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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홍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었다”

비보이 홍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었다”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2.23 09:44
  • 수정 2021.02.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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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서 브레이킹 금메달 유력 우승 후보
‘2020 브레이크 프리 월드 와이드 어워즈’에서 3관왕 석권

비보이 홍텐/제공=홍텐
비보이 홍텐/제공=홍텐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길거리 춤’으로만 여겨졌던 ‘브레이크 댄스’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현재 FlowXL, 7commandoz, redbull bcone allstar 이렇게 세 팀에 속해 활동하고 있는 비보이 홍텐은 벌써부터 파리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우승자로 점쳐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브레이크 프리 월드 와이드 어워즈’에서 ‘올해의 브레이커’, ‘올해의 퍼포먼스’, ‘올해의 배틀’ 상을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그를 통해 비보이로서의 삶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자.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브레이크 프리 월드 와이드 어워즈’에서 3관왕에 올랐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 
운이 좋게도 2020년에 했던 활동이 좋게 평가받아 많은 상을 받았다. 소감은 매우 좋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많은 댄서로부터 내 배틀을 보고 자극을 받았단 메시지를 받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상까지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 

해외 활동이 많은데 브레이크 댄스를 대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대체적으로 외국인들은 춤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반면, 한국인은 조금 한심하게 보는 느낌이 있다. 직업으로 구분되지도 않고 그저 세상모르고 춤을 추는 거로 비치는 것 같다. 

2024 프랑스 파리 하계 올림픽에 ‘브레이킹’이 채택됐다. 브레이킹이 양궁처럼 우리나라 효자 종목이 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에서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브레이킹은 효자 종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우리 댄서들은 세계 정상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냈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조금이라도 더해진다면 뻔하지 않겠나. 

비보이가 한류 열풍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한류 열풍에 역할을 했다고 하기엔 너무 미미해서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아무도 한국을 모르는 시기에 외국 대회에 나가서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이냐고 묻는 곳에서 당당하게 우승하며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다음 해에 그 나라를 다시 방문하니 외국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와서 응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비보이 랭킹즈’에 따르면 윙이 개인 부문 세계 2위, 홍텐이 3위에 자리했다. 사적으로 만나면 모종의 경쟁심리가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친분도 두텁고 당연히 모종의 경쟁심도 있긴 할 텐데 없다고 봐도 된다. 그 이유는 비보이 세계는 랭킹으로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되는 게 대부분이다. 난 개인적으로 랭킹을 전혀 믿지도,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랭킹에 대한 경쟁심은 없지만, 배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전력을 다해 싸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홍텐 프리즈’란 기술도 있는데 이 동작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2002년에 ‘익스프레션’이란 팀으로 독일의 ‘battle of the year’라는 대회에 나갔다. 결승전에서 배틀 도중 나온 내 무브가 인상 깊게 남아 ‘홍텐 프리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실 대단한 건 아니고 남들과 다르게 몸을 쓰다 나온 거여서 부끄럽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하는 프리즈는 거의 홍텐 프리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대에서 상대편과의 기싸움도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 기선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댄서가 있나.
기싸움 정말 중요하다. 기에 압도당해 내 기량을 발휘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기가 센 댄서들이 너무 많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댄서 중 프랑스의 릴루 같은 경우 실제로도 싸울 정도로 기가 엄청났다. 배틀에 대해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그건 서로 터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어기고 싸움이 가끔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릴루였다.

배틀을 앞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건 사실인데 해소 방법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는 해소하거나 하지 않고 대회가 끝난 뒤에 번아웃 상태가 찾아와 심하면 한 달 정도 집에만 틀어박혀있기도 한다. 글쎄,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내가 더 잘 알고 싶다. 그래야 더 건강해질 테니까…. 

하루 브레이크 댄스 연습량과 체력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좀 더 어릴 적에는 훨씬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보통 2시간가량 연습을 목표로 하지만 1시간만 할 때도 많고 안 할 때도 많다. 체력은 단순하게도 연습에서 나오는 것 같다.

비보이 홍텐/제공=홍텐
비보이 홍텐/제공=홍텐

브레이크 댄스가 ‘언더그라운드 문화’라는 인식이 강한데 처음 춤을 춘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고, 지금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처음 춤을 출 때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나도 그냥 할 게 없어 춤을 췄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빠져들어 춤에만 몰두하게 됐고, 주위 반응은 이제 그만하고 직업을 찾으란 거였다. 오히려 그런 반응 때문에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브레이킹은 춤 중에서도 상당히 특별하다. 춤과 테크닉을 동시에 구사해야 하며 창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아 취미 생활 정도로 시도해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난 뭔가를 하나하나 성공해가며 ‘내가 이런 동작을 할 수 있구나’라는 성취감을 느껴 점점 브레이킹에 빠져들게 됐다. 그러면서 좀 더 건강한 몸을 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건강에 안 좋은 건 멀리하게 된다. 이런 즐거움을 다른 많은 이들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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