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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머리가 큰 쥐(碩鼠)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머리가 큰 쥐(碩鼠)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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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나라가 어지러우면 좋은 세상을 바라는 백성들의 염원을 담은 예언서들이 나타난다. 예언서는 권력으로부터 압박과 착취를 받는 민중들에게 위안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럽고 사악한 권력을 피하여 숨어 살만한 곳을 10개의 승지(勝地)라 하여 알려주는 『정감록(鄭鑑錄)』이나, 말세가 되면 ‘머리 큰 쥐새끼’가 나타나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의 예언을 수록한 『송하비결(松下秘訣)』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머리 큰 쥐새끼(碩鼠)’라는 말은 중국의 고전 『시경(詩經)』 위풍편(魏風編)에 처음 나온다. 왕이 백성들을 쥐어짜며 과중한 세금으로 수탈할 뿐만 아니라, 바르게 국정을 이끌지 아니하고 자신과 왕권만을 위하는 정사를 일삼아 국고를 탕진하는 것이 머리가 큰 쥐와 같다고 풍자하는 내용이다.

‘석(碩)’이라는 한자는 머리가 크다는 뜻으로 많이 배워 머리에 든 게 많아서 ‘먹을 것’을 찾는 데는 도가 튼 쥐를 뜻한다. 곧 자기 이익에만 충실한 인간이나 권력을 빗대어 쓰는 말로, 권력을 쥐고 제멋대로 구는 나라를 좀먹는 권력이라는 뜻이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떨친 유종원(柳宗元)은 『유주문초(柳州文鈔)』 「잡저(雜著)」의 ‘삼계(三戒)’라는 글에서 자신의 근본을 모르고 날뛰는 사람들을 동물에 비유하여 경고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쥐(鼠)에 비유한 내용이 있다.

“영주(永州) 땅에 사는 아무개는 평소 미신을 믿어 두려워하고 꺼림이 특히 심하였다. 그는 자기가 태어난 해가 쥐띠 해이므로, 쥐가 싫어하는 고양이와 개는 기르지 않았다. 하인에게도 쥐를 못 잡게 하고, 곳간과 부엌에서 쥐가 온갖 짓을 멋대로 해도 모두 그대로 두었다.

그러자 온 동네 쥐들이 몰려와 실컷 먹어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는 온전한 기물(器物)이 없게 되었고, 횃대에는 온전한 의복이 남아있지 않았으며, 심지어 식구들은 쥐들이 먹다가 남긴 찌꺼기를 먹을 정도가 되었다.

쥐들은 낮에도 떼를 지어 사람과 나란히 우르르 몰려다니고, 밤이 되면 서로 많이 먹으려고 물어뜯고 격렬하게 싸우며 온갖 기괴한 소리를 질러댔다. 집안사람들은 잠을 잘 수가 없었지만, 주인이 그러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몇 년 후, 그 사람이 다른 고을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주인이 바뀌었지만, 쥐들의 행태는 예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의 국정운영을 총망라한 총 22권 1만1944쪽 분량으로, 역대 정부 백서 가운데 최대 분량의 국정백서를 발간했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라는 책 제목만 봐도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충분히 알 만하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가계 빚(부채) 규모가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한 세계 약 40개 주요국 중 가장 많고, 코로나19 이후 가계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 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정도였고, 그 오름폭도 모든 나라를 웃도는 부동의 1위였다. 시작하자마자 국가의 경제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라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고도 최장수 경제부총리를 지내고 떠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재정 적자가 늘고 국가채무도 빠르게 증가했다.”라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좀 미안했던지 “조세 재정을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늘어난 나라 씀씀이를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저들은 맘대로 썼으니 다음 정부는 좀 아껴서 쓰라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자신의 업적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나라 꼴을 이 정도로 심각하게 만들어 놓고도, 모르는 건지 애써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저들만이 알 게다.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 게 아니다.

유종원의 ‘삼계(三戒)’는 새로 이사 온 집주인이 마침내 폭발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놈들은 본래 숨어 살며 해를 끼치는 동물인데, 버젓이 대놓고 도적질하고 난폭함이 특히 심하구나. 어찌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집주인은 즉시 고양이 몇 마리를 집안에 풀었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쥐를 소탕하라고 명했다. 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닫고, 기왓장을 걷어내고, 쥐구멍에 물을 붓고, 보는 대로 잡아 죽였다.

죽은 쥐들이 언덕처럼 쌓이면서 썩는 냄새가 몇 달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마침내 쥐들의 오만방자했던 행패는 끝나고 그들의 영화롭던 시절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유종원이 ‘삼계(三戒)’의 마지막 대목에 남긴 말이 우리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아! 저놈들은 저렇게 실컷 훔쳐 먹어대고도 아무런 화를 당하지 않음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단 말인가! (呜呼!彼以其饱食无祸为可恒也哉)”

‘평등’과 ‘정의’, ‘공정한 사회’를 외치며 출범했지만 끝내는 ‘위선’과 ‘독선’, 그리고 ‘무능함’으로 국민에게 좌절과 불신을 안겨주었던 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린다.

오늘 밤이 지나면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면서 출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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