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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0.03%의 기적'-고남석 연수구청장의 숨은 이야기

[인터뷰] '0.03%의 기적'-고남석 연수구청장의 숨은 이야기

  • 기자명 장철순 기자
  • 입력 2022.04.14 14:18
  • 수정 2022.04.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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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 코로나 19 치명률 0.03% 달성, 수도권 지자체 중 가장 낮은 수치
"우연 아니다. 의료진과 공직자의 땀과 눈물, 희생의 결정체"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코로나19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사진=임순석 기자)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코로나19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사진=임순석 기자)

[뉴스더원=장철순 기자]  "코로나19로부터 주민의 안전을 지키려고 함께 해 준 의료진, 공직자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값진 결과죠."

'0.03%'. 지난 4일 기준으로 인천 연수구의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 13만 5284 명 중 4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0.03%의 치명률을 보였다.

이 수치는 수도권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전국 광역시 시·군·구 치명률로 보면 부산 강서구(0.02%)에 이어 두 번째다.

독감 등 계절 풍토병으로 인한 평균 사망률 0.08~0.09%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인 것이다.

0.03%, 의료진과 공직자 등의 땀과 눈물, 희생의 결정체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은 지난 13일 '뉴스더원'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선 의료진과 공직자들의 땀과 눈물, 희생의 결과"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이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해외 여행을 가려 했던 사람들의 해약사태가 잇따랐고, 예방방역 강화가 시작됐다.

고남석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SNS(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함박마을 등지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 19 확진자 나오기 전 연수구의 숨가빴던 나날들

2020년 2월 25일. 연수구의 상황은 확진자 0, 접촉자 0, 검사 47명, 자가격리 7명이다.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연수구도 지역의 신천지 교회 신자 파악에 주력했다.

중고차수출단지 외국인 임시 선별진료소의 모습. (사진=연수구)
중고차수출단지 외국인 임시 선별진료소의 모습. (사진=연수구)

외국인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전문인력 확보와 함께 전용 상담창구도 개설했다. 구립 공공도서관 상반기 프로그램 개강일을 연기했다. 신천지 교회와 관련 시설에 대한 폐쇄명령을 부착하고, 대규모 점포 및 위생업소에 대한 발열 체크 현장지도에도 나섰다.

2월 26일이다. 연수지역 신천지 신자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다. 871명에 달했다. 보건소 공무원 등이 위치 및 동선 파악에 나섰다. 신천지교회 건물에 입주한 마사회 장외발매소에 휴업명령을 내렸다. 공동주택 주민공동시설 167개 중 139개의 운영을 중지했다. 민간 다중이용시설의 휴업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3월 5일. 연수구의 코로나 19 현황지도를 자체 제작했다. 전국의 확진 환자 이동 경로, 선별진료소 위치, 신천지 관련 시설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 19 지도다.

이 온라인 지도는 연수구청 토지정보과에서 공간정보사업 업무를 맡은 직원 2명이 예산을 들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마스크 판매업소 위치 등도 업데이트해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청정연수를 막아라'. 방역예방 활동에 나선 연수구. (사진=연수구)
'청정연수를 막아라'. 방역예방 활동에 나선 연수구. (사진=연수구)

3월 6일. 현장으로 뛰어 나갔다. "목민관은 위급할수록 현장에 나가 답을 찾는다"는 '목민심서'를 가슴에 새겼다. 코로나 19 예방이 최일선에서 잘 이뤄지는 지 확인이 필요했다. 방역활동도 지원했다.사람이 모이는 교회, 대형 학원, PC방, 코인노래방, 요양원, 음식점 밀집지역 등을 찾아 다니며 방역작업도 했다.

3월 17일. 연수구에 확진자가 나왔다. 40세 여자. CCTV 확인결과 계단으로 18층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밀접접촉자는 3명(남편, 딸 2명)이다. 모두 음성이지만 집안에서 마스크 착용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수구민들에게 호소문을 냈다.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집단 감염 이후 연수구 교회 60%(179개)가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3월 18일. 연수구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마스크 제작을 했다. 지난 3월 9일부터 2500 장을 만들었다. 환경미화원들과 요양보호사들에게 전달했다. 안심식당도 지정 운영하기로 했다. 골목상권 보호, 소비자와 음식점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3월 20일. 송도 G 타워에 입주해 있는 GCF(녹색기후기금) 직원인 필리핀 남성 A씨(49)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밀접접촉자와 이동 경로 파악, 방역 등으로 바쁜 하루였다. 이 남성은 5월께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3개월 후 끝내 숨졌다.

사무실 간이침대 쪽잠...긴박한 상황 대응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생활한 800 여일을 회상하는 고남석 구청장. (사진=임순석 기자)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생활한 800 여일을 회상하는 고남석 구청장. (사진=임순석 기자)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파악,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방역, 보건당국 보고 등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보건소와 상황실 직원들이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상황파악에 나선다. 

그도 집에서 보고를 받고만 있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쪽잠을 자다가 상황보고를 받았다.

아침 출근 전.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B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뛰쳐 나갔다. 방역과 함께 안내방송을 했다. 외국인들이 사는 곳도 있어 서툴지만 영어방송도 했다. 

"주민들에게 안전하다는 걸 알려줘야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구청장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 했지요."

그는 200일 이상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던 때.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잠을 설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 4명이 추가 발생. 110번째다. 2차 감염을 막으려고 현장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방역도 하고 아파트 방송도 하고 발코니 음악회도 열면서 이리 안간힘을 쓰는데...확진자는 얼마나 힘들까. 그 가족은 어떻고. 주변 사람들에 죄인된 심정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은 또 어쩔꼬."

"바람에 실려오듯 소리 없이 다가오는 코로나 19.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여기서 끈을 놓으면 순식간에 훅 간다. 고남석, 무너지면 40만 주민이 위험해 이 친구야"

그는 마음과는 달리 현장에 서면 닥달속에 지쳐가는 보건소와 동, 본청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 까지 다시 힘을 내보자. 아침 일찍 현장으로 가서 방역도 하고 방송도 하고, 총체적인 점검을 해 보자. 혹시 놓친 게 있는 지. 일은 엄격하되, 모든 분께 부드럽게 대하자"며 마음을 다 잡았다.

늑장 행정 질타 민원, 문제파악 후 개선

어떤 문제가 있길래...고남석 청장이 민원쇄도에 직접 일을 해보고 있다. (사진=연수구)
어떤 문제가 있길래...고남석 청장이 민원쇄도에 직접 일을 해보고 있다. (사진=연수구)

2022년 2월 19일. 역학조사가 밀려 적시에 자가격리와 재택치료 통보가 늦어져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전화도 일부러 받지 않는다는 민원이 쇄도했다.

"무슨 일이지?" 보건소 역학조사팀에서 직접 일 처리를 해 봤다.

먼저 PCR(유전자 증폭)검사 기관에서 넘어 온 양성 확진자에게 전화를 걸어 셀프 입력을 안내했다. 개인정보에 접근해 본인과 함께 하는 가족상황을 파악하고, 셀프 입력 내용과 비교해 접종 여부를 파악해 수동 능동감시를 분류했다. 확진자 생체, 집중, 일반관리를 분류했다. 이 내용을 자가격리팀으로 넘겼다. 이렇게 하는데 30분 이내에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숙련된 직원이 하루 30건 정도 할 수 있는데, 이 작업을 하는 중에 쉴새 없이 민원 전화가 왔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2000 건이 밀려있다. 확진자 발표는 대기 확진자를 제외된 숫자로 발표되는데 이는 전국이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곧 바로 개선책을 냈다. 50명의 역학 조사요원을 추가 선발해 상황실을 재구성했다. 전화 응대 콜센터도 신설했다. 자각격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주민 불편해소를 위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취약계층, 외국인부터 챙겨라- 75세 이상 어르신 발빠른 백신접종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 추세를 보일 때다.

그는 무엇보다 기저 질환자, 노인 등의 안전을 위해 투 트랙의 특단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백신이 처음 들어올 때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우선 접종하기 위해 선학 체육관을 요청했다. 초기 백신을 연수구가 끝날 때쯤 다른 구에서 백신을 시작했다.

연수구는 셔틀버스까지 동원해 도우미 40명을 채용,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마쳤다. 75세 이상 백신 접종률 98%에 달성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코로나 19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던 게 초기 선제적 대응 덕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함박마을의 경우 퇴근 이후에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남동공단에는 PCR 검사 증명서를 갖고 오도록 유도했다.

특히 외국인 밀집 지역이 코로나 19 전파 속도가 빠르고 확진자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수구의 경우엔 오히려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었던 것도 초기에 발빠른 대응이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 같다고 한다.

그는 "일상으로의 회복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현재 연수구는 14만 명이 코로나 19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민들의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활스포츠 등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르신 가운데 심한 우울증에 걸린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정신적 전문의를 통해 상담하고 관리해 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하고, 음식문화 변화에 따른 공공지원,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회복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 19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주민 삶이 고통을 겪던 지난 날들. 후기공모를 비롯해 보건행정의 취약점, 잘된 점, 시민안전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등 예방방역 로드맵 등을 담은 백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 출마로 이제 800여 일 넘는 간이침대 생활을 마쳐야 할 때가 왔다"며 "시민안전을 위해 밤새워 땀을 쏟아낸 공직자들, 의료진 등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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