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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人] 음악점역사 이지훈 “세계 공용어로 전 세계인과 소통 가능해”

[이색직업人] 음악점역사 이지훈 “세계 공용어로 전 세계인과 소통 가능해”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4.08 11:36
  • 수정 2021.04.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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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 30명의 음악점역·교정사가 근무
점역, 교정, 검수 총 세 가지의 과정을 통해 작업

음악점역사 이지훈 씨/제공=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사 이지훈 씨/제공=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음악점역사 이지훈 씨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원래 작곡을 전공해 편곡, 악보 제작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일을 알아보던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악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일이 굉장히 가치 있고 소중하게 느껴져 시작하게 된 지 벌써 9년…. 분명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간절히 필요한 일이라 포기할 수 없다는 그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점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악점역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음악점역사란 악보를 점자로 번역하는 사람을 뜻한다. 점자악보는 악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정확하게 번역해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전공하거나 음악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 합해 약 90명 정도가 이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30명 내외의 음악점역·교정사가 근무 중에 있다. 하지만 점자악보를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 아쉬움이 많다. 

음악점역은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되나.
여기에는 점역(말이나 글자를 점자로 고치는 일), 교정, 검수 총 세 가지의 과정이 있다. 먼저 악보를 해석한 후 점역 프로그램으로 점역한다. 이후 시각장애인 교정사와 함께 교정을 진행하며 마지막으로 경력 5년 이상 숙련된 음악점역사의 검수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된다.

점자 악보/제공=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 악보/제공=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곡마다 평균 작업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나.
한 곡당 보통 2~3주가 소요되며 이론서와 교본 같은 양이 많은 도서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현재 제작하고 있는 오르간 교본은 약 7개월이 걸린다. 

음악점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앞서 말했듯이 악보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유리하며 점역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음악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악보에는 영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영어점역·교정사 자격증도 필요하다. 자격증 관련 내용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점자악보를 자주 이용하던 어느 시각장애인분이 점자악보를 읽고 일부러 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너무 점역이 잘 돼 있어 연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 점자악보는 내가 만든 것이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니 그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직업병이 있나.
개인 연주나 교회에서 성가대 반주 등 악보를 접할 일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악보만 보면 나도 모르게 점역을 하려고 손이 허공에서 저절로 움직여 웃음이 나곤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느끼고 그걸 외워서 연주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인 것 같다. 음악점역사로서 이들의 노고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점자악보의 양은 일반 책 한쪽당 2.5~3배수로 양이 많이 늘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비시각장애인은 악보를 한눈에 전체를 훑을 수 있는 반면, 시각장애인은 점자악보를 한 번에 한 줄씩 읽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한 한 손으로 읽으면서 바로 연주가 어렵기 때문에 악보를 외워 연주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악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점자악보를 끝까지 읽고 익히고 연습해야 상급학교에 진학해 음악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음악점역을 하고 있는 모습/제공=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을 하고 있는 모습/제공=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사는 ○○○다!' 괄호 안에 어떤 단어가 들어가면 좋겠는가.
음악점역사는 뮤직 커넥터다! 음악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인데, 바로 음악점역사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커넥터는 시각장애인와 비장애인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세계 공용어인 음악점자로 전 세계인과 소통해 사회 통합을 가능하게 하기에 '뮤직 커넥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중국, 칠레 등 해외 시각장애인과 미국 음대에서 재학 중인 국내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악보를 제공하는 등 전 세계 시각장애인과 소통하고 있다. 

음악점역사의 수입은 어떻게 되나.
지역, 기관마다 다르지만, 일반 사회복지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시각장애인은 언제, 어디서든 악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악보는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그 수량도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돼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일반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시각장애인, 비시각장애인과 합주할 땐 큰 어려움이 있다. 여러모로 이들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이 많이 부족하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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