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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시끄러운 아침’의 나라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시끄러운 아침’의 나라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1.11.30 07:37
  • 수정 2021.11.3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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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한 달여 사이에 전직 두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때마다 죽은 이의 평가로 세상이 시끄럽다.

7년이나 계속돼온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그동안 2,000억 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아직도 결론을 못 내고 더 조사하자는 등 시끄럽다. 잠잠해지면 불쑥 고개를 들고 천안함 폭침에 재 뿌리는 사람이 나타나 유가족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민주당에서 이번 대선에 중도층을 확보하려면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자 이를 둘러싸고 또 시끄럽다. 아니 아직도 ‘조국의 강’은 흐르는가?

정당들이 대선후보를 결정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선대위 구성을 놓고 시끄럽다. 민주당은 선대위를 해체 수준에서 다시 짜는가 하면 국민의 힘은 한 사람의 자리 문제로 출범이 늦어지는 등등… 짜증날 정도로 소란하다.

 아침 조간신문이나 저녁 TV뉴스를 볼 때마다 두려움이 앞선다. 오늘은 또 어떤 사건이 터졌을까?

‘朝鮮’이라는 뜻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시끄러운 아침의 나라’가 아닌가. 정치, 경제, 사회, 시끄럽지 않은 곳이 없다. 심지어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벌어지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오래전 영국에 갔을 때 그곳 영국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를 여행한 경험도 갖고 있었는데 ‘noise!’라는 한 마디로 서울의 인상을 이야기했다. ‘시끄러운 나라’라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조용한 곳이 없더라는 것. 식당엘 가도 큰 소리로 떠들고 심지어 버스, 지하철, 비행기… 어디든 높은 목소리에 부딪혔다며. 특히 거리의 시위대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경찰과 싸우는 모습을 이야기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틀어놓은 확성기 소리, 경찰 버스에 몽둥이를 든 시위대가 올라타 구호를 외치는 소리, 그리고 국회를 방문했더니 거기서도 여야 의원들이 엉키며 싸우더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이와 같은 시끄러움이 반도(半島) 국가의 특징이라는 설명도 했다. 스페인이나 이태리 같은 반도 국가가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것. 목소리를 높여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쉽게 흥분하는가 하면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 등등. 

하긴 요즘 TV마다 트로트 가요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나 <오징어 게임> 등 한류바람을 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또한 그 교수는 같은 유럽 대륙이면서 독일은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유명하고, 이태리나 스페인에서는 성악이 발전한 것도 그런 반도국가의 특성이라고 했다.

성악은 개인 목소리에 의존하지만 합창이나 오케스트라는 여러 목소리와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반도국가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고 자기 목소리가 커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시끄러움은 자기를 지키려는 강한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뜻일 것이다.

노사문제도 그렇고 여·야 갈등도 내가 물러나면 죽는 것이라는 강한 의식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선대위가 저렇게 시끄러운 것도 후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를 지키려는 아집 때문이다.

윤리 교사의 말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시끄러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배려’의 정신이다. 남의 목소리, 남의 악기, 남의 주장을 배려하면 원팀을 이룰 수 있고 합창도, 오케스트라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도… 그러면 우리의 아침이 밝고 희망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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