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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는 모두 샤먼이 아닐까?' 일상이 주는 질문

[리뷰] '우리는 모두 샤먼이 아닐까?' 일상이 주는 질문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1.11.11 18:33
  • 수정 2022.09.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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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국립극장
ⓒ국립극장

[뉴스더원=임동현 기자]  '샤먼(무당)'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신비로운 느낌, 뭔가 환상적인 느낌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신', '비이성적', '이해 불가' 등 부정적인 느낌도 가질 수 있다.

굿을 통해 자신이 받은 하늘의 '소명'을 실행한다고 믿는 샤먼. 그들은 지금 이 세상에서는 어떤 존재로 비춰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개개인도 자신의 소명을 실천하는 '샤먼'이 아닐까?

11일부터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바로 이 생각에서 출발한 무대다.

작품의 영감은 무속에서 얻었지만 작품은 신비함이나 난해함이 아닌,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과 가까운 존재로 샤먼을 표현한다. 일상적인 인사인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가 이 공연의 제목이 된 이유도 그것이다. '가까움, 친근함'. 이 작품의 핵심이다.

46명의 무용수들은 각각 입무자(예기치 않은 소명을 맞닥뜨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사람), 조무자(무당이 되는 길을 먼저 걸어왔고 입무자가 소명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주무자(오래전 무당의 삶을 받아들여 내림굿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 역할을 맡는다.

일상을 살던 중 뭔가 자신의 의지와 다른 힘을 느낀 입무자가 새로운 세계에서 주무자와 조무자를 만나는 것이 1막의 내용이다.

이어 내림굿을 받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2막이 진행되고 새로운 소명을 받아들인 입무자가 자신의 고통에 집중했던 사람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모습으로 3막이 펼쳐진다.

ⓒ국립극장
ⓒ국립극장

이 작품의 안무를 맡은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어떤 일을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종종 '신이 내렸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은 누구나 샤먼이지 않은가?"라고 밝힌다.

그리고 "몸을 매개로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춤꾼이 공연을 하는 그 순간도 신이 들린 순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작품 창작에 임했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 공연에는 이날치밴드의 수장이자 영화 <곡성>, <부산행> 등의 음악을 맡았던 장영규가 음악감독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인 윤재원이 연출과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국립무용단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는 김미애, 박기환, 조용진, 이재화가 조안무로 공연의 중심을 잡는다. 

황해도의 강신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이 공연은 내림굿을 받는 과정을 표현한 2막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부채를 들고 절도있는 동작을 보여주는 주무자와 혼란의 동작을 하는 입무자, 조무자의 동작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한순간도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입무자들은 우리가 보통 입는 복장을 하고 등장하는데 이 역시 이들이 '현재의 우리 자신'임을 보여주는 장치다. 세 캐릭터의 구도가 만드는 긴장과 이완이 묘한 재미를 주면서 마치 한 편의 '이미지 드라마'를 본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이 공연의 장점이다.

중간에 음악이 아예 없이 무용수들의 동작이 진행되는데 옷깃이 휘날리는 소리가 음악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들린다. 

ⓒ국립극장
ⓒ국립극장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거부감까지 들 수 있는 굿과 무당의 세계를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이면서 그 세계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샤먼의 시작이 '신내림' 같은 비범한 체험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마음, 변화의 희망을 바라보는 마음이며 이 마음은 곧 지금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깝다는 것, 가볍다는 것, 단순한 것. 일상에서 우리가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던 그것에도 분명 희망의 이야기가 있고 사유의 이야기가 있다. 그 '가벼움'의 힘을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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