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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人] “35년간 억울한 누명 씻기는 일 보람 느껴”

[이색직업人] “35년간 억울한 누명 씻기는 일 보람 느껴”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4.28 17:47
  • 수정 2021.04.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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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택 거짓말탐지검사관, 국과수·법과학감정원 등서 범죄수사 조력

최효택 거짓말탐지검사관/사진=남유진 기자
최효택 거짓말탐지검사관/사진=남유진 기자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요즘 뉴스에서 거짓말탐지 검사를 종종 본다. 하지만, 신빙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내에선 이를 증거 능력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판결에선 적극 활용한다. 지난 35년간 의뢰인들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 온 최효택 거짓말탐지검사관을 만나 전문영역에 대해 들었다.

거짓말탐지검사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면 긴장, 초조, 불안, 공포 등 심리 변화로 각종 생리 반응이 유발된다. 이를 전문검사관이 과학장비를 사용해 검사자의 진술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 검사는 범죄수사뿐만 아니라 주요 회사 및 기관이나 산업 기술정보유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한 지는 몇 년 정도 됐나.
국과수에서 거짓말탐지검사관으로 일한 지는 1985년부터 2011년까지 활동했다. 퇴직 후엔 법원 촉탁 시설인 국제법과학감정원에서 10년 일했다. 35년간 일하며 검사한 사람만 몇 만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1980년 이윤상 유괴살해사건을 보고 나서부터다. 현상금 3000만 원을 내걸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배가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해 범인을 잡았다. 이 사건 해결을 계기로 거짓말탐지기가 수사에 적극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보탬이 돼야겠다 싶어 하게 됐다. 

거짓말탐지검사관 양성 과정은.
국내에는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학교나 학과가  따로 없다. 주로 경찰, 검찰, 군, 국정원에서 수요가 생겼을 때 직원들 중 선발해 키운다. 어느 정도 인원이 채워지면 폴리그라프 협회에서 3개월 교육 후 6개월 실습을 한다. 누구나 실전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선배 검사관들 밑에서 지도를 받고 경험을 쌓는다. 

기계의 작동 원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
사람이 거짓을 말하면 생리 반응이 일어난다. 생리 반응은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데, 자율신경은 교감신경이랑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 있다. 자신이 벌금을 내거나 불이익이 생길 것 같으면 순간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그때 일어나는 호흡·심장·피부전도 변화가 생기는 것을 기계로 측정한다. 

이 검사의 정확도는 몇 %인가.
국과수에 있을 때는 재판 과정까지 포함해 일치율을 따져 보니 98%였다. 

나머지 2%의 오류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도 불안하게 한다든지 질문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면, 거짓말하는 사람과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검사과정에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으면 결과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의뢰인이 왔을 때 이 사람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편한 상태에서 면담해야 한다. 전제가 정확하면 결과가 잘못 나올 리가 없다.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상담하며 사건 내용을 파악한 후 핵심 질문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같은 질문을 세 번 이상 하며 한 세트에 3~4분 정도 걸린다. 총 11개 질문을 하는 데 개당 20~25초로 세팅한다.  대답은 네, 아니요로 받는다. 검사하는 데 당일 와서 2시간이면 되지만, 사전 면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검사가 법적 효력이 있는 건가. 
국내에선 아직  증거 능력으로 인정을 안 해준다. 하지만 검사나 판사가 판결을 내는 데 활용한다. 요샌 판사들도 판결문에 ‘거짓말탐지검사 결과에서 거짓 반응으로 나온 거로 봐서…’ 이렇게 쓴다. 

기계 말고 의뢰인의 진실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은 없나.
기계측정에 의지하지 말고 의뢰인 행동도 포함시켜야 한다. 대답 과정에서 딴짓하고 손톱을 만지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턴다든지 이런 것들을 본다. 또 진술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타당한지도 살핀다. 이후 최종적으로 기계로 측정해 데이터를 갖고 분석한다. 

이 검사가 수사 목적뿐만 아니라 더 폭넓게 사용됐으면 좋겠다. 
외국처럼 거짓말탐지기를 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면 굉장히 좋아 나도 몇 번 시도를 해봤다. 스포츠계 승부 조작 이런 문제에 대비해 이 검사를 전제로 깔아 놓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인권침해란 소리가 나온다. 회사에서도 입사하기 전 언젠가 문제가 생겼을 시 이 검사를 한다고 하면 직원들이 회사 기밀을 유출하지 못할 거 아닌가…. 하지만 투명하게, 깨끗하게 사는 사람이 얼마 없으니 이 검사를 줄곧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직에 있으면서 만나본 피의자, 용의자만 수만 명이다. 정말 억울한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위해 도와줬을 때 정말 보람된다. 난 크게 돈을 벌진 못해도 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지금도 고맙다고 찾아오고, 전화하는 사람들도 많아 거짓말탐지검사관으로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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