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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당신은 어떤 '케어러'입니까?

[독자투고] 당신은 어떤 '케어러'입니까?

  • 기자명 김성학
  • 입력 2021.08.12 08:04
  • 수정 2021.12.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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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학 자원봉사자
김성학 자원봉사자

[뉴스더원=김성학] 케어러(carer)란, 말 그대로 케어하는 사람이다. 우리 말로는 '돌보미' 정도로 옮길 수 있겠는데, 노화, 만성적인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인 문제나 알코올·약물 의존 등으로 인해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을 통털어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일은 그것을 도리(道理)로 하는 경우이건, 직업적으로 하는 경우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겠는가? 특히 앞으로 직업적으로 이런 케어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깊이 생각해 볼 점들이 있는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요즘 저출산과 평균수명 증가로 갈수록 우리나라에서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다른 요인들보다도 노화로 인한 케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의 케어를 위한 일자리 또한 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농촌은 그 지역적 특성상 노인 인구가 많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런 문제를 포함한 사회복지, 그 가운데서도 노인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에스텍(Biestek)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많은 연구실적을 남긴 학자로 유명하다. 개별화, 의도된 감정표현, 통제된 정서적 관여, 수용, 비심판적 태도,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 비밀보장이라는 그의 사회복지 실천 기본원칙 7가지는 가히 사회복지의 강령(綱領)이라 불릴만 하다.

이런 그가 11개 생활영역 - 조리, 식사, 배변, 기저귀 교환, 세탁 및 의복관리, 옷 갈아입히기, 목욕, 머리 감기기, 침상 주변 정리, 침대 시트 교환, 침대에서의 자세 변경과 이동 - 에서의 노인 환자에 대한 일상 케어 기술에 대해 말했는데, 나는 이 가운데서 '배변, 기저귀 교환, 목욕' 등의 3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3가지의 공통점은 모두 케어를 받을 때 환자가 자신의 몸, 나아가 자신의 치부(恥部)까지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간은 본능적으로 수치심을 느낀다. 특히 대소변의 처리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괴감과 수치심의 정도는 더욱 심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케어를 실시할 때에는 케어러가 평소보다 말과 행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본의 아니게 노인 환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어 그나마 실낱같이 붙잡고 있는 삶에 대한 애착을 상실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직업적 케어러가 이러한 서비스를 실시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진정한 케어러의 자격이 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하면서 얼굴은 온통 우거지상이 되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며 손은 거칠게 환자의 몸을 터치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나는 여러번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달려가 그(녀)를 이끌어 내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은 왜 케어러가 되셨나요?  단순히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까? 그렇다면 제가 보기에 당신은 이제 이 일은 그만두시고 다른 일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런 식으로 케어를 하다 보면 당신도 환자도 불행해집니다. 당신 눈에 이 분이 단지 일거리로만 보인다면 당신은 케어러의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 부모님께서는 당신이 어릴 때 콧노래 부르며 당신의 대소변을 치웠고 당신을 목욕시켰습니다. 그 부모님 같으신 분이 지금 늙고 병들어 당신 앞에 누워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 노인 환자분의 얼굴에 당신 부모님의 얼굴이 어른거리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 이 일을 그만두시는 것이 당신과 환자분 모두를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우리가 보람 있고 행복한 직업생활을 위해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 흔히 흥미, 적성, 성격, 가치관 등을 꼽는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기가 희망하는 직업이 이 네 가지 요소와 모두 일치하는 경우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희망하는 직업에 따라 네 가지 가운데 어떤 요소를 중시해야 그 직업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를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케어러'의 직업인 경우에는 네 가지 요소들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치관‘이라 하겠다. 직업 가치관의 종류에는 '성취, 봉사, 직업안정, 몸과 마음의 여유, 영향력 발휘. 금전적 보상, 사회적 인정... ‘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 직업적 케어러는 최소한 '금전적 보상' 보다는 '봉사'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삼는 마인드가 되어 있어야 제대로 - 원만하게, 바람직하게, 보람있게, 만족스럽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 그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여러가지 수식어를 나열한 것은 그만큼 이 일이 금전적으로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나 심정적으로 특별하고 가치 있다는 의미이다. 먼저는 케어러 자신을 위해서, 그 다음에는 케어를 받는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케어가 이상적으로 수행될 때 그 케어의 현장은 말 그대로 복(福)을 나누는 복지(福祉)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노인을 잘 보살피고 공경하는 사람은 복(福)을 받는다.'는 의미의 격언이나 속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다하지 않은가?

지금 이 세상에는 날이 갈수록 사랑이 메말라 가고 있다. 다른 사랑은 몰라도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원초적이고 운명적인 것이기에 이 사랑만은 식지 않고 마르지 않고 변치 않을 줄 알았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누구는 이것이 여러가지 말세의 징조들 가운데 가장 뚜렷한 증거라고도 한다.

이러한 세태 가운데서 자식도 배우자도 안 하거나 못 하는 일을 지금 어디에선가 직업적 케어러는 하고 있다. 정말이지 숭고하고 거룩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직업적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 아직 그 마음속에 연민의 정(情)이, 사랑의 불씨가 남아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복지 실천 여건을 조성하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하겠다.

’케어러‘가 그 어떤 직업보다 아름답고 멋진 직업으로 인식되고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대우하고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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