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운동은 진지하게, 소통은 편하게' 한 배를 탄 파트너들"

[인터뷰] "'운동은 진지하게, 소통은 편하게' 한 배를 탄 파트너들"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2.12.29 18:3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서울 송파구청 조정선수단의 새해맞이

송파구청 조정선수단. (왼쪽부터) 배일환 감독, 전서영 선수, 장예진 선수, 유자경 선수, 배은호 선수, 김민영 선수, 최지연 코치. (사진=임동현 기자)
송파구청 조정선수단. (왼쪽부터) 배일환 감독, 전서영 선수, 장예진 선수, 유자경 선수, 배은호 선수, 김민영 선수, 최지연 코치. (사진=임동현 기자)

[뉴스더원=임동현 기자]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태국 왕립 해군 조정 경기장에서 '2022 아시아선수권 조정대회'가 열렸다. 아시아 15개국 조정 선수들이 모인 이 대회에서 전서영, 김민영 선수가 2인 1조 무타페어 3위, 4인 1조 쿼드러플 스컬부문에서 5위를 기록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을 목에 건 두 선수는 서울 송파구청 조정팀에서 2년간 한 배를 탔던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으로 송파구청 조정선수단은 다시 한 번 국내 최정상의 조정팀임을 확인시켰다.

2017년부터 꾸준히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 2회, 동메달 1회, 아시안게임 은메달 1회를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팀이 바로 송파구청 조정선수단이다.

동계 체력훈련을 앞두고 기자와 선수단이 만났다. 2000년 창단부터 22년간 송파구청 조정선수단을 맡아온 배일환 감독과 선수 겸 코치인 최지연 코치, 그리고 메달리스트 전서영 김민영 선수와 배은호, 장예진, 유자경 선수는 다가오는 2023년을 그 누구보다 희망차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22 아시아선수권 조정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전서영(왼쪽) 선수와 김민영 선수. (사진=송파구)
2022 아시아선수권 조정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전서영(왼쪽) 선수와 김민영 선수. (사진=송파구)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좀 더 편하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좋고 모두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이루어내서 기분좋게 마무리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전서영)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이 나와서 기쁘고 좋은 팀, 좋은 분들을 만나서 메달을 땄습니다. 타국에서 했지만 서로 연락하면서 안되는 부분을 수정했기에 성적이 더 잘 나왔던 것 같아요".(김민영)

조정이란 경기가 뭔지도 몰랐다는 중학생 시절, 체육을 잘하는 것을 본 선생님의 권유로 조정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게 김민영 선수의 이야기다. 전서영 선수 역시 학창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조정 선수가 됐고 13년간 송파구청의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이 두 선수를 필두로 내년부터 김민영 선수와 함께 무타페어에서 호흡을 맞출 배은호 선수와 실업 1년차를 맞은 장예진 선수, 그리고 올해 송파구청에 들어온 유자경 선수가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맏언니가 바로 실업 18년차, 선수 겸 코치인 최지연 코치다. 

"수상에서 운동을 하고 무거운 기구도 많아 안전도 생각해야하기에 연습할 때는 진중하고 진지하게 하려합니다. 특히 부상을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더더욱 진중하게 해야죠. 하지만 숙소에서 생활할 때는 집처럼, 가족처럼 지내자고 강조합니다. 쉴 때만큼은 선후배가 아니라 언니 동생으로 지내자 이야기하고 존대하기 보다는 '언니, 이렇게 하자'고 간결하고 편하게 소통하도록 하고 있어요. '운동은 진지하게, 소통은 편하게'죠".

수상 훈련. (사진=송파구)
수상 훈련. (사진=송파구)

'소통'.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송파구청 조정선수단에게는 가장 큰 단결의 원동력이다. 격의 없는 소통과 대화가 오가면서 선수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극복해나갔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한 다른 팀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전서영 선수가 송파구청의 에이스로 남아있는 것도, 1년마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던 김민영 선수가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소통의 힘' 덕분이었다.

"감독님, 언니(최지연 코치)와 대화하면서 잘 안 되는 부분을 고쳐주시는 것이 좋고 같이 배타는 젊은 후배들이 있어서 더 편했어요, 돈보다는 같이 배를 타는 파트너가 중요하기에 계속 있어요".(전서영)

"힘들 때마다 감독님이 다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이를 풀어주시곤 했어요. 그렇게 도와주시니 믿고 따라갈 수 있었죠. 그렇게 해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김민영)

창단부터 22년을 송파구청과 함께 한 배일환 감독은 '착한 선수들'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제가 요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간혹 얼굴에 표시가 나는 선수들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잘 따라줍니다. 지도 철학이라는 건 따로 없습니다. 다만 근 30년을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이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전에는 구타 같은 잘못된 방법이 일상화가 됐지만 지금은 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열심히 잘 지도하면 성적은 자연히 잘 나오게 되더군요. 좋은 일 나쁜 일 다 겪었지만 지금처럼 잘 지내고 잘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배 감독이 생각하는 '조정의 매력'은 무엇일까?

"축구나 농구, 격투기 같은 종목은 몸싸움이 많은데 조정은 스스로 열심히 하면 그만큼의 결과를 가져오는 정직한 종목입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고 그러다보니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열심히 해서 성적이 나오면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렇게 국가대표가 되고 몸값이 올라가게 되지요. 그렇게 서로가 노력하기 때문에 저희 팀에 한 번 들어오면 5년 이상을 같이 하려합니다. 다른 팀의 경우 2,3년마다 선수들이 이동하는데 성적도 잘 나오고 분위기도 좋으니 우리 팀에 계속 있으려하지요".

이들은 대회 출전과 더불어 구민들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동아리 지도 등 다양한 재능기부를 펼치며 조정을 알리고 있다. 구민들의 성원이 지금의 성적을 만든 만큼 이들에게 보답을 해야한다는 것이 선수단의 생각이다. 

체력 훈련을 하는 선수들. (사진=임동현 기자)
체력 훈련을 하는 선수들. (사진=임동현 기자)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아쉬운 소식을 들었다. 13년간 헌신해 온 전서영 선수가 건강 문제로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그와 한 배를 탔던 김민영 선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배은호 선수가 채우게 된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언니와 한 배를 탔는데... 새로운 파트너와 준비하고 있는데 언니의 빈 자리를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그 가까이까지 가려 하고 있고 언니가 가는 길을 저도 계속 가게 될 것 같아요".(김민영)

"지금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고 잘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은 되지 않아요. 다만 제대로 못 대해준 미안함은 있습니다".(전서영)

"이제 무타페어를 민영 언니와 하는데 열심히 해서 전국체전에서 꼭 좋은 성적 거두겠습니다".(배은호)  

그리고 이제 내년을 기약하는 두 선수, 장예진 선수와 유자경 선수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실업팀으로 왔는데 좋은 선생님과 언니들과 함께 좋은 성적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장예진)

"대학 졸업하고 제가 가고 싶던 실업팀으로 와서 좋습니다. 동계훈련 열심히 해서 꼭 내년에 좋은 성적 거두고 싶습니다".(유자경)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이들은 다시 힘차게 노를 젓게 된다. 그리고 내년 전국체전,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향한 그들의 도전이 이어지게 된다. 송파구청이라는 한 배를 탄 선수들이 보여줄 최고의 승부를 상상하며 다가오는 봄을 기다려본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