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대남'에 가려진 '이대녀', 진보정당이 잡을 수 있을까

'이대남'에 가려진 '이대녀', 진보정당이 잡을 수 있을까

  • 기자명 채승혁 기자
  • 입력 2022.01.13 13:14
  • 수정 2023.03.08 09:2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이준석發 '세대 포위론' 먹히자 '이대남' 행보 가속
'이대녀' 대표하던 심상정, 지지율 답보로 일정 전면 중단
향후 대선 최대 '스윙보터' 누가 잡나? 김재연-오준호 앞장서

진보당 김재연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 2030 여성선거대책위원회가 13일 진보당 서울 중앙당사에서 '여성의 생애 주기 의료지원에 대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최동환 기자)
진보당 김재연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 2030 여성선거대책위원회가 13일 진보당 서울 중앙당사에서 '여성의 생애주기 의료지원에 대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최동환 기자)

[뉴스더원=채승혁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뇌관이 되면서 다가오는 대선이 본격적인 '젠더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진보 정당들은 갈 길 잃은 '이대녀(20대 여성)' 표심 잡기에 전력투구(全力投球)하는 모습이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2030 여성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중앙당사에서 '여성의 생애주기 의료지원에 대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김 후보는 ▲갱년기 증상 질환 대상 건강보험 확대 적용 ▲피임 시술 및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성별 구분 없이 만 26세까지 전 국민 HPV(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을 약속했다.

김재연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쟁적으로 젠더갈등을 조장하며 대선판을 만들어 가고 있다"라면서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선거전략이라는 게 고작 과거 영호남 지역갈등을 조장했던 구태정치를 성별 갈등으로 옮겨와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소위 이대남의 표심 잡기로 치중된 거대 양당 선거 전략에서 절반의 유권자인 여성들이 소외되어있다"라고 말하면서 "사회적으로 늘 힘이 큰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법이다. 이대남 현상이라는 일부 20대 남성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고 주목받는 지금의 현상 자체가 20대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준호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당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여기 이대녀가 있다'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며 전날 '여성가족부 폐지'를 약속한 윤 후보를 규탄했다.

오 후보의 대변인인 용혜인 의원은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남혐(남성 혐오) 담론'에 올라탐과 동시에 저출산을 문제 삼으며, 출생 1년간 부모 급여 월 100만 원을 주겠다고 말했다"면서 "여기서도 윤석열 후보의 성 평등과 돌봄에 대한 고민의 부족이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선 후보 캠프가 12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기 이대녀가 있다'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선 후보 캠프가 12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기 이대녀가 있다'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기본소득당)

그러나 진보정당들의 거센 저항과 달리, 막상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을 기점으로 '여가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병사 급여 월 200만원' 등을 공약하면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영 보수' 2030과 '전통 보수' 5060을 결집하면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이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를 위시한 20대 남성은 2020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 시장의 당선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보수 지지층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마찬가지로 2030에 해당하는 2030 여성들은 점차 대선에서 소외되면서 '스윙보터(투표행위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인원)'가 됐다는 지적도 상존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월 7일~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무선 ARS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응답률 8.7%), 여성의 10%가 부동층(지지 후보 없음+잘 모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5%의 남성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또한 해당 조사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윤 후보의 '이대남 저격' 공약이 발표되기 전이기도 하다.

13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20대 여성들의 투표율이 굉장히 높다. 지난 4·7 재보선 때 서울 지역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79%가 투표했는데,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며 향후 2030 여성 표심 향방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사진=최동환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성수동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주최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동환 기자)

다만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여성가족부 강화'를 공약하며 윤석열 후보와 대척점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녀 표심조차 완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위기 상황에 빠졌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놓인 심 후보는 한 여론조사에선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 후보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일정 중단 선언 직후 칩거에 돌입, 당 지도부 등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상태다.

정의당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들은 일괄 사퇴를 결의한 가운데, 일각에선 심 후보가 '중대 결심'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대녀 표심 공략'에 앞장서 오며 진보 진영에서 가장 큰 세력을 구축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마저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보니, '이대녀 표심'의 향후 방향성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이에 진보정당 뿐만 아니라 거대 여야도 마찬가지로 '이대녀' 표심 확보를 위한 이해타산을 한층 더 복잡하게 계산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