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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복문(福門)을 열자.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복문(福門)을 열자.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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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초빙교수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초빙교수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인간의 희로애락 가운데 ‘노여움(怒)’이 가슴 속에 쌓여 있다가 폭발한 형태를 ‘화(火)’라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화병(火病)’은 그 노여움이 극에 달해 가슴속에 쌓여 있다가 마음의 병으로 나타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화’가 어느새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사소한 일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가족과 이웃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기분이 나쁘다고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르는가 하면, 새로 사 온 침대를 조립하는 소리에 화가 난다고 아버지와 누이를 아령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누구나 ‘화’를 내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누구나 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외부로 나타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화를 잘 처리하면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이어가려면 우선 화를 잘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이런 일들이 문제로 떠오르는 이유 가운데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체계를 자유토론에 익숙한 분위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을 잘하는 비결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내 의견이 존중받으려면 상대방의 의견부터 먼저 존중해야 한다. 토론의 기술은 각각의 의견 차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조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장자(莊子)는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그 화를 잠재우는 방법을 호랑이를 기르는 사육사를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살아있는 짐승을 먹이로 주지 않는 것은 호랑이가 그것을 죽일 때 사나워지는 것 때문이며, 짐승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이로 주지 않는 것은 호랑이가 그것을 찢을 때 사나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굶주릴 때와 배부를 때를 잘 살피고, 그 사나운 마음을 파악하는 데 통달해야 한다.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려 하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에 따라 먹이를 맞추어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달기노심(達其怒心)’이라는 고사성어의 어원이다. 여기에서 ‘달(達)’은 상황 대처를 적절히 잘하는 것을 말한다.

장자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내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잘 살피고 그것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을 가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가리키는 말이다.

 『맹자(孟子)』 「이루(離婁)」 편에도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가 남을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禮人不答反基敬 愛人不親反基仁 治人不治反基智).”라고 했다. 이 말도 모든 일을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헤아려 보라는 역지사지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니 오가는 말이 너무 거칠고 상스럽기 그지없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말로 보기에는 너무 한심스러운 수준이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선수들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시간이 지나 승부가 결정되면 거기에 승복하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인다. 페어플레이가 다음 경기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은 어떤 모습인가? 승자는 너그러운 모습이 부족하고 패자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도대체 저잣거리의 모리배만도 못한 저런 자들에게 우리가 뭘 믿고 나라를 이끌어 달라고 표를 주었을까? 이긴 자나 진 자나 도긴개긴인데 말이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내일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화나는 일이 있으면 그 일로 속상해하지 말고 마음의 문(門)을 활짝 열고 상대가 잘한 점을 찾아 칭찬해보자. 그게 바로 내 삶을 살찌우는 ‘복문(福門)’이다.

생각을 바꾸면 내일이 달라진다. 열린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만(萬) 가지 복이 들어온다. 더구나 지금은 풋풋한 기운이 밀려드는 상쾌한 봄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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