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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OK 목장의 결투… 코미디로 끝난 청문회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OK 목장의 결투… 코미디로 끝난 청문회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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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강성, 또는 강경파 의원들이라 불리는 소수 의원들이 당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검수완박’을 벼락치기와 온갖 꼼수를 총동원해 통과시킨 것이나, 공수처(고위 공직자 수사처)법을 강행한 것 등이 이들 강경파 의원들의 손에 이끌려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경파 의원들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고 총공세를 펴왔고, 그래서 9일에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최후의 결전장으로 벼르고 있었다. 미국 서부영화 <OK 목장의 결투>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김남국, 최강욱, 김종민, 이수진 의원 등등….

그런데 OK 목장에 나타나 벌인 결투는 매우 민망한 수준에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관객들도 허탈했다.

그 가운데 관객들을 가장 당황시킨 것은 판사 출신의 이수진 의원.

한동훈 장관 후보자가 이 의원의 발언에 “잘 새기겠습니다”라고 하면 “비꼬냐?”라고 질책했고, 질문 과정에 웃음을 터뜨린 의원에게도 “웃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이런 저급한 청문 모습은 코미디 같았다.

이 모(李某) 교수를 어머니의 여형제를 뜻하는 이모로 착각하고 한동훈 후보자를 몰아붙였다가 웃음만 자아냈던 김남국 의원, 역시 ‘한국쓰리엠’이라는 기업을 한동훈 후보자의 딸 이름으로 착각하여 칼을 뽑았던 최강욱 의원 등등….

오죽했으면 전 민주당 의원이었던 손혜원 씨까지도 ‘바보 같은 민주당’이라고 했을까. 그만큼 엄청난 특권과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세비를 받고 있는 우리 국회의원들의 밑천이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 강성 의원들의 의기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청문보고서’ 채택마저 부결시켰다.

이런 현상이 요즘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회자되기 시작한 ‘반지성주의’가 아닐까?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언급된 내용.

가령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때 가장 많이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자료 제출 부족이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인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한덕수 총리 후보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1090건이나 되는데 이것은 이낙연 총리 319건, 정세균 총리 250건, 김부겸 총리 때의 347건에 비해 3~4배나 많은 것이다. 그 내용 중에는 4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동산 거래 내역, 33년 전 본인의 부동산 계약서 등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료부실이나 미제출이라며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반지성주의’에서 언급된 ‘보고 싶은 사실’ ‘듣고 싶은 사실’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자료를 제출해도 의도를 가지고 찾고 싶은 사실이 아니면 도매금으로 ‘자료부실’로 덮어씌우는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검수완박’에서 보듯 ‘다수의 힘’으로 민주주의 다수결 형식을 빌려 모든 것을 처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더욱 위험스런 것은 여론을 외면한 법률안 통과나 청문회를 희화화(戲畫化)하고도 ‘다수의 힘’이 주는 환시에 빠져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정치의식이다. 특히 어느 조직이든 이너서클(inner circle)이 강경파일 경우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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