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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소량생산차량 인정 기업 ‘RBT모터스’ 이야기

국내 1호 소량생산차량 인정 기업 ‘RBT모터스’ 이야기

  • 기자명 홍성완 기자
  • 입력 2021.11.09 14:48
  • 수정 2021.11.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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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다니던 공돌이의 20년 이상 지속된 자동차 제작 열정
철저하게 준비된 인내심이 새로운 시장 개척의 문을 열다

[뉴스더원=홍성완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량생산차량 인정확인서를 받은 기업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알비티(RBT)모터스’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소량생산차량은 해외의 경우 인디오더(인디비주얼 오더 프로그램: Individual Order Program)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인디오더가 기존 대량생산 자동차에 개인의 주문에 따라 각종 옵션 및 인테리어 등을 맞춰주는 형태라면, 알비티모터스의 소량생산 방식은 법적 규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주문자의 개인취향에 맞게 차를 제작‧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BT모터스 이성조 대표와 첫 시제차량 MK1 (사진=홍성완 기자)
RBT모터스 이성조 대표와 첫 시제차량 MK1 (사진=홍성완 기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소량생산차량 인정 기업이 전무했으나, 2017년 법 개정 이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올해 처음 알비티모터스가 소량생산차량 인증 기업으로 등록됐다.

무엇이든 첫 번째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알비티모터스가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 알비티모터스가 걸어온 길

알비티모터스 이성조 대표의 이력은 특이하다. 이 대표는 공대생 출신으로 사실 자동차와 관련된 일이 아닌 IT업계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접한 건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면서다. 이 때 자동차 정비기술까지 익히게 됐고, 군 전역 후에도 꾸준하게 20년 이상 취미로 이어지며 국내에는 없던 소량자동차생산 회사까지 설립한 것이다.

소량생산자동차 회사라고 하면 아직까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그렇다면 알비티모터스는 어떤 회사일까?

그는 “보통 우리를 국내 최초 소량생산자동차 회사라고 하는데, 저의 관점은 자동차 업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라며 “카카오나 네이버 등이 2000년대 초반 태동기에 IBM 같은 고전적인 회사들의 중간 역할이었는데, 우리는 자동차업계에 그런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세계 자동차시장의 예를 든다”며 “미국 시장의 경우 고전 자동차 회사들이 있지만 비록 전기차 분야일지라도 리비안모터스나 루시드모터스 같은 신규 회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들이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볼 때 우리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성조 대표는 2019년 2월 'RBT모터스'를 설립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설립 후 2년 4개월 만인 올해 10월 국내 최초 소량생산자동차 인정확인서를 취득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이성조 대표는 2019년 2월 'RBT모터스'를 설립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설립 후 2년 4개월 만인 올해 10월 국내 최초 소량생산자동차 인정확인서를 취득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국내 1호라는 타이틀 속에는 자랑스러움도 존재하지만,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역시 힘든 길을 걸어오며 지금의 알비티모터스를 이끌어 왔다.

그는 “제가 자동차 업계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처음에는 제가 금수저이고 자산가라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오해를 많이 했다”며 “오히려 IT회사를 다니다가 창업을 했고, 그러면서 초기 창업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보통 우리나라는 직업이 아니면 관련 경험에 대해 인정해주지 않는 풍조가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만드는 양산자동차에 대해서만 익숙하다 보니 5명이 모여서 어떻게 차가 나오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아이템에 대한 검토보다 고정관념으로 인해 많은 곳에서 사업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외면을 당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앞서 설명한 대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도 쉼 없이 자동차를 분해하고 정비하는 일을 계속해 왔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후방 쪽에서 근무했다. 그 때 15대의 차량을 9명이 관리하면서 정비까지 하게 됐다”며 “공고, 공대를 거쳐 군대에서 기계를 만지다 보니 자동차 조립에 대한 취미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것은 2019년 2월이었다. 다행이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초기 창업 패키지 사업에 선정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그래도 수익모델 없이 계속 사업을 끌어오는 것에는 한계성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중간에 포기하려는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회사를 이끌어오는 사이에 2019년과 2020년 소량생산자동차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졌고, 이제야 큰 산을 하나 넘게 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걱정했던 게 서류 한 장 없는 상태에서 사전 주문을 받는다고 하면 진짜냐 가짜냐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인증서를 통해 우리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돼 공식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증명 자료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중간에 포기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이 했는데 다행이 법 개정이 이뤄졌고 운이 좋았다”며 “그동안 함께했던 직원들과 가족들이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증까지 이뤄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 창업 후 이런 현실 속에서 꿋꿋하게 준비해 온 이성조 대표의 뚝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대표가 IT업계에 몸담았던 경험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처음 창업(2019년)할 때만 해도 리스크(위험)가 컸다. 그런데 IT업계 선배들 중에 안되면 되게 한다는 마인드가 강한 분들이 많은데, 그런 선배들의 우직함이 영향을 주기도 한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그나마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알비티모터스는 현재 자동차 생산 라인을 완성하고, 제1호 시제품 차량인 MK1까지 나온 상태다. 법 개정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이성조 대표의 인내심 덕분에 이제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단계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소량의 자동차 생산만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이윤 추구라는 사업의 기본적인 요소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알비티모터스는 그동안 준비해온 데이터와 노하우, 여기에 내연기관과 전기기관의 하이브리드 차량 연구까지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단지 내에 위치한 RBT모터스 기업연구실 (사진=홍성완 기자)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단지 내에 위치한 RBT모터스 기업연구실 (사진=홍성완 기자)

이에 대한 증명은 내년 5000대 규모의 전기오토바이 위탁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소형전기차에 대한 위탁 의뢰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정체성은 모터스포츠카나 특장차다. 하지만 시장 논리상 내 독자 브랜드만을 고집하면 메리트 있는 사업이 될 수 없다”며 “정예 멤버로 정해진 시장을 어느 정도 개척해 나가는 게 1차 목표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우리의 노하우를 자산으로 위탁 생산 등을 통해 이윤을 창출해 나간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매출 숫자는 위탁생산이 되겠지만, 이를 소량자동차생산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알비티모터스가 갖는 가치는 대기업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시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현재 중소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를 만들어 도로주행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은 알비티모터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기존 양산체제는 5만대 이상 기준에서 데이터를 생산해 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연구개발 기술의 경우 알비티모터스를 통해 시험해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양산차의 경우 대기업 기술이 훨씬 월등하다. 당연히 엄청난 인프라와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술이나 양산체제를 우리가 따라갈 여지는 없다고 본다”면서 “그렇지만 소량생산에 특화된 알비티모터스는 단 몇 십대에서 몇 백대의 차량에 대한 기술연구 부분을 시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알비티모터스만의 정체성인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보통 BMW 등의 독일 회사들의 경우 옵션을 조금 바꾸는 형태로 인디오더 개념이 이뤄지는데, 알비티모터스는 기본적인 법 조항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것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제작이 가능하다고 할수 있다. 

예를 들어 오디오나 창문 등을 주문자가 원하는 것으로 장착할 수 있어 주문자만의 디자인과 옵션을 완성할 수 있고, 계기판의 경우만 해도 빈티지 스타일이나 플러스 하이브리드 같은 아날로그의 모습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해 줄 수 있는 등 전폭적인 개조가 가능하다.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RBT모터스 생산 공장 전경 (사진=홍성완 기자)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RBT모터스 생산 공장 전경 (사진=홍성완 기자)

알비티모터스의 자동차 엔진은 기본적으로 포드사의 것을 수입해서 쓸 예정이다. 좀 더 원활한 수급을 위해 현재 국내 라인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준비성이 철저한 이 대표는 늘 앞을 대비하고 있다.

그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향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규제들이 추가되거나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항상 그 부분을 대비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안전문제의 경우에도 보통 요구하는 게 100이라면 120 이상을 하고 있다. 그래야 그 다음 상황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알비티모터스의 첫 목표다.

이 대표는 “첫 주문차량의 출고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며 “첫 출고 후 내년에는 35대, 2024년까지 100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비티모터스는 현재 중국 시장 진출도 바라보고 있다. 현재 두 곳의 중국 딜러사와 계약체결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초대 받아 참여할 예정이기도 했다. 이제 위드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계약 진행이 이뤄질 수 있을 예정이다. 

▲ 소량자동차생산 시장의 징검다리 역할 수행

이 대표는 알비티모터스가 소량자동차생산 시장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사실상 자동차업계에서 소량생산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내가 부자가 되기보다 이 산업군이 커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성공사례가 됐으면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처와 투자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한국은 원래 수제자동차의 나라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남은 미군지프 같은 차이나 버스를 공업사들이 개조하는 형태로 제작됐다”며 “유럽은 그런 헤리티지를 이어왔고, 단지 한국은 자동차관리법 등을 통해 표준화하고 관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서 다시 회귀하는 단계라고 본다. 따라서 향후 10년 동안 소량생산 시장이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RBT모터스)
(사진제공=RBT모터스)

▲ 함께하는 사람들, 감사함 그리고 책임감

인정확인서를 받았다고 하나 알비티모터스는 이제 겨우 새로운 출발선에 선 상태다. 그래도 이런 기회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고, 이제는 직원들이 10명 이상 늘어나 규모도 제법 커져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제일 고맙다. 불안한데도 지지해준 와이프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라며 “그리고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항상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많은 분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많은 노력을 해주신 정부 기관 분들, 특히 정책을 끌어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신 화성에 계신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분들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그분들의 노력과 지지가 헛되지 않도록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알비티모터스. 유니크(unique)한 자신만의 드림카(dream car)를 꿈꾸는 이들의 바람을 이뤄주는 그들이 본인들의 꿈까지 이룰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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