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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모두까기] 다시 보는 형수 욕설 사건

[진중권의 모두까기] 다시 보는 형수 욕설 사건

  • 기자명 진중권
  • 입력 2021.10.11 15:38
  • 수정 2022.10.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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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前 동양대교수
진중권 前 동양대교수

[뉴스더원=진중권]  이재명 후보가 자신에 대해 얘기했던 많은 것들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환수사업'이라던 대장동 사업은 알고 보니 피해액이 1조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사업이었다.

나 또한 그의 거짓말에 깜빡 속아 거버너로서 여러 차례 그의 능력을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사기극을 빛나는 ‘치적’으로 둔갑시킨 이재명 후보의 분장술이다. 그는 자신을 포장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치부를 감추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우리에게 한 또 하나의 커다란 거짓말이 있다. 바로 ‘형수 욕설’에 대한 그의 해명이다. 이 또한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형인 이재선씨가 먼저 어머니에게 험한 욕을 했고, 그것을 듣고 순간적으로 흥분해 형수에게 쌍욕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해명을 듣고 나 역시 ‘나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자제력을 잃고 실수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욕설은 한 번만이 아니었다. 즉, 쌍욕은 순간적이 실수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테이프에서 그는 점잖게 타이르는 형수에게 다시 ‘미친 x’이라고 욕을 한다. 이때 그는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도 형수에게 태연히 쌍욕을 내뱉은 것이다.

그때 멀리서 깔깔깔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부인인 김혜경씨의 것이다. 순간 그는 킬킬거리며 형수에게 이렇게 묻는다. “들었냐?”

사실 ‘어디를 찢어 버리겠다’는 쌍욕보다 내게 더 섬뜩하게 느껴진 것은 이재명 부부의 이 웃음소리였다. 쌍욕이야 격분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어 저지른 실수로 봐넘겨줄 수 있지만 킬킬 비웃어가며 쌍욕을 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테이프 속 부부의 웃음소리는 소름이 끼친다. 

이 사건을 그는 그동안 ‘불행한 가족사’로 해명해 왔다. 나 또한 그 해명을 믿었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 때에는 방송에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상대 후보를 탓하기까지 했다. 공직선거에 가족사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불필요한 네거티브 선거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형인 이재선씨가 성남시의 인사에 개입하려 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해 왔다. 시장의 가족이 시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당연한 일. 이 또한 그의 쌍욕을 정당화 하거나, 혹은 그것의 문제를 상대화하는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사실은 그와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형인 이재선이 2012년 6월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과 통화한 녹취록을 보자. 거기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동규가 뭐 하던 사람이냐? 한양대 음대 나와서 건축사무소 ‘삐끼’ 하다가 분당에 세 개 있는 리모델링하다가 왔다. 이재명이 옆에는 전부 이런 사람만 있어요. 협박하고… 동생이 유동규를 끔찍히 사랑합디다.”

이재선씨는 회계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동생의 그릇된 인사를 비판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마치 형이 제 사람을 앉히려고 성남시에 인사청탁을 하려 한 것처럼 얘기해 왔다. 당시 이재선씨가 성남시청 게시판에 줄줄이 올린 민원들은 대부분 시정에 대한 매우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었다. 

당시 이재명 시장이 형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대장동 비리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쓴소리하는 형님을 버리고 썩은 내 풀풀 나는 인물을 공직에 기용했다.

피를 나눈 가족과 원수지간이 되면서까지 유동규를 임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다. 그저‘피보다 진한 것은 이권’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더 섬뜩한 것은 그 다음이다. 이재명 시장은 이 수상쩍은 인사를 비판했던 형을 정신병원에 가두려 했다. 이 시도는 다행히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의 수상한 시정에 이의를 제기했던 김사랑씨는 실제로 이재명씨의 명령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정상을 광기로, 광기를 정상으로 뒤바꾸어 놓는 마술적 솜씨를 보라. 

대장동 사건과 형수 쌍욕 사건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이재명 후보의 탁월한 선전술로 인해 본말이 전도된 채로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점. 놀랍지 않은가?

1조짜리 대형비리는 ‘단군이래 최대의 치적’으로 둔갑하고, 유동규를 기용한 것은 가족의 인사청탁마저 거절한 깨끗한 시정으로 둔갑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가 막대한 홍보비를 들여 광고해온 ‘이재명 신화’는 다른 수많은 거짓말로 쌓아올린 것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검증의 두려움 없이 거짓말들을 할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는 그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는 대선후보가 되었고, 검증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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