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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人] 고양이탐정 임효섭 “털, 발자국, CCTV를 단서로 찾습니다”

[이색직업人] 고양이탐정 임효섭 “털, 발자국, CCTV를 단서로 찾습니다”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3.24 16:25
  • 수정 2021.03.2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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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5년 차, 지금까지 찾은 고양이는 800~1000마리

고양이탐정 임효섭 씨/사진제공=임효섭
고양이탐정 임효섭 씨/사진제공=임효섭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간혹 길을 가다 보면 전봇대나 벽에 ‘고양이를 찾습니다’ 하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가족처럼 기르던 아이를 잃어버렸으니 묘주들은 어떤 일도 손에 안 잡힐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탐정을 통하면 이들의 애달픈 마음을 덜 수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며 고양이만을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직업도 생겼다. 임효섭 씨는 고양이를 찾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촌각을 다투는 ‘시간’이라도 말한다. 


고양이탐정에 대해 소개해달라. 
집 나간 고양이들의 성향과 주변 환경을 따져 다시 가족 곁으로 돌아가게 하는 직업이다. 생각보다 많은 애묘인이 가족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을 한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리는데 그런 아픔을 겪지 않게 도와주는 일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는 이 일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고양이탐정을 시작한 단단스를 통해 알게 됐다. 처음엔 그가 하는 일을 보고 그저 ‘신기하다’, ‘재밌겠다’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고양이를 잃고 좌절해 있던 애묘인들에게 다시 아이를 찾아주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꼈으며 이게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봤다. 이후 1년여 동안 단단스를 따라다니며 집 나간 고양이들을 파악하고 공부했으며 현재는 고양이탐정 5년 차다. 

찾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가. 
보통 수학 문제처럼 기본적인 공식이 있다. 고양이와 묘주의 성향, 주변 환경, 지나가며 흘린 털, 발자국, CCTV 등을 주요 단서로 파악한다. 전단지도 뿌리고 포획틀도 설치한다. 보통 얘네들은 영역 동물이다 보니 집 밖 3~50m 안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누군가의 집에서 보호되거나 다른 길고양이들로 인해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등 많은 변수가 있다. 복귀 본능이 있어 스스로 집에 오기도 한다. 이런 요건들을 빠르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의뢰를 하는 게 좋다. 당일에 찾았는데도 바깥 생활을 했다 보니 묘주를 보고 도망가는 경우가 열에 한 번꼴로 있다. 그렇기에 잡았더라도 3시간 정도 진정을 시킨 후 묘주에게 보내줘야 애들한테도 트라우마가 남지 않는다. 

찾는 확률은 몇 % 정도 되나. 
우리가 신이 아니기에 100% 다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약 집냥이만을 갖고 얘기할 경우 당일에 90% 정도 찾고, 나머지 10%는 숨어 있거나 돌아다니거나 누군가가 보호하는 거다. 고층아파트에서 추락했을 수도 있다. 매번 다른 환경이기에 찾는 게 쉽진 않다. 

비용은 얼마 정도 하나.
거리, 지역, 수색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평균적으로 서울‧경기 지역은 출동비 20만 원이고 찾으면 사례비 20만 원이 발생한다. 이외 지역은 따로 상담을 해야 한다. 출동 전엔 의뢰비 100% 환불이 가능하지만, 출동 후는 불가하다. 출동비를 선불로 받는 이유는 없는 고양이를 찾아내라고 하는 등 가끔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서다. 지방까지 갖는데 ‘아이 찾았어요’, ‘오지 마세요’ 하면 시간이 붕 뜨지 않나. 그렇기에 무조건 선불로 하며 찾을 때까지 계속 피드백해드린다. 평균적으로 찾는 데 1일에서 3일 정도 걸리며 지금껏 찾은 고양이는 800~1000마리 정도 된다. 

대개 묘주들한테 언제 연락이 많이 오나. 
날씨에 따라 많이 다른데 보통 추운 날보다도 따뜻한 날 많이 연락 온다. 추운 겨울에는 문을 많이 닫으니까 상관없는데 여름에는 문을 자주 여니까 아이들이 잘 나간다. 특히 이번에 코로나로 사람들이 배달을 많이 시켰는데 배달원한테 음식 받으려고 현관문 열었을 때 많이 나갔다. 사람들이 문을 열 때 땅은 보지 않고 앞을 보지 않나. 아이가 나간 지 모르고 다음 날 연락주는 묘주들이 많다. 이럴 땐 최대한 탐정을 빨리 불러야 한다. 그래서 난 집이 평택인데 보통 일산에 자주 와 있다. 평택에서 수도권 올라오는 덴 기본 3시간, 일산은 인천이나 김포, 서울 가는 데 보통 30분에서 1시간 걸리니까…. 

고양이탐정 임효섭 씨/제공=임효섭
고양이탐정 임효섭 씨/제공=임효섭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주 동안 잠복한 끝에 찾은 아이가 있다. 처음 CCTV를 통해 이동하는 방향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이후에도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매일 주변 CCTV를 확인하고 전단지를 뿌렸으며 포획틀을 설치한 끝에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했다. 이때 느낀 건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 찾을 수 있단 거였다. 

원래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나. 
그렇다. 그런데 일하며 더 좋아하게 돼서 어떨 땐 빨리 집에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에 묘주보다 내가 더 열심히 찾고 있더라. 현잰 집에서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으며 강아지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보면 너무 예쁘다. 특히 눈이 너무 예뻐 눈 마주칠 때마다 힐링이 된다. 일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는 길고양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밥을 주러 다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묘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양이는 낯선 사람의 방문, 이사, 외출, 청소, 환기 등으로 집을 나갈 수 있다. 주변 환경에 적응해 영역 활동을 시작하면 멀리 갈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전문가를 불러야 한다. 고양이탐정들도 묘주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아이들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들을 잘 믿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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