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수첩] 기후변화와 문명충돌

[기자수첩] 기후변화와 문명충돌

  • 기자명 박두웅 기자
  • 입력 2022.09.21 09:2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두웅 충남취재본부 국장
박두웅 충남취재본부 국장

[뉴스더원=박두웅 기자] “기후변화는 문명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위협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선비족인 당 고조 이연이 중국을 통일하고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원인에는 북쪽 몽골초원의 기후변화로 인한 유목민들의 남하가 전제돼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초원지대의 한랭화는 중국 남북조시대를 마감하게 하고 선비족 출신 이연의 당나라 건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백제는 사비성 함락으로 멸망한 것이 아니다. 5방 37군 200성 체제의 백제는 대다수의 군병력이 5방에 배치돼 있었다. 계백의 5천 결사대나 1만5천 명의 사비성을 지키던 백제군은 백제 군사력의 일부에 불과했다. 예산~당진 지역의 백제 병력 3만은 나당연합군의 속전속결 전략에 불타오르는 사비성 함락 소식을 듣고만 있었다.

백제의 멸망은 그로부터 3년 후 백강전투에서 결론이 났다. 당시 백강전쟁은 왜나라에서 출동한 3만4천의 수군과 백제군, 그리고 신라와 당으로 구성된 나당연합군이 운명을 건 국제전쟁이었다. 백강전투는 백제와 왜의 해상세력과 당과 신라의 육상세력이 충돌한 문명의 충돌이었다. 

백강전투의 결과는 동북아 질서를 급변시켰다. 당은 중화사상을 기치로, 백제 유민 20만 명이 건너간 왜는 왕이란 이름을 버리고, 중국 ‘황제’에 대응하는 ‘천황’을 천명하며 국호도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 ‘일본(日本)’이라 개칭했다.

신라는 복속과 궁궐의 체제를 당을 본떠 바꾸고, 기존의 상호호혜의 원칙에서 교류되는 외교 방식을 넘어 ‘사대주의’라는 지워지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를 한반도에 새겼다. 원나라 부마국으로 전락했던 고려나 사대주의 사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조선이 해상왕국 백제의 역사지우기와 왜곡으로 일관한 이유이기도 하다.

“백제 말기, 무도한 일을 많이 행했으며 또 신라와 세세토록 원수를 졌다. 고구려와 화친을 맺어 침략하고, 유리해지면 신라의 큰 성과 진을 뺏으니 멈추지 않았다. 소위 ‘친척에겐 너그럽게, 이웃과는 착하게 대하는 것이 나라의 보물이다’와 달랐던 것이다. 그리하여 당 천자가 조령을 여러 번 내려 그 원한을 누르라 했지만,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고 속으론 무시하니 대국에 죄를 지었다. 그 패망이 마땅하다고 볼 수 있다.” - 삼국사기 백제본기
  
백제의 멸망에 대해 삼국사기에 기록된 “대국에 죄를 지었다. 그 패망이 마땅하다”라는 사대주의 사상을 너무나 당연시했던 백제 멸망 이후의 역사들. 힌남노, 무이파, 난마돌이 몰아치는 태풍과 올겨울 엄청난 한파가 예상된다는 기후변화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돌아본다. 

돌이켜 보면 문명의 충돌과 변화는 한 국가의 운명을 바꿨다. 그 원인에 기후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에 21세기 급변하는 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22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언더2연합 총회에 아태 지역 의장으로 참석했다. 김 지사는 출국하는 날 이번 총회를 계기로 아태 지역 의장으로서 탄소 중립을 선도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에는 충남도를 ‘탄소 중립 경제 특별도’를 선포해 에너지, 산업, 일자리 등 기존의 ‘탄소기반 경제’를 ‘탄소중립 경제’의 틀로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언더2연합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흠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김태흠 충남지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언더2연합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흠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20일 총회에서는 “대한민국 충남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전환, 산업구조 전환, 정의로운 전환 등 ‘3개의 전환’을 통해 탄소 중립 모범 사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충남의 탄소중립 모범사례가 아태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선언’중심에서 ‘실천’중심으로 회원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후변화는 문명의 충돌을 야기한다. 그 충돌 속에서 지역사회든지, 국가든지 약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패망이라는 이름 뒤에 가리워져 있다. 

탄소중립 노력이 충남을 넘어 국가로, 그리고 아태 지역에서 세계로 확산되는 데 충남이 모범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