로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중구 생활사박물관에는 1960~70년대 개항장 일대의 중구 모습을 담아냈다. 서민의 애환을 달래줬던 서민주점인 대전집, 충남집, 대동강, 다복집 등의 옛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 걷다 보니 일본 제1은행 건물이 나타났다. 근대기 인천에 건립됐던 은행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지금은 인천 개항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분, 일본인들이 왜 은행을 단단한 돌로 만들었을까요?"

해설사는 "조선인들에게 강한 권위를 보이기 위해 단단한 돌을 사용했다. 은행 지을 때 돌, 나무 등 모든 건축재료는 일본에서 갖고 왔다"고 설명했다.

조선의 집과 논밭을 강제로 빼앗아 조선인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이 상징적인 건물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마음에 새기기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화유산 도보탐방이 끝난 뒤 점심메뉴로 선택한 짜장면이 먹음직스럽다. (장철순 기자)
문화유산 도보탐방이 끝난 뒤 점심메뉴로 선택한 짜장면이 먹음직스럽다. (장철순 기자)

이날 3시간 동안 이뤄진 문화유산 도보 탐방을 마친 학생과 학부모들은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겠다며 '차이나타운'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편 인천시는 오는 11월까지 관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모두 10차례 '인천 문화유산 도보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근대개항 도시로서의 인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인천 고유의 특색을 느껴볼 수 있는 생생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탐방을 통해 중구 개항장, 미추홀구·연수구 박물관 등과 강화군 일대의 역사문화 유적지를 역사·지리 전문가와의 해설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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