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르포] 아날로그 시대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날 수 있는 ‘서울책보고’

[르포] 아날로그 시대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날 수 있는 ‘서울책보고’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4.19 19:3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1곳 헌책방의 총 13만여 권 헌책 판매
포스트 코로나 맞아 비대면 문화 프로그램 강화

서울책보고/사진=남유진 기자
서울책보고/사진=남유진 기자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국내 최초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는 잠실나루역 1번 출구에서 몇 걸음만 더 옮기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천 유수지 내 옛 암웨이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31곳 헌책방 총 13만여 권의 헌책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 책을 보다’, ‘서울 책의 보고(寶庫)’ 등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기다란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대한 양의 책을 만날 수 있다.

보통 헌책방 하면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떠올리곤 하는데, 여긴 정반대로 ‘아날로그의 시대의 디지털 감성’이다. 책 표지가 누렇게 변하고, 책등은 낡은, 부모님 세대가 봤음직 한 많은 책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2019년 3월 27일에 개관했지만, 작년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단 143일만 운영했다. 하지만 2년간 약 36만여 명의 손님이 방문하고 27만여 권의 헌책이 판매된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주로 헌책을 구매하기보다 SNS에서 핫스팟으로 유명해 손님들이 호기심에 더욱 많이 방문한다.

실제로 2019년, 2020년에 실시한 방문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책보고를 알게 된 경로’ 1위가 ‘SNS’로 각각 46%, 42%의 비율을 차지한다. 이 인기에 불을 지핀 건 재작년 방영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라는 입소문을 타고 나서부터다. 

원형서가/사진=남유진 기자
원형서가/사진=남유진 기자

특히 책벌레를 형상화한 독특한 모양의 철제 원형서가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그 압도적인 크기에 우선 놀라고 만다. 실제로 기자가 맨 끝에서 끝을 걸어보니 성인 여자의 걸음으로 126보였다. 책 사이사이를 지날 때마다 나는 옛날 책 고유의 퀴퀴한 냄새는 거부감 없이 정겹기만 하다. 

‘책의 박물관’이라도 불러도 될 만큼 보존 가치가 있는 옛 책들은 수집, 보존, 진열해놨으니 아이들에겐 교육의 장이 됨직하다. 대개 책의 가격은 정가의 절반 가격에 못 미치나 수집 가치가 있는 옛날 옛적의 책들은 프리미엄이 붙어 결코 저렴하진 않다. 

서울책보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보고 있다./사진=남유진 기자
서울책보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보고 있다./사진=남유진 기자

헌책 외에도 2700여 권의 독립출판물, 1만여 권의 기증도서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손님들을 위해 셀프 책 소독기 ‘북마스터’가 설치돼 있어 간단한 조작만으로 책을 살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편에는 북카페가 있어 다양한 음료를 즐기며 책을 통해 지식의 향연을 펼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민들이 이곳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했다. △온라인 헌책방 △웹진 ‘e-책보고’ △온라인 헌책 큐레이션 등의 서비스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노원구에서 왔다는 A 씨는 “신문에서 이곳에 대한 기사를 보고 멀리서부터 방문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읽고 싶던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책보고는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외관을 선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현재 어두운색의 컨테이너 박스는 생동하는 봄을 닮은 초록의 식물들로 꾸며져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