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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의 픽(pick)무비] MCU는 무엇이 되려하는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이은선의 픽(pick)무비] MCU는 무엇이 되려하는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기자명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 입력 202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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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뉴스더원=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선 반가운 사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가 돈다. 마블의 수퍼 히어로들 덕분이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마법사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두 번째 솔로 무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지난 5월 4일 개봉한 뒤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모았고, 꾸준히 선전 중이다.

세계관은 지난해 12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이어진다. 이 영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정체가 만천하에 탄로 난 상황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피터(톰 홀랜드)의 부탁으로 ‘멀티버스’, 즉 다중우주의 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끝없이 뒤엉키고 확장된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고 또 나아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멀티버스로 촉발된 대혼돈이 시작된 사이, 닥터 스트레인지는 과거의 동료 완다(엘리자베스 올슨)를 새로운 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멀티버스는 최근 몇 년 사이 MCU에서 가장 중요해진 개념이다. 평행한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한다는 설정 덕분에, 관객의 입장에선 기존 마블 영화에서 기대치 못했던 새로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쉽게 설명해 이 세계의 ‘나’가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우주 안에서 또 다른 여러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게 멀티버스의 핵심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활용한 것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1대~3대 스파이더맨이 한자리에 모여 활약하는 장면이다. 멀티버스 안에서 피터 파커, 즉 스파이더맨은 한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꿈을 평행우주를 볼 수 있는 통로로 설정한다. 낯선 소녀와 함께 괴물을 피해 도망치고 있는 꿈을 꾼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내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현실에서 똑같은 대소동을 경험한다. 꿈속의 소녀인 아메리칸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멀티버스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이 세계’로 왔기 때문이다.

거대한 눈과 빨판 다리를 가진 괴물인 가르간토스에 맞서 소녀를 구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동료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를 찾아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완다는 흑마술의 힘에 굴복해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뒤다.

이후 영화는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으려는 완다에 맞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활약을 그린다. 완다가 악당이 된 이유는 또 다른 멀티버스에서 자신의 행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불행한 현재의 세계와 달리, 다른 차원에서 완다는 자기 자신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완다의 광기 어린 폭주는 아이들에게로 향하려는 여정이다.

완다를 저지하기 위해 차원을 여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양한 버전의 자시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모습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분열된 그의 또 다른 자아이자 광활한 내면이다.

멀티버스 안에서 그는 이미 죽어있는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하고, 독선으로 희생을 정당화하기도 하며, 사랑을 위해 세계를 파괴하려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완다의 광기는 어느 순간 닥터 스트레인지의 그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둘은 거울 같은 캐릭터다. 영화 안에서 거울과 물에 반사된 이미지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다.

이 영화는 MCU 작품 치고 유례없는 호러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메가폰을 잡은 샘 레이미 감독이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2002~2007) 시리즈의 연출가이기 이전에 <이블 데드> 시리즈(1981~1992), <드래그 미 투 헬>(2009) 등을 통해 호러 장르의 마스터로 이름을 날린 인물임을 떠올리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결과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멀티버스 안에서 이미 죽어있는 자신의 몸을 활용해 좀비 같은 ‘언데드’로 거듭나는 과정, 피 칠갑이 되는 것을 주저 않고 집요하게 인물들을 좇는 완다의 모습 등은 영락없는 호러의 문법이다.
 
흥미로운 방식이긴 하지만, 다른 장르와의 결합이 주는 신선함은 일시적 방편으로 보인다. 근본적 문제는 무한정 늘어난 MCU의 세계관만큼이나 거대해진 피로감에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모든 스파이더맨을 한자리에 모아 만든 액션 시퀀스는 분명 뭉클한 감동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의문도 남겼다. 이것은 영화인가, 코믹콘의 이벤트 행사에 가까운 팬 서비스인가.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의 폭주에는 생략된 서사가 있다. OTT 플랫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완다의 솔로 시리즈인 <완다비전>에서는 그가 마법으로 자신만의 환상을 구축한 이유, 어둠의 힘에 굴복하게 된 배경이 분명하게 제시된다.

물론 굳이 이 시리즈를 보지 않더라도 <닥터 스트레인지2>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시리즈에서 이미 굳건하게 완성된 완다의 세계를 다시 무너뜨리면서까지 <닥터 스트레인지2>에서 그를 강력한 악당으로 내세웠어야 할 명분은 충분하지 않다.

매체의 개념 자체를 폭넓게 이해해야 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다른 플랫폼으로 서비스되는 시리즈까지 포괄해야 완벽한 이해가 가능한 영화가 독자적 작품으로서 평가될 수 있을까.

MCU는 히어로들의 솔로 무비와 그들 모두를 한자리에 모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교차로 선보이는 방식을 통해 성장했다. 각 캐릭터가 관객과 함께 시간과 서사를 단단하게 쌓아올린 방식이다. 여기엔 최소한 영화적 쾌감을 주는 인상적 시퀀스들이라도 존재했다.

그러나 언제든 이전의 설정들을 간단하게 뒤집어버릴 수 있으며, 시각적으로만 분주하게 화려해지는 ‘멀티버스’라는 장치는 MCU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MCU는 과연 영화를 추구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개념의 그 무엇이 되려하는가. <닥터 스트레인지 2>의 혼란이 남긴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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