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유업체들이 캐나다 원유 구매를 늘리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들로 인해 장기간 지속된 불확실성 속에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석유 수입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정책과도 일치한다. 아직도 약 7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석유 수입이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중동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약 57만4000배럴의 캐나다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SK에너지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의 정유 계열사인 SK에너지가 캐나다 원유를 처음으로 수입한 사례가 된다.
한편, HD 현대 오일뱅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인 4월에 우리나라 최초로 캐나다 원유 54만8000배럴을 수입하며 그 선두에 섰다. 현재 까지의 수입 규모는 전체 수입량에서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5월 기준 전체 원유 수입량 9554만 배럴 중 캐나다 원유는 0.6%에 불과하다. 비교적 양호한 공급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7.4%의 비중을 차지했고, 미국이 19.6%로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 대변인은 “캐나다산 원유는 유리한 가격의 일시 거래(스팟 딜)를 통해 확보되었으며, 이는 장기 계약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캐나다는 우리 회사의 수입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선호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원유 수입은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에너지 수출품, 특히 원유에 대해 관세 부과를 잠정적으로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업체들은 불확실한 정책에 대비하여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심화되면서 공급처 다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란 의회는 지난 6월 21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내세우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원유의 99%가 통과하는 핵심 해협으로, 만약 차단되면 원유 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함께, 캐나다 원유의 경쟁력은 가격 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일본 석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원유의 가격은 배럴당 66.34달러로, 미국산 원유(72.59달러), 사우디 아라비아산(69.78달러), 이라크산(69.07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하여,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울산 공장은 1964년에 가동을 시작한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 공장으로, 2,042에이커(약 2.5백만 평)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캐나다는 현재 일일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4위의 원유 생산국이며, 그 중 약 80%가 수출용으로 생산되어 대부분이 미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삼성선물의 김광래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일방적인 정책 재해석 또는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앞으로도 예상될 수 있다”라고 전망하며, “만약 쌍방의 에너지 공급관세가 시행된다면, 한국의 주요 정유업체들은 캐나다 원유의 중요한 수출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5월 기준 62%로, 2022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으며, 전체 원유 수입량은 전월보다 8.4% 증가한 9554만 배럴에 달했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아메리카 대륙은 25.3%, 아시아는 8%를 차지하며, 특히 아시아 산 원유의 비중은 202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이처럼 글로벌 정유 시장은 지정학적 위험과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공급 다변화와 전략적 원유 확보 방안이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