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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국제도시에서 만나는 여행뮤지컬 '예그리나'

송도국제도시에서 만나는 여행뮤지컬 '예그리나'

  • 기자명 박평담 시민기자
  • 입력 2021.10.07 11:13
  • 수정 2023.03.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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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 송도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
일제 강점기 미국으로 입양된 조선인 청년의 고국방문이야기

공연연습에 몰두하는 배우들 ⓒ문화기획 쌀 제공
공연연습에 몰두하는 배우들 ⓒ문화기획 쌀 제공

[뉴스더원=박평담 시민기자] 1920년대 인천 제물포를 배경으로 한 재즈 음악극(뮤지컬) '제물포, 더 재즈 예그리나'(이하 '예그리나')가 오는 8~9일 양일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 무대에 오른다.

창작 뮤지컬 '예그리나'가 올려질 송도의 트라이보울 전경 ⓒ임순석 기자
창작 뮤지컬 '예그리나'가 올려질 송도의 트라이보울 전경 ⓒ임순석 기자

'예그리나'는 일제강점기 독립군 아들로 미국으로 입양된 조선인 청년의 고국 방문 이야기다. 

제목이 '사랑하는 우리 사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예그리나이고, 한국 대중음악이 태동되던 시절인 1926년 인천에서 유행한 '인천 아리랑' 등을 재즈 리듬으로 재창조한  뮤지컬이다.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관광공사가 후원하는 예술표현활동 지원작품이기도 하다.

짜장면 탄생지 차이나타운 공화춘, 국내 최초의 대중목욕탕인 '월미조탕', 재즈 음악을 처음 선보인 인천 개항장 내 제물포구락부에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천 출신 재즈 뮤지션의 야심작 

인천 토박이 최부미씨
'예그리나' 최부미 작곡가

'예그리나'의 작곡을 맡은 최부미 작곡가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서 600년째 살고 있는 최씨 가문 인천 토박이로 고향의 정체성을 뮤지컬에 담고자 했다. 

최 씨는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음대에서 재즈 연주와 작곡을 전공할 당시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었던 역사 현장을 돌아본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와 함께 수륙양용차를 타고 보스톤 시내를 도는 '덕(DUCK) 투어'를 하면서 '아메리칸 퍼스트'를 접했다. 보스턴 학살에 맞서 영국군과 싸웠던 독립영웅들이 잠든 공동묘지, 미국 독립선언을 낭독한 광장, 독립전쟁 기념탑 등 4km에 독립 역사의 흔적이 서린 16곳은 필수 관광코스였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초중고를 다녔던 인천 옛도심을 다시 지나칠 때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인천 개항장문화지구에 '코리안 퍼스트'를 상징하는 근대건축물과 스토리가 상당히 많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런 무지가 제물포구락부, 공화춘, 월미도 조탕 등 인천 근대역사를 간직한 공간을 돌아보는 '여행 뮤지컬'을 만들게 된 동기였다.

그는 9명의 뮤지컬 배우와 6명의 뮤지션이 공연할 예그리나에 등장하는 22곡 전곡을 작곡, 편곡, 연주한다. 

제목이자 주제곡 명인 '예그리나'는 민요나 전래동요의 느낌이 드는 곡조에 재즈 멜로디를 가미한 창작곡이다.

신라 향가인 '서동요'에 착안해 만든 곡으로, 남자 주인공(아담 응수)이 여주인공(에바)의 마음을 사기 위해 제물포 일대 아이들에게 부르게 한 노래다. 제물포의 동네 유행곡이 되자 독립군들이 원곡을 개사한 해방가로 변하게 된다. 

뮤지컬에서 순우리말로 이뤄진 원곡을 들려준다. '다소니 응수/ 에바는 슬아 해나 아리아'. 번역하자면 '응수가 사랑하는 사람/ 에바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요정'이다. 독립군들은 이 원곡을 3절로 개사한다. '사랑하는 사람/ 나를 보아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민족/ 생각 변치 않으면/ 영원한 친구/새벽 햇살 기쁜 우리 즐거운 내일'로 바뀐다. 

남자 주인공 아담은 사랑을 노래한 자신의 자작곡이 독립과 해방을 희망하는 내용으로 변한 인기곡으로 불리는 줄 모르고 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된다. '어쩌다 독립군'이 된 셈이다.

디아스포라 인천을 그리다

'아담 응수 초이 멜닉'이란 긴 이름의 남주인공은 1900년 제물포항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해 의병 활동을 하던 어머니가 죽음을 무릅쓰고 미국인 선교사에 넘겨주면서 미국 입양아 신세가 된다.

미국인 양부모 밑에사 성장해 음악을 전공하게 되는데, 어느 날 콜럼비아레코드사에 발매한 '아리랑'을 듣고 감명을 받는다.

그는 재즈음악 동료였던 아프리카계 유대인 청년 죠수아와 함께 조선으로 '체험여행'을 오게 된다. 배를 타고 도착한 제물포에서 중국 출신 화춘, 경산도 출신 충근을 만나 제물포구락부를 방문해 일본계 재즈 여가수 에바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등장하는 인물이 마치 중국인과 전국 8도 사람들이 북적대는 인천을 상징한다.

공연 연습 ⓒ문화기획 쌀 제공
공연 연습 ⓒ문화기획 쌀 제공

작품을 기획한 최 씨는 "인천은 음표와 계명이 뒤섞인 재즈 같은 곳이다. 재즈는 디아스포라이고, 즉흥이고 용광로이다. 다른 고향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도시인 인천은 재즈와 같은 도시다"라고 말한다. 

1920, 30년대 미국 뉴욕은 재즈 전성기를 구가했던 도시였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 호황기에 이어 대공황기를 지나면서 재즈가 도시인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며 위로와 기쁨을 주는 대중 인기곡이었다.

최 씨는 당시 관문 도시 인천에서도 재즈 풍 곡조가 불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사실 인천은 음악 도시다. 1885년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인천 중구 내동 내리교회에서 부르던 찬송가가 민간으로 퍼져나가는 게 대중음악의 시발이다.

국내 최초의 서구식 초등학교인 인천 영화학당(현 영화초등학교)에선 교사 벵겔이 성악과 오르간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당시 교회와 학교를 통해 서양 음악이 전파됐다. 

그 이전 1882년 조선과 미국이 인천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을 때 '양키두들'이란 노래가 불려졌다는 기록이 있다. '양키두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불린 외국곡이다.

1896년 독립신문에는 제물포 주민 전경택이 작사한 '제물포애국가'가 실려 있다. 1904년 러일전쟁 때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호와 같은 이름의 '바랴크'라는 노래는 아직도 러시아에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구한말~일제강점기 제물포 지역에서 불리던 노래가 '양키두들' '여호와의 용상' '바랴크' '제물포애국가' '대한제국애국가' '경인철도가' 등 100곡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30~40대 주축의 '인천콘서트챔버'는 아코디언, 풍금, 작은북, 첼로 등의 악기로 이들 곡을 연주하고 있다. 근대음악 발상지인 인천에서 불리던 근대 종교음악, 애국창가, 엔카 유행가를 발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 씨는 재즈를 결합한 근대음악을 뮤지컬에 삽입하는 예술 실험에 나섰다.

공연에서 1920년대 제물포 거리풍경과 서민들의 직업인 월미조탕(해수탕)의 때밀이, 중국요리집의 배달원, 항동의 기생 등이 등장한다. 영상으로 제물포에 있었던 대불호텔, 천일은행, 답동성당, 내리교회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공연 포스터 ⓒ문화기획 쌀 제공
공연 포스터 ⓒ문화기획 쌀 제공

▲공연 정보

공연 시간=8일 오후 7시 30분, 9일 오후 4시, 7시 30분

공연 장소=송도국제도시 복합예술공간 트라이보울

관람 시간=100분

관람료=전석 5만 원(위드코리아 할인가 3만5000 원, 인천시민 50% 할인)

제작=뮤직오디세이

연출=임형택

예매처=인터파크, 11번가, 옥션

기획 문의=문화기획 쌀 010-9182-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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