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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人] 쇼콜라티에 김성미 “초콜릿으로 늘 순수한 아이처럼 산다”

[이색직업人] 쇼콜라티에 김성미 “초콜릿으로 늘 순수한 아이처럼 산다”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3.19 13:23
  • 수정 2021.03.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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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전시회 열며 초콜릿으로 예술 가능하다는 것 알려…

대한민국 1호 쇼콜라티에 김성미 씨/제공=김성미
대한민국 1호 쇼콜라티에 김성미 씨/제공=김성미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김성미 씨는 초콜릿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쇼콜라티에’란 직업을 처음으로 알린 대한민국 1호 쇼콜라티에다. 그는 평소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유학길에 수제 초콜릿을 접하고 그의 삶이 180° 바뀌었다고 말한다. 30년 전 열정적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하고 국내에 들어와 초콜릿 아트 작품을 만들어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간의 노력 끝에 현재 그는 초콜릿 전도사가 돼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쇼콜라티에’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해당 직업에 관해 알려달라. 
쇼콜라티에는 수제 초콜릿이나 초콜릿 장식작품을 만드는 직업인으로, 쉽게 말해 초콜릿 아티스트다. 의상을 보면 하이엔드 패션이 있고 기성복이 있는 것처럼 초콜릿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과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드는 수제 초콜릿이 있다. 

초콜릿의 매력에 언제 처음 매료됐나. 
내가 어렸을 땐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싶어도 시대가 시대인 만큼 보이는 것도, 접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늘 상상만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 것이 내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일본에서 내 또래들이 생활하는 모습이나 식문화, 특히 디저트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그런 쪽의 직업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시절 일본에도 수제 초콜릿 문화는 굉장히 생소했다.
일본 유학 중 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됐는데 그 몇 달간의 생활이 수제 초콜릿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수업 시간에 초콜릿을 주제로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한 시간 이상 떠드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난 그때 당시 초콜릿은 제과 회사에서 나온 초콜릿바 외에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떠나 카카오와 초콜릿, 문화, 역사, 직업 등 모든 것이 나를 매혹시켰다. 1992년도, 너무 옛날인데 초콜릿의 매력에 사로잡혀 내 나름대로 초콜릿 성지순례를 다니기도 했다. 

한국에선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 
몇 년 후 정식으로 초콜릿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의지로 다시 유럽 유학을 갔고 초콜릿샵에서 일을 하고 배우며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내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귀국하니 막막했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보이면 ‘왜 사 먹지?’, ‘굳이 저렇게까지 만들어야 하나?’ 등 다들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제 초콜릿 만드는 직업을 알리고자 초콜릿 아트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초콜릿으로 만든 작품 전시회를 2001년 처음으로 열며 대중들에게 먹기만 하던 초콜릿으로 예술도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렸다. 대중들에게 초콜릿의 새로운 세계에 대해 눈 뜨게 했다. 이게 많이 신기하다 보니 잡지나 방송에서 자주 다루기도 하고 또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이젠 대학교 강의도 나가고 공방도 만들며 어언 20년이 지나게 됐다. 

초콜릿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어떤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나. 
수많은 초콜릿은 카카오의 산물로 상품화된 다양한 제품이다. 카카오 열매도 농산물이다 보니 생산지에 따라 대륙별, 나라별, 도시별, 농장별, 농장주별로 재배 조건, 기술 등이 다양하다. 초콜릿 소믈리에란 카카오에서 초콜릿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실습을 통해 향미를 이해하고 다양한 재료와의 페어링을 통해 창의적인 카페메뉴를 만드는 ‘초콜릿 음료 전문가’다. 커리큘럼은 카카오빈 로스팅의 이해, 원산지별 카카오닙스 티, 초콜릿 음료 소스 제조, 쇼콜라쇼 구떼 만들기 등으로 이뤄졌다. 

초콜릿 공예품/제공=김성미
초콜릿 공예품/제공=김성미

한국만의 초콜릿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초콜릿은 전 세계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렇기에 이미 전 세계가 시장이다. 한국 초콜릿이 대량생산을 통해 세계적인 초콜릿 메이커와의 경쟁은 힘들지만 독특한 개성과 동양의 매력을 가진 개인 쇼콜라티에들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파리나 뉴욕에서도 일본이나 대만, 중국 출신의 쇼콜라티에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결국 초콜릿의 아트화 과정은 개인의 영역이라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수제 초콜릿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며 미래의 쇼콜라티에들이 그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한다.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날 인터뷰 하러 온 기자분이 여자친구에게 곧 프러포즈 할 거라며 의미 있는 초콜릿 공예품에 관해 물어봤다. 나는 고민 끝에 귀여운 곰돌이가 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작품을 해드렸고 경상도 출신의 이 기자분이 “내 아를 낳아도”라며 프러포즈 해 성공했다 한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초콜릿의 매력은.
내 원래 꿈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며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하는 것이었다. 경제적인 건 항상 힘들고 만족하지 않으며 늘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절반은 성공했다 생각한다. 초콜릿을 선물 받아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다. 항상 상대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내 직업은 항상 내게 자존감도, 자신감도 갖게 한다. 초콜릿을 통해 사회의 많은 사람과 만나 서로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 또한 난 매우 즐겁다. 내 수업을 듣는 연령은 10대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정말 다양하다. 초콜릿을 직업으로 가진 난 영혼만큼은 늙지 않은 어린아이로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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