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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염 속 쪽방, 달방에 사는 독거 어르신들

[르포] 폭염 속 쪽방, 달방에 사는 독거 어르신들

  • 기자명 박두웅 기자
  • 입력 2022.07.30 15:33
  • 수정 2022.09.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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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온 삶은 ‘한’으로 각인되어 희망의 끈을 자른다
누구 한 사람 곁에 없는 죽음이 두려운 독거 어르신들
여인숙 달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

김 할머니는 도심 속 재개발이 안 된 반쯤 무너져 내린 집에 홀로 산다. (사진=박두웅 기자)
김 할머니는 도심 속 재개발이 안 된 반쯤 무너져 내린 집에 홀로 산다. (사진=박두웅 기자)

[뉴스더원=박두웅 기자] #1. 연일 34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로 살수차가 뿌려대는 물기는 금세 말라 버린다. 

“이 폭염에... 큰일 납니다. 좀 선선해지는 저녁에 나오셔유~.”

폐지 줍는 욕쟁이 김씨 할머니(75세)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연신 훔치면서도 “안뎌~. 다른 영감탱이들이 다 집어가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막무가내다.

외발 수레에는 박스 몇 개가 실려 있다. 몸무게는 채 40kg도 나가지 않을 정도로 왜소한데 곧 부러질 대나무처럼 꼿꼿하다. 

김 할머니는 도심 속 재개발이 안 된 반쯤 무너져 내린 집에 홀로 산다. 대문 앞에는 2평 되는 텃밭도 있다. 고추 4개, 가지 3개, 그리고 상추들이 자란다.

되는 대로 주워다 붙인 판자들로 덧댄 집안 곳곳마다 폐지며 빈 병들이 가득하다. 몸을 누일 곳은 1평 반 짜리 습기가 가득 찬 끝방이다. 

“물이 안 나오네요~.”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꼴을 보니 꽤 오래된 듯 수도꼭지에 녹이 슬어 있다. 

“수도비를 안 줬더니 주인이 수도를 끊어 버렸어.” 할머니는 연신 ‘죽일 놈’, ‘죽일 놈’ 하며 욕을 해댄다. “주인이 자신의 돈을 훔쳐 간다”며 수도 요금을 절대 못 준다고 말한다.

우체통에는 온갖 청구서가 구겨져 있다. 전기세, 수도세 고지서들이 먼지 속에 쌓여 있다. 

판자들로 덧댄 집안 곳곳마다 폐지며 빈 병들이 가득하다. (사진=박두웅 기자)
판자들로 덧댄 집안 곳곳마다 폐지며 빈 병들이 가득하다. (사진=박두웅 기자)

“큰놈, 작은놈, 그리고 딸년이 하나 있지.” 가족 관계에 관해 물으니, 고개를 떨구며 목소리가 작아진다. 언젠가 어린 아들 등에 등창이 나서 동네 장사 치르는 집에서 돼지비계를 얻어 다 붙인 얘기를 꺼낸다.

“나쁜 놈 들여. 가진 게 없어 국민학교도 못 보냈지만, 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할머니는 37살에 남편을 여의고 식당 일부터 온갖 궂은 일을 해가며 아들 둘에, 딸까지 셋을 키웠다고 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자식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큰아들은 자동차 정비로, 작은아들은 제 밥벌이는 하고 산다고 했다. 에미를 찾지도 연락도 하지 않는 것은 모두 며느리 탓이라고 했다. 딸년도 연락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했다. 

한이 맺힌 삶은 할머니 입에 욕을 달고 살게 했다. 모르는 사람에겐 경계도 심하다. 할머니와 얼굴을 익히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공 임대아파트 신청해 드릴까요?” 싫단다. 거기서도 도둑놈들이 자기 돈을 훔쳐 간단다.

냉장고엔 먹을 만한 식료품이 없다. 무얼 먹고 사시는지 끼니는 제대로 챙길 수는 있는지. 주변에 누구 한 사람 살갑게 대해 주는 이들이 없는 할머니 눈엔 세상에 두고 가지도 못하는 한만 가득 남아 있다. 

2평 크기의 쪽방에는 식사를 해결할 싱크대조차 들어설 공간이 없다. (사진=박두웅 기자)
2평 크기의 쪽방에는 식사를 해결할 싱크대조차 들어설 공간이 없다. (사진=박두웅 기자)

#2. 낮 기온이 34도를 넘나들면서 30일 동부시장 인근 쪽방촌은 한증막처럼 달아올랐다.

뒷골목을 돌아 2층, 3층으로 낡은 계단을 오르면 2평 남짓 쪽방들이 거친 혓바닥을 내민 채 열기를 내뿜고 있다.

쪽방촌의 주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나오듯 열악함을 넘어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골 지역 독거노인은 그중 나은 편. 도심 빌딩 숲속에 숨겨진 쪽방 현장은 식사와 위생 수준이 위험 수준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우선 씻고 생리현상을 해결할 화장실이 따로 없다. 공동화장실 내지 상가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2평의 방안은 식사를 해결할 싱크대조차 들어설 공간이 없다. 방구석 한쪽에 숟가락과 몇 개의 반찬통과 그릇들이 놓여있고 전기밥솥에는 밥을 지어본 지 며칠이 지났는지 메말라버린 밥알 몇 개만 붙어 있다.

인기척이 없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데 김00 할아버지(91)가 바닥에 쭈그려 앉아 뭔가에 열심이다. 

“무슨 일 하고 계시데유~.”

멋쩍게 웃으시는 할아버지, “복도에 껌딱지가 붙어 있어서... 이거라도 해야 심심하지 않아.”

쪽방에 살고 계시는 김00 할아버지. (사진=박두웅 기자)
쪽방에 살고 계시는 김00 할아버지. (사진=박두웅 기자)

할아버지는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사라지면서 쪽방들 대부분이 비었다고 한다.  

“여기서 살던 외국인 애들도 다 떠나고, 3층 노인네는 얼마 전에 저 세상으로 먼저 갔지. 이제 이 쪽방 건물에 나 혼자 밖에 없어. 뭔 죄가 많은지 내가 너무 오래 살어...”

“별말씀 다 하신대유~.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시구유?”

방안으로 들어서며 살펴보았다. 방엔 취사도구와 전열기가 널려 있어 화재의 위험을 달고 산다. 누울 수 있는 공간은 딱 전기장판 한 장 크기다. 조그만 창문으로는 시장통 더운 바람만 간간이 불어온다.

월세는 보증금 50~60만 원에 월 17만 원, 전기세, 수도세는 별도다. 재작년에 비해 월세가 2만 원 올랐다. 

김 씨 할아버지는 이곳 쪽방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75세가 넘어서면서 농사도, 노동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고 하신다. 

“자식들은요?”

“연락이 끊긴 지 20년쯤 되나. 지들도 살기 팍팍 하니께 그러겠지.”

괜한 질문을 했다 싶어 말을 돌렸다. 

“뭐가 젤 필요하시대유~.”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도, 밑반찬도 없다. 삼각김밥은 이미 유통기한이 한 참 지났다.

“복지사가 다음 주에 온다고 했는디 요즘에는 먹을 게 별거 없나벼. 세상이 살기 힘들어지니께 나 같은 노인네에게까지 돌아올 것이 없겠지...”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이 남아있다 (사진=박두웅 기자)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이 남아있다 (사진=박두웅 기자)

모기약이랑, 비누, 밑반찬 등 필요 품목들을 꼼꼼히 수첩에 적었다. 미안한 표정인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부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예~말씀하세요. 뭐 필요하신 게 있나요?”

“공동화장실 불이 안 들어온 지 몇 년 됐어. 사다리가 없으면 손도 닿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는데 낮이나 밤이나 너무 어두워서... 등 좀 바꿔 줄 수 있을까?” 

“그럼요. 다음 주에 해드릴게요.”

돌아서 나오는 데 등 뒤에서 들리는 할아버지 목소리 “복 많이 받아. 하늘에 가서라도 꼭 갚을게.” 

시장통을 빠져나오는 데 폭염만큼이나 가슴도 뜨겁다. 

원도심 빌딩 숲 뒷골목에 위치한 여인숙은 이제 손님이 없는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위탁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들어와 달방을 산다. (사진=박두웅 기자)
원도심 빌딩 숲 뒷골목에 위치한 여인숙은 이제 손님이 없는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위탁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들어와 달방을 산다. (사진=박두웅 기자)

#3. 서산시청 앞 로터리 신한은행 뒤 여인숙 촌 골목으로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엄습했다. 바람 한 점 없는 골목에는 사람 모습 하나 없다.

옛 서산시 원도심 모습 그대로 낡은 00여인숙, △△여인숙 등이 숨이 탁탁 막히는 골목길 안쪽으로 자리 잡고 있고, 독거 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골목에서 몇 발짝 디디지도 않았는데 입고 있던 티셔츠는 땀으로 축축해졌다.

원도심 빌딩 숲 뒷골목에 위치한 여인숙은 이제 손님이 없는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위탁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들어와 달방을 산다. 

기초수급비로 받는 돈에서 달세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봉사단체나 시에서 주는 쌀을 주인에게 주고 간혹 밥을 얻어먹는다. 여인숙은 밥을 해 먹을 공간이나 시설이 없는 방 하나가 전부다.

그나마 여인숙 달방에는 요즘 에어컨이 설치되어 폭염을 피할 수 있다. 방 안에 있기가 정 답답하면 인근 공원에 나갔다 온다. 

동문동 시내에만 여인숙 달방에 사시는 독거 어르신이 10여 명 된다. 지난해 달방에 살던 독거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 한 달 전부터 시름시름 앓았다. 병원 입원, 아니면 시설 입소를 권해도 손만 내저으시던 그분에게 남았던 생은 한뿐이었을까.

복지사 선생님과 동사무소에서 어르신의 병원 입원을 결정한 날. 인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고 들어선 복지사 선생님의 눈엔 차가운 육신만 누워 계셨다. 

#에필로그
누구 한 사람 곁에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독거 어르신들의 두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독거 어르신들의 죽음은 설움 그 자체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죽음은 비참하다. 

몇 년 전 인지면의 한 어르신은 한겨울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 앞에서 꼬꾸라진 채 굳어 돌아가셨다. 연락이 안 돼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 모습에 복지사 선생님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마나 통곡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한 분은 목을 매, 또 한 분은 농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독거 어르신들께 가장 무서운 존재는 ‘희망의 끈이 없다’는 사실이다. 외롭다는 현실이다. 지내 온 모든 삶이 ‘한’으로 각인되어 희망의 끈을 잘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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