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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여행] 꽃으로부터의 위로! 광양 매화마을, 청계천 매화거리

[스토리텔링 여행] 꽃으로부터의 위로! 광양 매화마을, 청계천 매화거리

  • 기자명 임요희 여행작가
  • 입력 2021.03.19 00:00
  • 수정 2021.03.1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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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기적을 만들다 ‘광양 매화마을’
청계천 1.2km 구간에 조성된 ‘하동매실거리’
기품 있는 백매화, 요염한 홍매화가 한 자리에

전라남도 광양의 매화는 특별한 스토리로 인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라남도 광양의 매화는 특별한 스토리로 인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뉴스더원=임요희 여행작가] [글‧사진=임요희 여행작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화나무라고 하고, 열매를 좋아하는 사람은 매실나무라고 한다. 3월이면 봄의 전령사 매화가 우리를 찾아온다. 조용미 시인은 탐매행(探梅行)이라는 시에서 ‘한 조각 꽃잎이 떨어져도 봄빛은 줄어드는 것을’이라고 노래했다.

벚꽃보다 한 발 앞서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 ‘매화’. 그윽한 향기로 인해 매화는 군자의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군자 중 유일하게 열매를 얻을 수 있어 서민의 꽃이기도 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매화지만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의 매화는 유달리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양적으로 압도적인 데다 특별한 스토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1966년, 홍쌍리 여사가 섬진강 산기슭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광양 매화의 역사가 시작됐다.
1966년, 홍쌍리 여사가 섬진강 산기슭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광양 매화의 역사가 시작됐다.

광양이 지금의 매화마을을 이루게 된 것은 1966년, 홍쌍리 여사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산기슭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다른 나무도 많은데 왜 하필 매화였을까.

항구도시 부산에서 전라남도 광양 산골로 갓 시집온 새색시는 낯설고 물 설은 타지에서의 하루하루가 외롭기만 했다. 어느 차가운 2월의 새벽, 샘에서 물을 길어 집으로 오던 새댁은 바윗돌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흰 눈 속에 핀 매화 한 송이가 말을 걸어왔다. 울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고, 이곳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새댁이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으로 안개 서린 섬진강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저 건너편에는 지리산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가 발 디딘 곳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깨닫게 된 홍쌍리 여사. 당장 그곳을 꽃동산으로 만들기로 하고 틈날 때마다 매화를 심어 나갔다. 

바람에 실려 온 매화 향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홍쌍리청매실농원’이 문을 열었다.
바람에 실려 온 매화 향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홍쌍리청매실농원’이 문을 열었다.

매화는 꽃만 좋은 게 아니었다. 모기 물린 자리에 매실을 문지르면 가려움이 멎었고, 배탈설사나 소화불량에 걸려도 따뜻한 매실청 한 컵이면 금방 나았다. 홍쌍리 여사 본인은 매실 농축액으로 류머티스 관절염을 고치기까지 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에 소리 없이 피어난 매화를 세상에 알린 것은 봄바람이었다. 바람에 실린 향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1994년 드디어 ‘홍쌍리청매실농원’이 문을 열게 되었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매화마을을 배경으로 ‘청매실농원축제’가 열렸다. 첫 해에만 3천명의 손님이 찾아오자 1997년 광양시가 나서서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로 행사를 확대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봄에만 100만 명이 넘는 손님이 다녀갔다.

지난해도, 올해도 감염병 여파로 공식적인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매화꽃을 즐기기 위한 인파는 여전하다. 어르신들이 좌판을 벌이고 매화꽃과 매실청, 고사리나물, 달래 등속을 파는 모습에 잠시 일상이 돌아온 듯한 착각에 빠지고 만다.

‘청매실농원’에 마련된 2500여개의 항아리에서는 매실액이 익어가고 있다.
‘청매실농원’에 마련된 2500여개의 항아리에서는 매실액이 익어가고 있다.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농원’ 한쪽에 마련된 장독대는 이곳의 큰 볼거리다. 길쭉한 경상도 항아리와 달리 전라도 항아리는 동글동글 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부산 아가씨가 전라도 항아리에 반해 한 개 두 개 모으기 시작한 게 2,500개가 됐다. 이 항아리 안에서는 매실 농축액이 무르익고 있다.

장독대 외에도 청매실농원 안에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을 찍었던 초가집 세트, 꽃동산의 정취를 돋우는 팔각정 등 뛰어난 포토 포인트가 적지 않다.

복잡한 것이 싫다면 광양매화마을을 에두르고 있는 쫒비산(537m) 줄기를 따라 매화를 즐겨도 좋다. 우리말 이름인 쫓비산은 산의 형태가 ‘쪼삣’하다는 뜻에서 왔다는 설과, 섬진강의 물빛이 ‘쪽빛’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 두 개가 있다.

섬진강 550리 물길의 한 지점에 자리 잡은 쫓비산은 백운산(1216m)을 모산으로 두고 있다. 가깝게는 10만 그루 매화나무를, 멀리는 지리산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산이다.

섬진교를 사이에 두고 하동과 광양이 갈린다. 섬진강 일대라면 어디서나 매화꽃을 볼 수 있다.
섬진교를 사이에 두고 하동과 광양이 갈린다. 섬진강 일대라면 어디서나 매화꽃을 볼 수 있다.

전남 광양 못지않은 매화 포인트가 강 건너 경남 하동이다. 섬진교를 사이에 두고 하동과 광양이 갈리는데 섬진강변 어디서나 매화를 가꾸므로 강줄기를 따라 호젓한 매화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특히 지리산 기슭의 작은 산골마을 하동 먹점골은 화개장터를 지나고 흥룡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매화 명소다.
해발 400m에 자리 잡은 마을에는 3만 5천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광양 매화마을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붐비면서 색다른 매화 정취에 젖을 수 있다. 원래는 이곳에서도 소규모 매화축제가 펼쳐졌는데 코로나 여파로 올해 축제는 취소되었다.

그밖에 재첩 산지인 하동 하저구마을도 숨겨진 매화 명소로 꼽힌다. 섬진강 언덕을 따라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어 탁 트인 전망이 강점이다. 재첩국 한 사발까지 맛보고 오면 금상첨화.

용답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눈부시게 하얀 매화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용답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눈부시게 하얀 매화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광양이나 하동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 시내에서 매화의 정취에 푹 빠져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눈부시게 하얀 매화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매화거리는 용답역에서 신답역 어귀까지 청계천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신답역에서 용답역 방면으로 반대로 진행해도 좋다.

섬진강 유장한 물길은 아니지만 졸졸졸 흐르는 청계천 물소리에, 푸른 수양버들의 정취가 더해지니 가까운 곳에서 초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청계천 매화거리는 ‘하동매실거리’라는 표지석이 말해주듯 2006년 경상남도 하동군이 청계천 물길을 따라 350주의 매실나무를 1.2km 구간에 식재한 것이 기원이다. 청계천 매화거리는 청순한 백매화가 주를 이루지만 신답역에 가까워오면서 드문드문 홍매화를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초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청계천만 한 곳이 없다.
가까운 곳에서 초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청계천만 한 곳이 없다.

백매화는 시멘트 옹벽을 배경으로 도열해있지만 홍매화는 대나무숲 사이사이 피어있어 청홍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백매화는 기품 있고, 홍매화는 요염하다.

3월 중순을 지나고 있음에도 청계천 매화나무들은 아직 꽃망울을 다 터트리지 않은 상태다. 남쪽 도시보다는 한 템포 느린 박자로 봄의 속살을 보여줄 심산인 듯.

코로나 여파가 길어지면서 사람들도 포기하고 밖으로 나오는 추세다. 마스크로 꼼꼼하게 얼굴을 가리고, 꽃을 향해 말없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시민들의 모습이 조금은 쓸쓸하면서 정겹다.

겨울을 이기고 매화가 폈듯 곧 코로나 터널을 통과해 일상의 봄이 찾아오리라. 청계천변에는 하동매실거리 외에 담양대나무숲, 구례산수유거리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광양을 방문했다면 섬진강 특산품인 재첩국을 맛볼 일이다.
광양을 방문했다면 섬진강 특산품인 재첩국을 맛볼 일이다.

▶가는 법

■광양 ‘홍쌍리청매실농원’
주소: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
주차: 코로나 기간 축제 주차장 폐쇄. 섬진강 뚝방길에 주차 가능 

■청계천 ‘하동매실거리’
위치: 지하철 2호선 신답역에서 용답역 사이 청계천 구간

▶맛집

■매화식당
특징: 청매실농원 입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섬진강 특산품인 재첩국과 자연산 벗굴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주소: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540
메뉴: 재첩국밥 1만원. 벗굴찜(小)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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