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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이익과 도리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이익과 도리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10.03 00:00
  • 수정 2022.10.03 04:59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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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장안대학교 교수,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장안대학교 교수,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 인정이 아니다. 애정도 아니고 동정도 아니며 의리도 아니다. 단 하나, 오로지 이익(利益)이다.

인간은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은 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양심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인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이익과 도리의 가치를 역설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도 사람이 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을 규제하는 기준을 이야기하면서 이익과 도리의 관점에서 풀어나갔다.

춘추시대, 정(鄭)나라와 송(宋)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결전을 앞두고 송나라의 대장 화원(華元)은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준비했다. 군사들은 크게 기뻐하여 맛있게 먹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런데 대장 화원의 마차를 모는 마부 양짐(羊斟)에게는 양고기를 주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부장(副將)이 화원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마차를 모는 자까지 양고기를 먹일 필요는 없다. 마부는 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이튿날 전투가 시작되었다. 화원은 여느 때처럼 양짐이 모는 마차 위에서 전군을 지휘했다. 두 나라 군사력이 팽팽하여 좀처럼 쉽게 승패가 날 것 같지 않았다. 전세를 관망하던 화원이 정나라 군의 약점을 파악했다. 화원은 양짐에게 명령하였다.

“마차를 오른쪽으로 돌려라. 전군은 나를 따르라. 적의 약점이 저기에 있다.”

대장의 신호에 따라 마차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곧이어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화원의 깃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정나라 군 진용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나라 군이 거의 궤멸하기 직전에 갑자기 대장의 마차가 정나라 병력이 밀집해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황한 화원이 마차의 방향을 바꾸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말고삐를 잡은 양짐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어제 양고기를 군사들에게 먹인 것은 장군의 판단에 따라 한 일이지만, 오늘 내가 말을 모는 일은 내 판단에 따라 하는 겁니다. (疇昔之羊 自爲政, 今日之事 我爲政)”

엉뚱하게도 정나라 진영 한가운데로 들어간 화원은 졸지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지휘관을 잃은 송나라 군은 허둥대면서 급격하게 전열이 무너졌다. 정나라는 대승을 거두었다. 송나라의 패배는 바로 마부 양짐이 결정적인 순간에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이적행위를 한 때문이었다.

이 고사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평전(評傳)」에 실려 있다.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앞세워 행동하게 되면, 결국 자신은 물론 전체에게 심각한 손해를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가르침으로, 오늘날 ‘각자위정(各自爲政)’이라는 가르침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어떤가?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는 결정이라고 너스레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개인적, 당파적 이익에 충실한 행동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기 일쑤다.

경기부양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 처리를 요청해도, 그때마다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사안과 연계하여 조건을 내걸며 반대한다. 매년 예산을 심사할 때마다 나랏빚이야 어찌 되건 말건, 늘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기 바쁜 사람들이 아니던가?

대통령 지지도가 24%로 곤두박질치면서 또다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구설수에다 이제는 ‘외교 참사’라고 불리는 일까지 일어났으니, 야당이 주도권을 잡은 국회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없다.

저들이 수레를 몰고 밖에 나가 일(?)을 저질렀을 때는 잘못된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던 사람들이다. ‘내로남불’도 이 정도면 안하무인이요 후안무치라는 표현조차 고급스럽다. 계속되는 호들갑에 국익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정파적인 이익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나라 안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과 같은데, 나라밖에서는 오히려 조용하다. 마치 내 집에 내가 불을 질러놓고 “여기 불났으니 와서 구경하시오.”라며 선전하는 형국과 다르지 않다.

『한비자(韓非子)』는 이렇게 말한다.

“마차를 만드는 사람은 모든 이가 빨리 부자가 되어 마차를 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을 짜는 사람은 저마다 사람이 빨리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는 좋은 사람이고 후자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부자가 되지 않으면 마차를 살 수 없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워서 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죽어야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인간사를 바라보는 냉철한 인식이다.

대장의 깃발이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마부는 반대편으로 말을 몰아가고 있다. 말고삐를 잡은 마부는 이미 대장이 하는 말은 무시한 지 오래다. 엉덩이로 떨어지는 매몰찬 채찍에 달리는 말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진다.

국익을 해치는 소모전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국민이 모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라도 국익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하는 자들의 기본 책무이자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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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규 2022-10-03 10:51:09
국민들이 뽑은 정치인 손해를 감당해야 되지 않나 싶네요. 양고기는 그들만 먹고 대부분 먹지 못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