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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우리는 경기 이천 신둔면 마을 재난 지킴이

[독자투고] 우리는 경기 이천 신둔면 마을 재난 지킴이

  • 기자명 김화영
  • 입력 2021.07.09 11:32
  • 수정 2021.12.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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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찰 활동으로 재난 상황 미연에 방지

김화영 이천시 신둔면 이창단 협의회장ⓒ
김화영 이천시 신둔면 이창단 협의회장ⓒ

[뉴스더원=김화영] 뒤늦은 폭염과 장마에 호우특보까지 내렸다고 하니 면사무소로 향하는 발길이 저절로 빨라진다. 올 들어 처음 맞이하는 호우특보다.

사무국장과 함께 마을의 수해피해 위험지역을 한 바퀴 돌고 어둑어둑한 저녁에 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주말임에도 여러 명의 직원이 출근하여 비상근무에 여념이 없다. 

며칠 전 호우특보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2013년 여름의 비 피해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서늘하다. 2013년도 비 피해를 두고 각종 언론에서는 ‘기록적인’ 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다시 생각해도 그 여름의 끔직 했던 폭우는 그 단어로 가장 잘 표현되는 듯하다. 

2013년 7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이천시 신둔, 백사 지역에는 인접한 광주시와 이천시의 경계 지형을 바꿀 정도로 큰 비가 내렸다. 7월 22일 내린 강우량이 202mm인데, 시간당 최고 116.5mm의 비가 내렸으니 폭우의 양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3명의 사망자와 함께 77세대 2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해가 지나간 몇 개월 뒤 정개산에 가보니 산 정상에서부터 수해 전에는 없던 물길이 크게 생겨 산이 갈라져 있어 새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이때부터일 것이다. 신둔면 주민들은 호우특보나 폭설 등의 기상예보 발표에 불안감을 느끼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2013년 수해 당시 수광2리 이장을 맡고 있던 나 또한 그렇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피해를 겪지 않도록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신둔면 이장단 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이장단과 함께 면사무소의 재난예방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겨울철 눈이 오면 농가별로 트랙터에 제설기를 장착해 마을 안길에 쌓인 눈을 치운 경험이 이장단의 자발적인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중 지난해 여름 이장단과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

폭우나 폭설 등으로 인해 마을의 위험지역이 발생하면 일단 마을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비 등 투입이 필요해 자체적인 해결이 어려울 때는 면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일을 처리하는 재해 대응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예찰활동을 통해 다양한 위험요소를 신속하게 처리해 왔다. 용면리에서 고척리로 넘어가는 굴다리 통로가 폭우로 인해 1m 정도 잠겨 통행을 하지 못하던 것을 인지해 물길을 내 통행로를 확보했고, 지석리에서 큰 나무가 쓰러져 전신주를 덮친 것을 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중장비를 투입해 신속하게 처리해 더 큰 사고가 발생을 막았다.

관로에 쌓인 낙엽을 제거해서 하천 범람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이장단 임원회의에서 예찰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근무 체계를 세분화, 조직화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전체 이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조직이 구성됐다.

28개 마을 이장들이 모여 논의를 통해 4~5개 마을을 한 개조로 구성, 총 6 개조로 비상 근무조를 편성해 재해 예찰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천시 상황실에서 발령된 상황의 경중에 따라 조별로 대기, 현장출동, 순찰, 상황 전파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재해예방을 위해 마을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아는 이장들이 움직이고 여기에 면사무소 직원들의 행정력이 더해지니 예찰활동에 거칠 것이 없다. "비가 와도 이장님들 덕분에 안심이 돼요"라고 말해주는 마을 주민 분들과 "함께 해 주셔서 너무 든든합니다"라는 면사무소 직원들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지난 해 태풍 '마이삭'이 우리 시를 덮쳤을 때에는 시 본청에서 근무하는 비상근무 직원들을 위해 신둔면 이장단 협의회에서 간식을 사들고 위문을 갔다. 단순히 내 고향 신둔면뿐만 아니라 우리 시 전체가 재해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신둔면 이장단 협의회의 재해예찰활동은 무엇보다 우리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이장들이 예찰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어느 한 두 사람의 의견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심이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2013년 이후 신둔면민들이 느끼는 재해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공감과 노력이 오늘날 이장단협의회의 조직화 된 활동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 내면에 내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며 우리 마을의 발전을 기원하는 진심이 진하게 담겨 있다.

폭우와 폭설, 어떤 재난재해가 닥쳐도 우리 마을은 우리가 끄떡없이 지켜내겠다는  확신과 뚝심으로 오늘도 예찰 활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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