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2500만 년 전, 두렵게 바다를 지배했던 거대 상어의 비밀이 오늘날 미국 지하 깊은 동굴에서 전설처럼 소환되고 있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생물학적 발견은 연구자들조차 두 번 눈을 비비게 만들며, 고대 생태계의 다채로움과 극적인 변화를 새삼 일깨워준다.
깊은 미국 지하에서 울려퍼진 충격
라면 끓일 때 물 끓는 소리만큼이나 고생물학계가 들썩인다? 이번엔 그럴 만하다. 최근 켄터키주의 매머드 동굴 깊은 곳과 앨라배마의 신비로운 동굴에서, 무려 3억 2500만 년이나 된 거대 상어 화석 두 점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드러났다. 이들은 바로 Troglocladodus trimblei와 Glikmanius careforum이라는 이름의, 석탄기 바다를 주름잡던 괴수들! 사실 이렇게 오래되고 온전한 화석 발견은 고생물학자들에게도 “로또다!” 수준의 행운이다.
- 매머드 동굴 : 세계에서 가장 광대한 지하 동굴 네트워크 중 하나. 완전한 암흑과 수분 98% 이상, 늘 13도 안팎의 신기한 미세기후 덕에 화석이 마치 시간 여행 중 정지해버린 듯 보존됐다.
- 앨라배마의 동굴 : 두 번째로 발견된 Glikmanius careforum 역시 같은 시기를 사는 대형 상어로, 흠잡을 곳 없이 칼슘 지층에 잠들어 있었다.
우주급 환경,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보존력
고대 바다는 보통 펄럭거리는 산호와 따뜻한 햇살이 가득할 거라 예측하지만, 이번 동굴들은 전혀 달랐다. 조명 하나 없이 어둡고, 습도는 최고치를 찍고, 실내 온도는 매미가 한숨 잘 만큼 시원하게 유지된다. 이런 이상적인 조합은 강력한 보존력을 자랑하며, 시대를 건너뛴 상어의 뼈, 이빨, 심지어 피부와 장기의 자국마저 남게 해 줬다. 연구자들 관점에서 이런 화석은 거의 “잭팟” 수준이고, 분석 역시 전무후무한 신비를 푸는 단서가 된다.
이 독특한 환경이 주는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탄산암 지층이 두텁게 유적을 감싸주고, 지하수는 수백만 년 동안 작은 침묵 지킴이가 되어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흔히 보던 이빨 몇 개, 플라스틱처럼 뿌러진 뼈만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완벽하게 남아있는 골격을 통해 사냥, 진화, 또는 여러 종간의 상호작용까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석탄기 바다의 제왕들
석탄기, 당시 북아메리카 중앙부는 내해와 라군으로 뒤덮인 습지였다. 해수면이 천천히 물러나면서, 수많은 바닷속 생명체가 두꺼운 석회암 퇴적층 아래 파묻히게 됐다. 대륙판 운동과 지각 변화, 그리고 지하수에 의한 암석 용해로 동굴이 형성되면서 그 속에서 포식자의 유해가 남겨졌다.
당시 Troglocladodus trimblei와 Glikmanius careforum은 해양 생태계의 “톱니의 군주”였다. 날카로운 이빨, 기회주의적 습성, 방어에 최적화된 등 지느러미 등은 이들을 경쟁이 치열한 포식/피식 세계에서 살아남게 했다. 갑작스런 멸종은 바로 ‘판게아’ 형성과 그에 따른 서식지의 급변과 맞물렸다. 아무리 강해도 지구의 대격변에는 답이 없는 법!
더 많은 질문과, 새롭게 열리는 탐험의 문
특이하게 보존된 피부 자국, 동일한 지점에서 채집된 유기 잔류물 등은 이 고대 포식자의 생리학 및 성장, 삶의 방식에 대한 단서들을 쏟아낸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앞으로 이 제왕들이 어떻게 자라났는지, 어떤 전략으로 바다를 지배했는지를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아직도 남은 미스터리에 머리를 긁적이는 장면은 여전하겠지만!
이중 발견의 의미는 결코 상어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 석탄기 해양·육상 생태계의 깊은 이해
- 당시 기후변동, 식생의 변화와 해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퇴적물 분석
- 유사 환경(다른 동굴, 카르스트 지형)에서 새로운 화석군 발견 기대
미국 동굴들은 지금도 미개척의 세계가 많으며, 새로운 CT, 미세방사선 분석 기술이 화석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 정체를 벗겨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머잖아 미국은 옛 거대 상어 연구의 세계적 중심이 될지도 모른다. 고생물학자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보자. 혹시 모르니, 근처 동굴에 들어갈 때는 발밑 조심! (단, 상어 대신 박쥐일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