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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근태기념도서관, 민주주의 인권의 꽃 피우는 열린 공간”

[인터뷰] “김근태기념도서관, 민주주의 인권의 꽃 피우는 열린 공간”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1.12.10 19:52
  • 수정 2021.12.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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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 김근태기념도서관 관장

이순임 김근태기념도서관 관장. (사진=최동환 기자)
이순임 김근태기념도서관 관장. (사진=최동환 기자)

[뉴스더원=임동현 기자] 지난 4일, 서울 도봉산 입구에 ‘김근태기념도서관’이 개관했다. 지난 2011년 12월 세상을 떠난 故 김근태 선생의 10주기를 맞은 시점에 개관된 이 도서관은 80년대 투옥과 고문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외쳤고 사람이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려했던 김근태 선생의 삶과 정신이 오롯이 건물 안에 배어 있었다. 

그의 터전이었던 서울 도봉구에 세워진 김근태기념도서관을 ‘민주주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순임 김근태기념도서관 관장과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2017년 1월, 도서관 기본 계획이 수립된 후 투자 심사, 설명회 후에 설계 공모를 했다. 홍규선 건축가님이 설계를 하셨는데 김근태 선생의 이미지처럼 건물 외부에는 강직함이 느껴지지만 내부에는 햇살이 들어있는 열린 공간, 따뜻한 공간으로 설계됐고 인테리어도 거기에 맞춰 만들었다.

이후 2020년에 김근태기념재단이 도서관 위탁기관으로 선정됐고 올해 도봉구청과 김근태 선생 기록물 등의 무상 사용과 관련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며 9명의 직원을 채용해 지난 4일 개관식을 열었다.

김근태기념도서관 건물. (사진=최동환 기자)
김근태기념도서관 건물. (사진=최동환 기자)

김근태기념도서관만의 특징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도봉구 최초의 ‘라키비움 문화시설’이라는 점이다. 라키바움은 도서관과 박물관 기록관이 한 자리에 있는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과 함께 김근태 선생과 더불어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의 기록들을 구술 채집하고 보관하는 기능이 있고 작가 17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도서관과 기록물,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런 라키비움 형태가 전국에도 많지 않고 말한대로 도봉구에서는 최초다. 모델 같은 게 없다. 다양한 기능을 담아서 운영해본다는 특징이 있기에 더 잘해보고 싶고 앞으로 라키비움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 

또 하나의 특징은 도서분류체계를 개발한 것이다. 도서관들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도서분류체계인 ‘한국십진분류법’에 따라 지식분야를 총류부터 시작해 철학,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과학, 예술, 언어, 문학, 역사로 구분한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분류명을 선생의 어록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문학은 ‘희망은 힘이 세다’, 언어는 ‘평화가 밥이다’, 역사는 ‘정직은 미래를 낳는다’, 총류는 ‘대화할 수 있는 용기’ 등으로 명명했다. 

도서관, 기록관, 전시 공연 및 교육문화프로그램을 통해 김근태 선생의 삶과 그의 평화, 인권, 경제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고 더불어 시민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일상 민주주의 실현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려 한다. 

도서관이 잘 운영되려면 구민들의 호응이 있어야하는데 구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갈 예정인지?

민주주의는 ‘민(民)’이 주인이라는 의미인데 도서관도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이 주인이기에 주민과 함께 운영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다양한 형태의 주민을 양성하려 한다. 

이미 대학생 서포터즈가 완성됐고 아키비스트(기록물관리전문가), 큐레이터, 자원활동가 양성과 함께 50플러스 기자단, 토론 진행 리더 양성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동아리를 구성하고 독서문화프로그램, 기록전시공연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한다. 

김근태도서관 내부. (사진=최동환 기자)
김근태도서관 내부. (사진=최동환 기자)

도서관은 어떻게 구성되고 활용될 예정인가?

'공간마루'는 전시, 공연, 연극, 강연, 시민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상상곳'은 동아리모임, 서포터즈 활동, 메이커스페이스 등 창작 활동을 지원하며, ‘기억곳’은 상설 및 기획전시 공간으로 김근태 선생의 민주주의 인권 관련 전시와 지역 문화예술인 작품, 이용자 및 지역주민들의 작품 등이 전시된다. 

‘생각곳’은 1층부터 3층까지 열람을 위한 공간이며 다양한 김근태 선생 관련 자료와 민주주의 주제 전문 서고도 운영한다. 도봉산과 수락산 풍광이 아름다운 옥외야외공간 ‘산바람길’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 등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예정이다.

여기에 영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도서열람 및 교육 프로그램 활동공간인 ‘민주주의 놀이터’가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 인권도서를 기반으로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멘토멘티 결성을 위한 사전 프로젝트를 실시하려한다. 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전층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고 휠체어를 대여하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열린 구조로 되어 있어 얼마든지 편히 들어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시민 누구나 도서관을 찾아오면 도서, 기록, 전시, 공연, 체험, 교육문화프로그램을 통해 김근태 선생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다시 방역조치가 강화될 조짐이 있는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지난해 2월부터 도봉구의 도서관들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어떻게든 구민들과 접촉을 해야하기에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도서대출 및 반납은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을 했고 온라인을 통한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을 만났다. 

그 때문에 광범위한 만남은 없었지만 영상 공부도 많이 하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비록 간접적이지만 주민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또 전자책이 들어와서 책을 빌리지 못하는 일도 없어졌다. 대면과 비대면의 차이지 주민들을 만난 것은 똑같다. 

코로나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도서관은 더 새로운 모습으로 주민들을 만날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이 있기에 더 자신있고 더 깊이있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내부 작품을 설명하는 이순임 관장. (사진=최동환 기자)
도서관 내부 작품을 설명하는 이순임 관장. (사진=최동환 기자)

지금 우리가 김근태 선생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김근태 선생은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간 고문을 당했고 투옥과 고문으로 생사를 오가며 혹독한 80년대를 보낸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이다. 

많은 이들이 김근태 선생을 투사로, 정치인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김근태를 알고 삶을 들여다본 분들은 ‘휴머니스트’라고 그를 평가한다.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려 애쓰고 늘 들으려하고 함께 하려는 따뜻한 사람이 김근태 선생이었다. 

‘정치인 김근태’로 기억하기보다 꺾이지 않는 민주화의 열정과 고통받는 이와 함께 한 휴머니스트 김근태,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던 김근태로 기억되길 바라고 그 분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전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김근태 선생과 같은 고초를 겪은 이름없는 분들이 계시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단순히 김근태라는 인물을 기억하는 공간이 아니라 김근태 선생과 함께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모든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꿈꾸었던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풀어보고자 한다. ‘고문 피해자 동아리’가 그 일환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김근태기념도서관은 김근태를 기념하는 것이 있지만 그분처럼 고통을 받은 분들이 많기에 그 분을 기리는 것을 넘어 더 많은 분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다양한 분들과 공유하려하고 있다. 이는 유족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공익기관이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보루로, 정보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장치로, 평생학습과 지식정보의 생산 기지로, 민주주의 실현의 주체인 시민이 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장이 되려 한다.

또 도봉구지역문화공동체 및 마을 민주주의 허브로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우려한다. 민주주의의 장으로 도봉구 주민과 함께 하겠다. 공론으로, 체험으로, 공연으로 시민과 맞닿아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특화해 공공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주민들을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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