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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알코올의 역사-모든 역사는 서구로 통한다는 오만함

[서평] 알코올의 역사-모든 역사는 서구로 통한다는 오만함

  • 기자명 박현수 기자
  • 입력 2022.11.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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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서가 제공
연암서가 제공

인류의 탄생과 함께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코올이 만들어 졌다. 당분이 많은 사과나 포도같은 열매들이 발효되는걸 우연히 발견한 인간들이 자연발효를 인공발효로 바꾸면서 알코올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책을 쓴 저자는 백인이며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와인 칼럼니스트인 로드 필립스다.와인의 역사 등 저서도 다수 있고 캐나다와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와인품평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자주 참여한다.

그래선지 책의 주 내용은 서양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와인의 역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스피릿으로 통칭되는 브랜디와 꼬냑에 대한 내용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양에서의 알코올에 대한 역사는 다루지 않고 있다. 아주 간략하게 일본에 상륙한 와인에 대한 소개가 있을뿐이고 중국과 한국 중앙아시아 등 그밖의 많은 곳에서 만들어진 알코올에 대한 얘기는 생략돼 있다. 서양이외에 대한 저자의 무지 덕분이거나 서양 중심주의적인 편협한 사고의 소산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알코올의 역사가 아닌 서양에서의 알코올이나 와인쯤으로 바꿔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유럽에서 와인이 탄생한것은 유럽대륙의 물이 좋지 않았던데서 기인한다. 석회 성분을 품은 물이 인간에게 좋을리 없다. 유럽대륙의 대부분에서 나오는 물이 그렇다. 위생관념이 거의 없었던 고대와 중세의 유럽에서는 그래서 물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고 대안으로 나온게 와인이라는 건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리스나 로마 같은 고대문명의 발상지들이 소아시아쪽에서 발명된 와인을 대중화한 건 그런 영향이 크다. 저자도 그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곡주인 빼갈이나 우리나라의 막걸리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백인 중심주의적인 사고의 오만이거나 아니면 무지의 소산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저술인 셈이다.

물이 안좋아 어쩔 수 없이 와인을 많이들 마셔야만 했던 서양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와인과 스피릿을 이용해 아프리카의 흑인들이나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중독시켜 영토를 확장하는 도구로 알코올이 활용됐다는 측면은 아주 슬픈 역사이기도 하다. 알코올이 언제 생겼는지를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는지를 알기에  이 책은 적합하지 않다. 서양에서 술의 기원을 알려고 한다면 읽어볼만은 하겠다.

솔직한 느낌을 얘기하라면 이런 책은 지적 호기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근대 이전까지 서양에서 왜 그렇게 주정뱅이가 많았는지, 군대에까지 와인을 폭넓게 공급하고 술 마시고 취해서 해롱거리는것을 용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정을 생각해보면 좀 딱해보이기도 한다. 또하나 서양의 위생관념이 얼마나 엉망이였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것도 작은 소득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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