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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 '있음과 없음'의 순환을 표현하는 線의 작가, 조동균

[영상뉴스] '있음과 없음'의 순환을 표현하는 線의 작가, 조동균

  • 기자명 장성협 기자
  • 입력 2022.10.13 15:09
  • 수정 2022.10.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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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이후 탈근대적 세계관으로 한국 추상회화 새로운 방법론 제시

[뉴스더원=장성협 기자]  조동균 초대전 'Whispering Lines : 소곤대는 선'을 찾아 서울 인사동 갤러리 보아에 들어서니 '한줌의 있음이 있기 위해선 전 세계의 없음이 필요하다'라는 글귀가 먼저 맞아 줬다.

​​​ Whispering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 Whispering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선생님 작품은 모두 선으로 연결돼 있다

조동균 선생(이하 조) : ‘선’에서 시작해 ‘선’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원형(原形)에 대한 탐색으로 ‘선’을 대한다. 오래 전 길을 가다 우연히 녹슬고 납작한 찌그러진 깡통을 주운 적이 있다. 원래 원기둥 형태였겠지만 지금은 몇 개의 선으로만 보이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각 대상을 환원시키면 최종적으로 ‘선’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그 선의 조합을 통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형태는 선에서 출발할 수 있다. 몬드리안의 선이 ‘나무’에서 출발했다면 나의 선은 ‘깡통’에서 출발했다 할 수 있겠다.

선생님 작업의 특징을 말한다면

 : 처음 캔버스에 색면을 만든 후 그 색면 위에 ‘선’을 사용해 한 겹씩 색면을 가려나가는 방식으로 회화적 레이어 즉 ‘회화 조각’이다. 기존 회화의 제작과정이 물감층을 덧씌우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면 나는 처음 색면에서 이 색을 순차적으로 가려가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드러내거나 구축하는 방식이 아닌 가리거나 허무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레이어의 의미는 개인과 사회의 목소리, 부분과 전체의 목소리, 과거와 현재의 목소리도 섞이게 된다. 과거의 흔적이 레이어의 층위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표 밑 우리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듯이 숨지만 흔적을 남긴다.

​​ Whispering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 Whispering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선생님께서 보이시고자 하는 선의 의미는 무엇인지

조 : ‘소곤대는 선’을 보며 누군가는 글자처럼 보인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아파트 처럼 보인다고 한다. 도시풍경으로 보는 사람, 위성 지도로 보인다는 사람 등 아주 다양하다. 무엇인가를 정하지 않고 보는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로 상상되고 해석되는 것이 좋다.

선들은 시작과 끝이 없이 서로 순환하고 또 엮여 있다. 그러면서 또 확장돼 가는데 시선을 따라가다 선의 끝에 다다를 때 관객이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문이 있다. 문을 통해 들어오라고, 무엇으로 해석할지를 선택하라고 ‘소곤대고’ 있는 것이다.

​ Whispering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 Whispering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한 줌의 ‘있음’이 있기 위해선 전 세계의 ‘없음’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는?

 : 작가의 작업이 끝났을 때는 캔버스가 마스킹 테이프로 모두 가려진 상태가 된다. 외형적으로 실체가 모두 상실된 상태, ‘없음’의 상태가 되었을 때 작업이 끝나게 되는데 이를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역순으로 다시 테이프를 뜯어내면서 최초의 상태로 돌아가 ‘있음’의 상태로 부활하게 된다.

‘있음’으로 선택된 것들에 의해서 조명되지만 세상의 대부분은 오히려 지금 선택되지 않은 ‘없음’으로 채워져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실재이다. 작업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선택되지 않은 ‘없음’을 부각하고 이를 조합해 실재를 구현한다. 

모더니즘 추상은 빈 캔버스에 형상을 채워가는 ‘있음’의 미술로 몬드리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이성으로 형태를 관장했다. 이에 반해 나는 ‘있음’을 염두에 두고 ‘없음’을 의식한다. 

또 추상화는 형식적인 측면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회화양식으로 본질적으로 모더니즘의 가치관을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작업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막상 예상과 다른 경우가 되더라도 낙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의 작업은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가려져 있는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Absence of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Absence of Lines - 조동균 선생 작(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조동균 선생

선생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9회의 개인전과 50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을 통해서 작품을 발표했다. 

1994년 첫 개인전 이후 'Myth Icon'을 주제로 상징성 짙은 기호나 도안을 여러 오브제와 결합해 작업했다.

2006년부터는 '감각에서 선의 인식과 작용'을 시각화 시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2012년 이후 그래픽 작업의 과정에서 ‘레이어’ 효과에 주목하고 이를 회화적으로 변환한다.

단순하고 명쾌한 ‘선’ 구성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있음-없음', ‘선택-남김’, ‘형상-배경’으로 구분되는 디지털세계의 이분법적 존재양식과 닮은꼴 회화를 보여주고 있다. 

평면에서 선의 반복효과에서 빚어지는 빛의 새로운 공간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분법적 충돌과정에서 갈등 하는 현대인의 존재론적 인식에 대한 환기를 시도한다.

조동균 추상화가. (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조동균 추상화가. (사진= 방현옥 시민기자)

한편 조동균 초대전 ‘Whispering Lines: 소곤대는 선’은 갤러리 보아에서 오는 1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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