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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광야에 선 민주당 실세 '586세대'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광야에 선 민주당 실세 '586세대'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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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80-90년대 연세대를 비롯 홍대 등 대학들이 많은 서대문 일대는 수시로 학생들의 시위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복 경찰관들이 캠퍼스를 드나들어 감시 활동을 벌였다.

특히 연세대의 상징인 독수리에 빗대어 이들 사복 경찰관들을 일컫는 ‘짭새’라는 은어가 유행이었다. 가령 ‘짭새가 떴다’ 하면 경찰이 출동했다는 것으로 빨리 도망가라는 것.

그런데 이것이 서대문이 있는 대학뿐 아니라 그 시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짭새’는 사복 경찰과 운동권 학생들을 뒤쫓는 모든 기관원을 가리키는 것이 돼버렸다.

이처럼 80-9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며 쫓겨 다니던 세대들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386 세대’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30대 나이에 60년대 출생으로 80년대 학번의 소유자란 뜻이다. 송영길, 윤호중, 김종민, 우상호, 이인영, 정청래…

이들 386 세대들은 그만큼 신선한 젊은 피로 민주당의 큰 자산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386 세대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 50대가 되니까 이름도 586세대로 바뀌었다. 사실 요즘 50대라고 하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정치계의 50대는 노인 취급을 받는 것 같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일찍 정치에 뛰어들어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그들을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을 탓할 게 아니라 이들이 참신성을 잃어버리고 어느덧 기득권에 올라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게 자랑하던 도덕성도 무너지고 국민 앞에 겸손하던 자세는 교만하게 변했으며 개혁의 열정도 식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여러 가지로 말하지만, 무너진 도덕성, 국민 앞에서의 오만함, 식어버린 열정, 이 모든 것의 종합판 ‘내로남불’이라는 네 글자로 결론지어지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조국 사태’였고 그 불씨가 산불처럼 계속 타올라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국민의 정서를 외면한 채 강성 친문의 정체성에 갇혀 ‘조국의 강’을 끝내 건너지 못하고 만 것이다.

그 불같던 정의감은 어디로 가고 윤미향 사건 때 586은 침묵했으며 오히려 보호하려고 했다. 선거 임박해서야 국회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더니 흐지부지되었고, 이승만, 박정희 등 보수정권을 친일파로 매도하며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까지 반대했던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파렴치한 행적에도 침묵했다.

오죽했으면 선거 패배 후 구성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된 26세의 여성 박지현 씨까지 ‘내로남불’을 반성하며 ‘180석만 믿고 민심을 외면한다’고 했을까.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앙이 발생할 때 그 지역 생물들에게서 미리 징조가 나타나는 것처럼 이와 같은 패배의 징후가 감지된 듯 민주당 지도부에서 ‘586 용퇴론’이나 ‘3선 금지’ 같은 개혁의 소리가 나왔었다.

그리고 송영길 대표는 차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586은 광야로 나가자고 했지만 아무도 그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심지어 586 용퇴론에 동조했던 김종민 의원도 막상 용퇴를 묻는 기자에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또한 우상호 의원은 오히려 용퇴가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선거 패배 후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윤호중 의원이 취임, 당 쇄신을 외치고 나왔다. 그러나 그 외침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공감을 일으킬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의당 협조로 만들고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 뒤통수를 쳤고, 야당과 사생결단 싸웠던 모든 사건의 전면에 섰던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6월 지방선거까지 지휘하다니 정말 민주당이 쇄신을 바라고 있는지, 아직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180석의 오만에 갇혀있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민주당 586세대의 일각에서 이번 대선 패배 0.8% 근소한 차이를 내세워 벌써부터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는 발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음은 다시 한번 국민의 눈에는 오만함으로 보인다. 정말 민주당 실세였던 586세대가 광야로 나가는지, 꽃길에 안주할지, 그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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