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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북한 미사일 도발과 여고생의 위문편지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북한 미사일 도발과 여고생의 위문편지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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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다음 달이면 내가 군대에서 제대한 지 만 60년이 된다. 육군 제1사단 12연대.

훈련소를 나와 부대에 배치되자 부대장이 "여러분은 6·25 전쟁 때 제일 먼저 38선을 넘어 평양에 입성한 영광스런 제1사단 병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훈시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사단장이 백선엽 장군이었다는 사실도.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며 앞장서 전선을 사수하는 등 숱한 무용담을 남긴 백선엽 장군은 2년 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과거 행적이 친일파라며 좌파 시민단체에서 대전 현충원 안장 반대운동을 벌였고 묘지 안내판을 뽑아 훼손하기도 했다. 더욱이 대통령의 조문도 없었다. 미국 같으면 현직 대통령은 물론, 전직 대통령들까지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명복을 빌 것이다.

지난 주에는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 이모(19)군과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여 밀고 당기는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를 잃은 이군이 대통령에게 아버지 죽음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한 편지를 보냈고,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는 답장을 보냈던 것.

그러나 대통령의 답장은 그것으로 끝냈고 아무런 조치가 없자 유족들이 대통령의 편지를 돌려주겠다며 청와대를 찾았는데 진입이 막히자 대통령 편지를 바닥에 놓고 발길을 되돌렸다. 참으로 그 모습이 허망했다.

사실 대통령은 물론 우리 정부 누구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하여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바 없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교통부 산하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은 최근 북한 노동당 선전부 부부장 김여정을 ‘평화의 메신저’라고 소개한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됐었다.

김여정은 누구인가?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며 2020년 6월 우리 국민 세금으로 지은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인물이다. 그 후에도 김여정은 우리 정부를 모욕하는 언사를 되풀이했으나 우리는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그러니 국가철도공단이 그를 ‘평화 메신저’로 홈페이지에까지 올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닌가.

요즘 북한이 잇달아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데 대한 우리의 자세 또한 안타깝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그러나 언제나 회의 결과는 고작 ‘유감’ 표명.

군 당국 역시 미사일 발사 브리핑을 하게 되는데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것만 되풀이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국가 분위기가 지속되니까 서울 모 여고생이 쓴 군위문편지가 ‘위문’이 아니라 ‘조롱’이 섞인 것이어서 충격을 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물론 학생들에게 의례적으로 위문편지를 쓰게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타당한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학생들의 머릿속에 잠재해 있는 군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전락해버렸다는 것에 슬픔마저 느낀다.

6·25 전란을 겪으며 세계 최빈국의 대한민국을 오늘 세계 경제선진국으로 끌어 올린 데는 ‘안보’가 튼튼하게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인데 그것이 자라나는 세대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꼰대’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근 젊은 기업인이 ‘멸공’이라는 말을 SNS에 올렸다가 조롱을 당했던 것처럼 그렇게 냉소를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며칠 전 F-5E 전투기를 몰던 스물아홉 젊은 조종사 심정민 소령이 비상탈출을 하지 않고 야산에 추락해 순직했다는 뉴스에 감동을 받았다. 결혼 1년여밖에 안 된 그는 민가에 추락하지 않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이다.

그에게는 조롱 섞인 위문편지 따위와는 상관없이 군인으로서 책무를 다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군인으로 하여 나라 장래에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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