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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문화국장 스페셜인터뷰] 품바 40년 빡쎄게 현재 살아있네~!

[장두이 문화국장 스페셜인터뷰] 품바 40년 빡쎄게 현재 살아있네~!

  • 기자명 장두이 기자
  • 입력 2022.01.05 17:06
  • 수정 2022.01.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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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바를 모르면 한국을 모르고, 민중의 힘을 모르는 거죠.”(관객 댓글 평) 

[뉴스더원=장두이 기자] 냉기가 코 끝을 ‘쌩’ 가르는 대학로. 그 옛날 ‘품바’ 공연으로 연일 대성황을 이루던 극장 터에 생긴 카페. 지금은 새 건물이 들어선 곳이다. 품바 40주년 제작을 맡은 박정재(품바 공연 창시자 故 김시라의 부인), 김현재(김시라의 아들) 두 사람을 한 달 섭외 끝에 만났다. 

품바 40주년 제작을 맡은 박정재와 아들 김현재(김시라의 아들), 뉴스더원 장두이 문화국장. (사진=최동환 기자)
품바 40주년 제작을 맡은 박정재와 아들 김현재(김시라의 아들), 뉴스더원 장두이 문화국장. (사진=최동환 기자)

Q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정재 : (환하게 웃으며) 장선생님이 배려하신 거죠? 여기가 품바 공연하던 곳이었잖아요.

Q : 그렇죠. 사실 이런 장소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그대로 보존돼야 하는데....
흐흐흐... 보존은 커녕 보수도 안 하는 내 나라 아닌가?
 
박정재 : (못 다한 미소로) 개인적으로 마련하지 않는 한 어림없죠.

Q : 40주년이 됐다고요? 

박정재 : 40년! (잠시 허공을 응시하는 촉촉한 눈) 화살처럼이 아니라, 총알처럼 지났어요. 40주년을 기념하자는 일념 하나로 12월 20일 부산 KBS홀에서 뚜껑을 땄고, 여수 공연 마치고 엊그제 올라왔죠. 

Q : 요즘 세태로 보면.... 40년? 강산이 40번 곤두박질 변했죠. 코로나니 뭐니 세상이 변해도 품바의 외침은 살아있네요. 

박정재 : 품바 정신은 민중의 외침을 대변해서 우리가 잘 살자는 거거든요. 남편 김시라가 일인극으로 1981년 시작해서 벌써 정규수, 정승호, 박 동과, 최성웅, 박해미, 최종원, 전수환, 이재은 씨 등 20대 품바까지 나왔으니까요.

Q : 알만한 배우들 총집합이었네요. 이젠 아들 현재가 21대 품바?

김현재 : (손사래) 아직....! 몇 년전부터 우선 鼓手로 참여하고 있죠. 어려서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그땐 품바를 잘 몰랐어요. 근데 군대가서 비로소 왜 아버님이 품바를 그렇게 애지중지 모든 열정을 쏟으셨는지 알겠더라고요.         

Q : 그러니까 남잔 군댈 가야한다니까! (웃음) 현재란 이름도 아버님이 지으신 이유가 있네. ‘현재... 지금부터 품바를 이어 받아라. 계속 현재로.....!’ 미래는 현재가 아들을 낳으면 미래라고 하면 되고. (모두 폭소) 근데 전공이 연극?

김현재 : 아뇨. 실용음악입니다. 

Q : 딱이네. 품바야말로 타령장단에 휘몰이까지 한국 가락이 다 들어있는 것 아냐?

김현재 : 그렇죠. 현재까진.... (또 웃음) 근데 미래 품바는 좀 더 시대에 맞는 품바로 바뀌어야 한단 생각이죠.
박정재 : 그래서 이번 40주년 공연은 ‘품바, 머시꺽정인가?’로, 본래 김시라씨가 시인이었으니, 시와 음악이 결합된 ‘詩音樂劇’ 형식으로 만들었어요. 내용도 품바가 항상 시대를 반영한 상황극인지라, 요즘 코로나로 청년백수와 장년백수가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캐릭터들과 시인이 등장해서 질펀하게 세태를 풍자하고 노는 더 확대된 품바라고나 할까요?

품바 정신은 민중의 외침을 대변해서 우리가 잘 살자는 것(사진=품바 공연의 한 장면)
품바 정신은 민중의 외침을 대변해서 우리가 잘 살자는 것(사진=품바 공연의 한 장면)

Q : 작품 설명만 들어도 멋집니다. 근데 제가 인터뷰 오기 전에 ‘품바’를 조사해보니, 품바란 낱말이 신재효의 판소리 ‘변강쇠전’에 나오더라고요. ‘타령장단에 흥을 돋우는 소리로 입장고’라고 돼 있던데.

박정재 : 일제 강점기, 자유당, 공화당 시절엔 입장고가 입방귀란 말로도 쓰였는데, “방귀나 쳐 먹어!”란 욕 아닌 욕. 즉 질펀한 풍자겠죠.

Q : 그러니까 부정으로 치부한 놈, 아부 아첨으로 관직에 오른 놈, 기회주의자, 매국노 같은 놈들한테 퍼붓는 시원한 욕이죠! 요즘에도 딱 맞는 입방귀임다! (모두 웃음)

김현재 : 욕은 말 그대로 잘못하는 것을 질책하는 말이잖아요? 품바는 일종의 해학이 깃든 교훈연극이죠. 평소 아버님이 우리 평민 문학에 관심이 많고, 연구를 많이 하셨는데, 품바를 통해서 늘 당하고만 사는 민중을 대변해서 민중의 한을 대신 풀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만드신 거죠.

박정재 : 제가 품바를 처음 본 게 85년인데, 관객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어요. 연극을 보는 분들이 보통 근사한 서양 연극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남녀노소 품바를 보면서 웃음과 눈물을 글썽이며 무대와 객석이 온통 하나로 소통하고 있는 거예요. 마치 ‘소통체험연극’이랄까요? 지금까지 1700여 회 공연 동안, 처음엔 주로 학생층 관객이 많았는데 이젠 나이, 신분을 넘어서 누구나 함께 하는 살풀이 연극이 된 셈이죠.

Q : 액막이, 살풀이..... 어찌 보면 품바는 우리 연극을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한국 연극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현재 : 일인극 속에 재담, 노래, 춤이 있는 고유의 ‘한국적 뮤지컬’이랄까요? 
조선 시대에 정립된 판소리완 다른, 현대판 1인 16 역할을 다 소화하는 ‘판뮤지컬’?

Q : 와우, 그러네. 어디서든 ‘판’ 깔고 공연할 수 있는 ‘한국판뮤지컬’.

박정재 : 제 생각에 품바는 첫째, 스러져가는 우리 토착 문화를 발굴하고 재생시키는 데 먼저 앞장 선 작품. 둘째로는 즉흥성이 엄청 많이 가미된 종래의 연극 장르와는 다른 ‘즉흥상황극’의 모태가 된 거죠. 배우가 창의적이지 못하면 절대 할 수 없는 공연인 거죠. 

Q : (박수) 판소리는 이미 세계적인 음악이자 드라마로 알려졌죠. 40년을 넘긴 품바도 이젠 제대로 연구하고 더 발전을 꾀하는 공연 양식으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품바 자료를 찾다 보니까, 그 별칭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거지, 각설이, 먹뫼, 똥냥치, 양아치, 거러지, 초살이, 거벌꾼, 거렁뱅이, 천사.....’ 근데 왜 천사죠?

박정재 : 목포 근처 인의산 밑 밤나무골 근처 공동묘지 주변에 ‘천사촌’이란 마을이 있었어요. 어느 해부터 그 마을에 걸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어와 살았던 거죠. 품바 공연의 산실이죠.

Q : 톨스토이가 봤더라면 기막힌 소설감이네.... 전통은 이어짐입니다. 물론 지금 현재가 현재 대물림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김현재 : 이젠 저희 세대가 품바를 이어 가야 하는데, 묘하게 품바 음악이 서양의 랩, 재즈, R&B 같은 맥락이 있는 거예요. 품바 음악을 좀 더 세련되게 극대화시키면 요즘 우리가 듣는 랩, 비밥, 재즈 못지않은 멋진 음악극이 될 거라 생각하고 연구중입니다. 

박정재 : 현재가 생각하는 것처럼 ‘K-품바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최근 ‘지천태’란 그룹을 얼마 전에 창단했어요. K-팝의 하나로 우리 품바 타령의 새로운 모습이 곧 나올겁니다.

Q : (다시 박수) 제발 멋진 품바로 씨알머리 없는 인간들 훈계하고, 개종시키는 멋진 품바 기대합니다. 언젠가 북한에서 공연하면 높은 놈들 오줌싸면서 뜨악할텐데.... (웃음) 오늘 귀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박되십시오.         

겨울바람이 분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얼씨구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씨구 들어간다. 에이고나 데이고나 잘한다.’ <품바타령이 절로 나온다.> 인터뷰 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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