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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人] 동물한의사 정종호 “옛날 의술을 퍼즐 맞추듯 동물에 적용”

[이색직업人] 동물한의사 정종호 “옛날 의술을 퍼즐 맞추듯 동물에 적용”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4.20 13:08
  • 수정 2021.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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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 증명하려 시작…현재는 정통 한의학으로 동물 치료
한방은 원인치료, 양방은 증상치료라는 차이점 있어”

정종호 한의사가 강아지를 진맥하고 있다./제공=정종호 한의사
정종호 한의사가 강아지를 진맥하고 있다./제공=정종호 한의사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동물한의원에서는 아픈 동물들의 경혈을 진맥하고 한약을 처방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침과 뜸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한방과 양방 해묵은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동물에 적용시키니 많은 이들에겐 더없이 생소하기만 하다. 동물한의사 정종호 씨도 처음엔 허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부했지만, 그 길로 정통한의학을 사용해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를 만나 동물한의학에 대한 자세하게 들어보도록 한다. 


동물한의원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은데 소개 부탁드린다.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의학, 김구영의 병인론, 장중경의 상한론, 김희영의 흐름 침을 임상에 적용해 동물들의 후지마비, 디스크, 기침, 아토피, 기타 난치병에 진맥과 변증에 의한 맞춤 한약과 간헐적 침 시술한다. 하지만 침 치료는 굳이 필요 없으면 번거롭게 시술하지 않는다. 반면 한약 치료는 동물들이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치료 후 한약을 갑자기 중단해도 금단증상이 전혀 없기에 주로 이 방법으로 치료한다. 

동물한의원이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했으며 현재 몇 곳 정도 되나.
확실치는 않지만 대략 10~20여 년 전쯤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 병원은 한의학적 변증과 진맥에 근거해 옛날 동물치료 의술을 퍼즐 맞추듯 현대의 반려동물 질병에 적합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학에선 어떤 과를 전공했나.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정통 한의학이 동물 임상에 제대로 적용된다면 동물들 생의 질이 사람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만 동물이 말을 못 한다고 후지마비가 무조건 디스크가 아닌데 디스크로 오진하고 침, 뜸을 시술하면 동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동물에 한방수의학을 표방한 의료행위의 횡포가 없었으면 한다. 

어떤 계기로 동물한의사가 되게 됐나. 
2005년 겨울에 강아지한테 침(鍼)으로 질병을 고치는 ‘개의 경혈학 총서’ 한방 세미나를 들어보라는 권유가 와서 크게 코웃음 쳤다. ‘아픈 동물한테 바늘 몇 개 꽂아주고 풀뿌리, 줄기, 잎으로 구성된 한약재로 무슨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도무지 신뢰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한의학으로 동물이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개의 경혈학 총서’의 저자인 김희영 선생님께 직접 강아지 경혈과 간단한 한약 강의를 듣고 임상에 적용해봤다. 분명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떨 때는 낫는 건지 안 낫는 건지 모르겠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김구영 한의사의 병인론(病因論)을 공부하게 되며 한의학은 허구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됐다.

동물을 치료하는 데 있어 양방과 한방 진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방은 원인치료며, 양방은 증상치료다. 한방은 현대의학에서 진단받은 병명이나 말단 증상을 목표로 치료하지 않는다. 아주 쉽게 비유하면 한방은 방안 가득 냄새나는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있는 아궁이에 아침, 저녁으로 군불을 때는 이치와 비슷하다. 일정 기간 불을 때면 방안에 곰팡이는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전체 공간에 일정한 패턴을 입히는 시간의 과정이다. 그러면서 일반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도 치료되고 증상도 호전된다. 반면 근거 중심의 현대의학은 곰팡이를 제거하는 세척제와 도구에 집중한다. 한마디로 ‘곰팡이가 발생하는 환경을 개선하느냐? 곰팡이가 필 때마다 제거하느냐?’의 차이다.

반려동물의 한방치료에 대해 항간에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던데 이런 오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한방치료는 과학에서 출발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비과학이다. 나는 과학이라는 게 배터리 충전하듯 양약을 먹을 때만 증상이 없어졌다가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는 수동적인 기계처럼 몸이 반응하는 것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 한의학은 몸속에 질병을 과학 안에 존재해야만 하는 기계 부품 다루듯이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과학적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동물 임상에 한의학을 적용하며 과학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준다고 믿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게 됐다. 

때에 따라서는 동물들에 침을 놓기도 한다./제공=정종호 한의사
때에 따라서는 동물들에 침을 놓기도 한다./제공=정종호 한의사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동물들은 말을 못 하니 진료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동물이 어디가 아픈지 알아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보통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그저 말 못 하는 동물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동물들이 그저 벙어리인 사람과 같다. 한의사는 벙어리가 말을 못 한다고 침, 한약 치료를 못 하지 않는다. 한의원에서 경혈을 진맥하고 한의학 고유의 질병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동물한의원에서도 질병을 구분해 한약을 처방한다. 진맥과 변증이 있어야 진짜 한방동물병원, 동물한의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의학적 진맥과 변증 없이 시술하는 침 치료와 한약은 한의학을 흉내 내는 대체의학일 뿐이다. 

한약 먹으면 간 수치가 올라가나.
한약은 식물의 뿌리, 줄기, 잎을 말려서 끓인 주스다. 십수 년간 임상에서 한약을 처방했지만 간 수치가 올라가지 않았다. 간혹 한약재에 독성이 있는 식물이 섞여 있거나 한약재를 기준 이상의 농약을 뿌려 재배하거나 연탄에 건조해 중금속에 오염됐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식약처가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한약 치료 전부터 간 수치가 높은 케이스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런 경우는 음식, 보조제, 양약 등을 살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학이 허구임을 밝혀내려고 시작했는데 현재는 동물을 우리나라 전통 한의학으로 고쳐주는 동물한의사로 살고 있다. 내가 사람은 진료 볼 수 없지만, 동물을 우리나라 전통 한의학으로 고쳐주는 동물한의사로 살고 있어 행복하다. 한의학은 허구가 아니며 반려동물 한약치료 사례들로 신약 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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